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임 551일 된 조주완, LG전자 '체질' 바꾼다…"2030년 매출 100兆"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좋은 제품을 만드는 최고 가전 브랜드에 그치지 않겠습니다. 사업모델과 방식의 혁신을 통해 고객의 다양한 공간과 경험을 연결,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도약하는 담대한 도전을 이어가겠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호실적 행진을 이끈 조주완 사장이 LG전자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낸다. 무형 사업(Non-HW), 기업간거래(B2B), 신사업 등 3대 신성장동력에 드라이브를 걸고 2030년에 매출액 100조원 기업으로 키운다는 각오다.
조 사장은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며 "앞으로 일하는 방법과 소통하는 방식까지 리인벤트함으로써 새로운 LG전자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LG전자를 '글로벌 선도 가전 브랜드'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의 다양한 경험을 연결,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시킨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시장 트렌드와 사업환경의 변화에서 고객가치 창출의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조 사장은 "2030년에 '트리플 7(연평균성장률 및 영업이익률 7% 이상, 기업가치 7배 이상)'을 달성할 것"이라며 "지난해 65조원 수준(LG이노텍 제외) 매출액 규모를 100조원까지 끌어올려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제대로 인정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3대 축 통해 고객 접점·경험 확장…"2030년까지 50조 투자"
이처럼 조 사장이 LG전자의 체질 개선에 본격 나선 것은 최근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 맞춰 나가기 위해서다.
전 세계 시장은 현재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로 소비침체로 이어지는 불황을 겪고 있다. 동시에 시장에서는 탈(脫)탄소, 디지털 전환 등의 요구가 강해지는가 하면 고객들은 경험소비와 같은 관계(Engagement) 중심의 소비형태를 추구하는 등 전에 없던 사업환경 변화가 점차 가속화되는 추세다.
이에 LG전자는 중·장기 미래구간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변곡점으로 서비스화(Servitization), 디지털화(Digitalization), 전기화(Electrification) 등을 꼽았다. 이들 변곡점에서 LG전자가 집중하는 '3C 2S' 경험 영역에서의 고객가치 창출을 위한 새로운 접점을 모색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를 추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3C 2S'는 연결성(Connectivity), 케어(Care), 맞춤화(Customization), 제품의 서비스화(Servitization),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뜻한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바탕으로 LG전자는 고객 접점과 경험을 확장하기 위한 3대 축으로 ▲무형 사업모델 혁신 ▲B2B 영역 성장 ▲신사업 동력 확보 등을 중점 추진한다. 무형 사업은 웹(web)OS, 스마트홈, 구독·렌탈 등 관계 중심 순환형(Recurring) 사업구조 구축을 뜻한다.
또 LG전자는 2030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이들 3대 축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3대 성장동력을 앞세우는 사업 포트폴리오 대전환은 물론, 이를 포함한 사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2030년까지 5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R&D 투자 25조원 이상, 설비투자 17조원 이상, 전략투자 7조원 등이다.
◆탈(脫) 제품 선언…콘텐츠 강화로 '미디어&엔터 플랫폼 업체' 전환
이번에 발표한 중장기 비전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무형 사업을 통해 수익을 지속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LG전자는 그동안 판매 시점에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던 제품(HW) 중심 사업을 펼쳐왔으나, 앞으로는 콘텐츠·서비스, 구독, 솔루션 등 무형 사업을 더해 수익을 지속 창출하는 순환형(Recurring) 모델로 혁신하겠다는 각오다.
LG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 고객이 사용 중인 수억 대 LG 제품에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 관계 중심 사업모델을 만드는 시도"라며 "특히 TV 사업은 LG OLED, LG QNED 등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에 콘텐츠·서비스·광고 영역을 더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업체'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광고 기반 무료방송 LG 채널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5년간 1조원 이상 투자하며 질적 성장에 드라이브를 건다. LG 채널 서비스 국가와 이용자는 지난해 25개국 2천만 명에서 올해 29개국 4천800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 양적 성장 측면에서는 외부 TV 브랜드에 웹OS 플랫폼 공급을 늘리고 TV 외 타 제품군으로도 웹OS 적용을 확대하며 고객 접점을 넓혀 나간다.
생활가전도 서비스 기반 포트폴리오 대전환에 속도를 낸다. 구매 후에도 고객이 필요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업(UP)가전을 더 진화시키며 초개인화, 구독, 스마트홈을 접목하는 '하스(HaaS, Home as a Service)'를 지향점으로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 가전명가의 제품 경쟁력에 고객이 홈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더해 집 안 전체를 아우르는 '홈 솔루션(Home Solution) 사업'으로 확장할 방침"이라며 "최근 5년간 연평균 3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인 가전 렌탈·케어십 또한 제품의 유지·관리나 세척뿐 아니라 집 안 공간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아우르며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자된 B2B…"2030년 B2B 매출액 40조원 이상"
LG전자는 B2B 사업에도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지난 65년간 집 안 공간을 중심으로 혁신을 이어온 기존 사업에서 축적했던 노하우를 앞으로는 커머셜, 모빌리티, 가상공간 등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성과를 보이고 있는 전장 사업은 2030년까지 매출액을 2배 이상 키워 20조원 규모의 글로벌 톱10 전장업체로 진화시킬 예정이다. 이를 위해 차량 전동화, 커넥티드 서비스 등 트렌드에 대응해 자율주행, SW 솔루션, 콘텐츠 등 미래 모빌리티 영역의 신규 기회를 적극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전장 사업의 경쟁력을 방증하는 수주잔고는 올 연말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HVAC) 사업 또한 2030년까지 매출액을 두 배 이상 성장시켜 글로벌 탑티어(Top-Tier) 종합 공조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북미, 유럽 등 주요 지역에 연구개발부터 생산, 영업, 유지보수로 이어지는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ESS(Energy Storage System, 저장) ▲HEMS(Home Energy Management System, 관리) ▲VPP(Virtual Power Plant, 가상발전소) 등 에너지 서비스화 영역에서도 선제적으로 준비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빌트인 가전의 경우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와 유럽 공략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톱 5 브랜드로 육성시킬 것"이라며 "상업용 디스플레이는 버티컬(Vertical, 특정 고객군)별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며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버스·전기차 충전 등 미래 먹거리 발굴 박차
LG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기차 충전, 메타버스 등 미래 영역에서도 성장 모멘텀 발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수 년간 시장현황과 사업모델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휴대폰, 태양광 등의 한계 사업을 과감히 종료한 바 있다. 대신 미래 고성장 영역에 자원을 집중해 왔는데, 향후에도 높은 잠재력이 예상되는 신사업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북미이노베이션센터(NAIC)가 중심이 돼 전략적 투자(Strategic Investment)를 이어간다. 현재 북미이노베이션센터의 투자 규모는 지속 확대되는 추세로, 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 원격의료기업 암웰(Amwell)과 함께 북미에서 비대면 원격진료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향후 예방 및 사후관리 영역으로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단순 충전기 판매에 그치지 않고 관제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LG전자는 최근 자회사 하이비차저(HiEV Charger)를 통해 국내향 제품 4종을 출시했으며 내년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 아시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한다. 연내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추가 생산기지 구축도 시작할 계획이다.
메타버스 영역에서는 폭넓은 전략적 협업관계를 구축한다. 혼합현실(MR, Mixed Reality) 기기는 글로벌 유력 플랫폼사와 공동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R글라스 고도화 및 콘텐츠 제작 생태계 구축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TV 등 대화면에서 보다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지속할 예정이다.
◆"첫째도, 둘째도 고객"…CX·DX 중심 역량 강화
이 외에도 LG전자는 고객경험(CX)과 디지털전환(DX)를 조합하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온라인브랜드샵을 앞세운 소비자직접판매(D2C)를 강화하고, 젠지(Gen-Z, Z세대)와 소통하는 팝업스토어 운영을 확대할 예정이다. LG전자가 지난해부터 전국에 운영한 팝업스토어 누적 방문객은 60만 명에 달한다.
신제품 기획과 개발에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을 이해하고 숨은 니즈를 발굴하기 위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고객데이터 분석시스템 '라이프그라피(Lifegraphy)'나 모든 고객 접점에서 수집되는 고객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전사 플랫폼 'IC 360(Intellytics Customer 360)' 등이 대표적이다.
조직역량 차원으로는 CX(고객경험)센터 주도의 고객행동 연구를 통해 LG전자의 핵심 고객경험을 정의, 제품과 서비스에 더 활발하게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또 고객경험여정 전 단계에서의 경험 혁신을 위한 노력도 이어갈 예정으로 ▲비대면 수어 화상상담 및 장애인 케어 서비스 ▲서비스센터 수어 안내 키오스크 ▲시니어 전용 상담서비스 및 LG베스트샵 매장 내 안전∙IT∙문화강좌 등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워룸 태스크'로 자신감 얻은 조주완…'리인벤트 LG전자' 선포
LG전자의 이 같은 변화는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전사 워룸 태스크(Task)의 성과가 바탕이 됐다. 조 사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워룸 태스크를 가동하며 실적 및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LG전자의 연결기준 2분기 실적은 역대 2분기 중 매출액은 최대, 영업이익은 두 번째를 달성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았다. 또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도 뛰어 넘었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LG전자는 사내 조직문화부터 고객과의 접점에서 표현되는 브랜드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또 지역과 세대를 초월해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코닉(ICONIC)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내부적으로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위해 조직문화 혁신 캠페인 '리인벤트(REINVENT) LG전자'를 선포했다. 구성원 스스로가 즐거운 변화를 만들어 새로운 LG전자를 재가동하기 위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ESG(환경·사회·지배) 경영활동에도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며 "고객이 ESG에 공감하고 함께 참여하며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다양한 활동을 적극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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