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도핑 양성 이야기 해놓고' 김연아 金 뻬앗은 소트니코바 "누구도 내게 중요한 것 빼앗을 수 없어"

박찬준 2023. 7. 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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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누구도 내게 중요한 것을 뺏을 수 없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여왕'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적반하장이었다. 12일(한국시각) 소트니코바는 자신의 SNS에 '지난주 내내 나와 우리 팀, 주변 사람들은 갑자기 부풀려진 미디어 보도에 대한 견해를 듣기 위해 엄청난 양의 전화와 메시지를 받았다'며 '모두가 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난 이런 정보가 항상 인용되고 많은 조회수를 얻을 것임을 이해한다. 그러나 언론은 이미 내가 금지된 약물을 사용했다고 했다. 여러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느냐'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소트니코바는 6일 러시아의 인플루언서인 릴리아 아브라모바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2014년 도핑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며 "난 두 번째 테스트를 받아야 했고, 다행히 두 번째 샘플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징계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인터뷰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 피겨선수 카밀라 발리예바에 관한 주제로 이뤄졌다. 소트니코바는 러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올림픽에서 압박받는 느낌에 관한 질문을 받았고, 본인의 경험담을 공개했다.

소트니코바의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도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약물 투여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트니코바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의 조직적인 약물 투여 실태를 조사한 2016년 도핑 의혹을 받기도 했다. 소트니코바는 2016년 12월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도핑 샘플 명단 자료에서 소변 샘플이 훼손됐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문제가 되자 해당 영상은 삭제됐다. 러시아 피겨계도 발 빠르게 대처했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연맹 알렉산더 코건 사무총장은 러시아 매체 스포르트루와 인터뷰에서 소트니코바의 발언에 관해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소트니코바는 SNS에 '난 '도핑이 발견됐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소치 올림픽 당시) 도핑 샘플에 긁힌 자국이 있었고, 그들(세계도핑방지기구 혹은 국제올림픽위원회)이 발견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샘플 훼손 흔적에 관해서도 '운송·보관 담당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소트니코바는 2014 소치 올림픽 금메달을 뺏기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도 표명했다. 그는 '누구도 내게서 중요한 것들을 가져가지 못할 것"이라며 "소치 올림픽, 시상대에서의 감동, 울려 퍼졌던 러시아 국가, 팬들의 응원과 전율, 조국을 위해 뛰면서 느꼈던 감정, 이 모든 것을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소트니코바는 논란의 인물이었다. 2014년 소치 대회 당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밴쿠버 챔피언이었던 김연아는 최고의 연기를 펼쳤지만, 은메달에 머물렀다. 소트니코바는 편파 판정 논란 속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었다. 소트니코바는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채 국제 무대에서 사라졌다.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 속 도핑 문제까지 붉어지며 그를 향한 의혹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한체육회도 움직였다. 대한체육회는 소트니코바의 도핑 의혹과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재조사를 요구하기로 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서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며 "해당 자료와 과거 사례 등을 모아 IOC에 소트니코바 재조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트니코바는 2014년 1차 검사에서 양성, 2차 검사에서 음성을 받았다고 본인의 입으로 말했다"며 "이는 매우 희박한 사례라 재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도핑 검사 기술이 향상된 만큼, 당시엔 확실하게 적발하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IOC가 대한체육회 요구를 받아들여 재조사에 나선다면, 2014년 수집한 소트니코바의 1, 2차 샘플을 다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규정상 채취한 선수들의 혈액 및 소변 샘플을 10년 동안 폐기하지 않는다"며 "IOC가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관련 의혹을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IOC가 재조사해 문제가 확인된다면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을 박탈할 수도 있다. 실제로 대회 종료 후 도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와 차순위 선수에게 메달이 전달된 사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역도 국가대표 출신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4위를 했지만, 동메달을 땄던 흐리프시메 쿠르슈다(아르메니아)의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돼 장 차관이 뒤늦게 동메달을 받기도 했다.

소트니코바의 메달이 박탈되면 김연아에게 금메달이 돌아간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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