ESG 공시 의무화…국내 파급 효과와 대응전략은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기업, ESG 공시 의무화
ESG 공시…"얽힌 실타래같아 모든 기업에 영향"
"기업·정부 모두 엄정하게 대응전략 수립해야"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의무화된다. 세계 주요국도 ESG 공시를 강화하고 있어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광명을)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경남 창원마산합포)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와 한국기업의 대응전략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금융투자협회, 한국국제문화교류원, 사단법인 청년과미래가 공동 주관했다.
토론회에서 축사를 맡은 김진표 국회의장은 “기후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ESG 공시 의무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탄소 배출 문제가 핵심적인 경제 현안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소기업은 독자적으로 공시를 해 경제·고용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이 문제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ESG에 관한 준비는 생존과 직결된 필수요소가 됐다”며 “이제는 왜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단계가 아니라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토론회 첫번째 주제로는 ‘ESG 공시와 산업의 혁신’을 논의했다. 김의형 전 한국회계기준원장은 ESG 공시 이후 양극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김 전 원장은 “성공한 기업은 도약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기업은 공급망에서 퇴출당하거나 여신이 중단되는 등 갑작스러운 추락을 맞을 수 있다”며 “국가적인 측면에서 산업의 혁신과 소멸을 가져올 수 있는 변화”라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ESG 공시는 기업이 혼자서만 할 수 없는 일”이라며 “ESG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기업과 정부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ESG 정책동향과 대응’을 주제로 발표한 김광기 ESG경제 대표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ESG 공시 내용을 사업보고서에 공개하고 재무제표와 동일하게 3월에 보고하도록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업보고서는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법적 책임이 있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급망 실사 대응 과정에서 ESG 데이터 취합, ESG 실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 부족을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통합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 대표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재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협력사가 ESG 데이터를 한번만 입력하면 거래 기업이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박희원 넷제로홀딩스그룹 대표는 ‘ESG 공시의무의 파급효과와 상쇄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대표는 “공시 의무화는 모두가 실타래처럼 얽혀서 사실상 모든 기업이 영향을 받는다”며 “특히 스쿠프3(Scope3)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돈을 쓴 모든 기업이나 보험 가입한 기업, 대기업의 1·2차 협력 기업 등 모든 기업이 영향을 받아 탄소 연좌제라는 의견도 나온다”고 했다. 스쿠프3는 기업의 활동과 관련된 모든 간접적인 배출량을 의미한다. 제품·서비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뿐만 아니라 기업이 공급망 내에서 사용하는 제품·서비스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도 포함된다.
박 대표는 “해법은 결국 탄소를 상쇄하는 것”이라고 했다. 탄소 상쇄 방법으로는 ▲신재생 발전 등 탄소배출 회피 ▲탄소 제거 ▲탄소발자국 상쇄를 꼽았다. 박 대표는 “국가·기업 모두 엄중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탄소 상쇄 자산을 집중적으로 발굴하는 등 지금부터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 패널로 참여한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ESG 공시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면 지난해 수출 소득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며 “굉장히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하루빨리 경각심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기업분석부 이사는 “ESG 공시가 모두에게 플러스가 되려면 우선 기업이 공시 기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서비스 제공자와 투자자가 공시정보를 바탕으로 유효한 투자정보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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