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친 비에 용산역 천장서도 물이 뚝뚝…최근 20년간 ‘집중호우’ 빈도 대폭 증가

김동환 2023. 7. 1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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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수도권 등에 쏟아진 비…‘극한호우’ 안전문자까지 발송
최근 20년 사이의 30㎜ 이상 집중호우 빈도도 1980~1990년대보다 20% 이상 증가
12일 오전 8시쯤 서울 용산구 용산역 맞이방(대합실)의 한 매장 앞에 펼친 우산을 뒤집어 꽂은 통 10여개가 놓여 있다. 김동환 기자
 
“어제 내린 비 때문에 지붕이 샌 거 아냐.”

12일 오전 8시쯤 서울 용산구 용산역 맞이방(대합실)을 지나던 두 남성이 한 매장 앞에 우산이 꽂힌 채 늘어선 물통 10여개와 위쪽 천장을 번갈아 본 후 이처럼 반응했다.

우산을 펼친 후 뒤집어 꽂은 통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으려는 용도로 보였는데, 여전히 천장 쪽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전날 비가 얼마나 세게 내렸는가를 짐작하게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0분 기준 서울 및 수도권의 누적 강수량(㎜)은 ▲춘궁(하남) 120.0 ▲성남 118.5 ▲김포 116.5 ▲서초(서울) 114.5 ▲퇴촌(광주) 114.5다. 같은 시간 기준 문막(원주) 111.0㎜, 여수 192.0㎜, 해운대(부산) 159.0㎜, 삼각봉(제주) 40.5㎜ 등 전국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12일 오후까지 남해안과 남부내륙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70㎜의 매우 강한 비가 오는 곳이 있을 것으로 보고 피해가 없도록 각별한 유의를 당부했다.

지난 11일 오후 집중호우로 범람한 서울 구로구 도림천 전광판에 진입불가 안내문구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갑자기 쏟아진 비에 지난 11일 오후 4시쯤 서울 동작구와 구로·영등포구 일부 지역에서는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메시지도 발송됐다.

내린 비의 양이 1시간에 50㎜와 3시간에 90㎜를 동시에 충족할 때 극한호우로 분류하며 1시간 강수량이 72㎜가 넘을 때도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다. 1시간 동안 72㎜의 비가 오면 95% 이상 확률로 3시간 강수량이 81㎜ 이상이 될 수 있어서 대비하는 차원이다.

신대방동은 같은 시각 기준 이전 3시간 동안 80.5㎜의 비가 내렸으며, 이후 1시간 동안 72.5㎜의 비가 쏟아졌다. 재난문자에는 “15:48 동작구 신대방제1동 인근에 시간당 72㎜ 이상 강한 비로 침수 등 우려, 안전확보를 위한 국민행동요령 확인 바람 cbs.kma.go.kr”라고 적혔다.

지난해 역대급 집중호우로 인한 반지하 침수 등 피해가 속출하면서 기상청은 올여름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극한호우가 발생하면 행정안전부를 거치지 않고서 직접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기로 했다. 재난문자는 읍면동 단위로 발송하고, 올해 수도권 시범운영 후 내년 5월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상청은 보통 시간당 3㎜ 미만의 비를 ‘약한 비’, 3~15㎜ 미만은 ‘보통 비’, 15~30㎜ 미만은 ‘강한 비’, 30㎜ 이상은 ‘매우 강한 비’로 표현한다.

기상청의 ‘장마백서’는 최근 20년간 30㎜ 이상의 집중호우 빈도(1㎜ 이상 총 강수에 대한 강수 비율)가 1980~1990년대보다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힌다.

국지적으로 짧은 시간에 발생하는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나 시설물 붕괴 등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공간적 발생빈도 파악’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대부분 서해안과 남해안쪽에서 유입돼 집중호우를 일으키는 막대한 수증기는 동쪽으로 갈수록 그 정도가 감소하는데, 제주도와 남해안을 제외한 한반도에서도 이를 따라 동쪽으로 갈수록 발생일수가 적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과 같이 높은 산맥의 동편에 자리한 영동·경북지역과 경남일부 내륙에서는 상대적으로 집중호우 일수가 적다고 백서는 언급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행정안전부 상황실에서 열린 호우 대처 상황 점검회의에서 지차체의 강력한 대처를 주문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장마는 1994년을 전후로 변화하는 모양새다. 1994~2020년 한반도 장마 시작일은 그 전 20년(1973~1993년)과 큰 차이 없지만, 장마 시작 전 건기인 6월 초순 강수는 감소하고 대신에 6월 하순~7월 초순 강수가 증가했다.

이 시기와 우리가 ‘가을장마’로 부르는 2차 우기(8월말~9월 초순) 사이의 강수도 증가해 ‘건기’의 경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온난화 현상으로 2010~2019년 평균 기온(13.1도)가 그 전 30년(1981~2010년)보다 0.5도 상승했다는 백서 내용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날 오후부터 비상 2단계 대응과 함께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유지하고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 등 피해를 예방하고자 기상에 따른 행동요령 신속 전달 등의 사항을 관계 기관에 지시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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