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 로봇 실외 이동 허용했는데… ‘온통 중국산’에 정부 난감
사업자의 로봇 구매 지원에 힘쓴 한국
결과적으로 값싼 中 로봇 韓 시장 장악
11월부터 로봇 실외 통행 허용되는데
‘중국산 점유율 더 올라가나’ 정부 고심
오는 11월부터 로봇의 실외 이동이 가능하도록 법을 바꾼 정부가 최근 고민에 빠졌다. 국내 서비스 로봇 산업 발전을 촉진하고자 규제를 푼 것인데, 현재 우리나라 시장을 중국산 로봇이 장악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의 혜택을 주로 중국 기업이 누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연내 발표할 예정인 ‘첨단로봇 산업전략’에 토종 로봇 기업 지원 방안을 담는다는 방침이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17일부터는 로봇이 배달 등을 목적으로 실외에서 이동하는 행위가 허용된다. 그간 로봇은 보도나 공원에서 통행할 수 없었다. 정부는 규제샌드박스 등을 통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로봇의 이동 서비스를 허용했다.
시대착오적인 규제가 한국의 로봇 서비스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 5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지능형로봇법)’을 개정해 오는 11월부터 로봇의 실외 이동을 허용했다. 운행안전인증체계와 보험 가입 의무 등을 신설해 로봇 운행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이 법 개정의 골자다. 정부는 “미국·일본처럼 안전성을 갖춘 실외이동로봇 사업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국내에서 쓰이는 서비스 로봇 대다수가 중국산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서빙 로봇 10대 가운데 7대 이상이 푸두테크·키논 등 중국 회사 제품이다. 2019년부터 서빙 로봇 렌털사업을 시작한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도 중국산 로봇을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운반로봇(AGV)·자율주행로봇(AMR) 등 물류 로봇도 중국산이 6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 로봇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통상 한국산 대비 20% 이상 저렴하다. 중국이 10여년 전부터 로봇을 10대 핵심 산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지원해온 것이 가격 경쟁력 확보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는 광둥성 선전·둥관 등지에 로봇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입주 업체에 시설 투자금 10% 환급, 매출의 15%에 이르는 보조금 등 파격적인 혜택을 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로봇 개발을 유도했다.
한국 정부도 로봇 산업을 돕고 있긴 하다. 다만 중국이 로봇 ‘개발’에 집중했다면, 한국은 로봇 ‘구매’에 지원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산업부는 ‘지능형 로봇 실행계획’을 통해 구매처가 신청하면 로봇을 보급해주고, 중소벤처기업부는 ‘스마트상점 기술 보급 사업’ 등을 통해 사업자가 로봇을 구매하면 금액의 70%(최대 1500만원)를 지원하는 식이다.
산업부와 중기부가 한국산 로봇만 보급하거나, 한국산 로봇에만 구매금을 주는 건 아니다. 사업자가 가성비 좋은 중국산 로봇을 선택하면, 결과적으론 우리 정부의 보조금도 중국 로봇 업체로 향한다는 의미다. 국내 로봇 업계에서 “한국 정부 지원금이 죄다 중국으로 흘러들어 간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우리나라 업체에만) 차별적으로 제공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오는 11월 로봇의 실외 이동이 시작되면 그 혜택을 주로 중국이 누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사업 여건이 조성되는 만큼 많은 기업이 앞다퉈 실외이동로봇 서비스에 뛰어들 텐데, 이들 업체 상당수가 값싼 중국산 로봇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내 한 배달 로봇 업체 관계자는 “구매자로선 애국보다 가성비를 따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362억달러였던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2026년 1033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현재 구조가 이어지는 한 중국산 로봇의 국내 시장 장악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중국 기업들이 로봇에 데이터 전송 모듈을 심어 각종 정보를 쉽게 빼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정부는 연내 발표를 목표로 ‘첨단로봇 산업전략 1.0′을 준비 중이다. 로봇이 산업의 생산성을 향상하고 저출생에 따른 노동력 감소에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하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의 글로벌 로봇 강국 도약과 국내 로봇 대중화를 위한 로드맵이 첨단로봇 산업전략 1.0에 담길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산 로봇 보급률을 끌어 올리기 위한 유도책을 마련해 첨단로봇 산업전략 1.0에 포함할 계획”이라며 “아이디어 수집과 업계 의견 청취 단계여서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추후 발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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