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튀르키예 친서방 선회 배경은 경제위기와 푸틴 위상 약화 등"

강영진 기자 2023. 7. 1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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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나토 가입 반대 철회로 미 F-16 판매 승인 끌어내고
무산된 EU 가입 신청 되살리면서 국내서 정치적 승리로 포장
우크라 전쟁 동안 크게 늘린 러와 경제 관계 포기하지는 않을 듯
[빌뉴스=AP/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 시각)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2023.07.12.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을 계기로 친서방 노선으로 선회한 배경은 경제 위기와 국내 민족주의 강경세력 위축, 바그너용병그룹 반란으로 약화한 블라디미르 푸틴의 위상 등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분석했다.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반대를 철회함으로써 미 정부의 F-16 전투기 판매 제한을 풀 계기를 만들었다. 또 스웨덴이 이미 폐기된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지지하겠다고 천명함으로써 EU의 경제 지원에 대한 기대감을 되살렸다.

시리아 리비아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서방과 러시아 사이 줄타기

에르도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는 물론 이전의 시리아, 리비아 문제에서도 러시아 편을 들면서 러시아제 S-400 최신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고 에너지를 싼 값으로 사들이며 러시아의 투자도 유치하는 등 이익을 도모해왔다.

따라서 이번 노선 변경으로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 줄타기를 해온 튀르키예의 입장이 전면적으로 바뀌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튀르키예의 노선 변경의 배경으로 3가지 요인을 꼽는다. 우선 에르도안이 지난달 바그너용병그룹의 반란의 여파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취약해졌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경제난으로 외화유출이 심해지는데도 금리를 계속 낮춰 외화난이 갈수록 악화해온 점도 큰 요인이다. 세 번째로 지난 5월 대선에서 국내 민족주의 정서를 부추겨 간신히 승리한 뒤 에르도안 대통령은 더 이상 민족주의 및 반서방 분위기를 덜 의식해도 될 형편이라는 점도 꼽힌다.

튀르키예의 중기적 미래는 유럽에 달려

러시아 주재 튀르키예 대사 출신 야당 의원 아이딘 세즈긴은 “튀르키예는 서방의 일원이며 튀르키예의 중기적 미래는 서방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반대를 철회하면서 미국과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됐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에르도안 정상회담 몇 시간 전 미 정부가 F-16 전투기의 튀르키예 판매를 지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에르도안은 11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 이전의 회담들은 준비 운동이었다. 우린 이제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이 수십 년 묵은 EU 가입 신청을 다시 제기한 일은 이례적이다. 튀르키예의 EU 가입 문제는 에르도안이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야당 세력을 탄압하면서 사실상 무산된 사안이었다. 독일, 프랑스 등 EU 주도국들이 튀르키예의 가입을 거부해왔고 이는 튀르키예에서 반서방 정서가 커지는 이유로 작용했다.

EU 가입 쉽지 않을 전망

스웨덴이 EU 가입 신청을 지지한다고 천명하자 에르도안은 이를 정치적 승리로 포장하고 있다. 튀르키예 친정부 신문 사바는 톱기사 제목으로 “튀르키예가 모든 것을 얻어냈다”였다.

그러나 서방 당국자들은 에르도안의 노선 변경에 여전히 냉소적이다. 민주인사를 투옥하고 법치를 후퇴시킨 것이 EU 가입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EU 가입과 비자면제 협정을 협상을 시작하는 것에 일부 EU 회원국들과 유럽의회가 강력히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비자면제 협정은 유럽의회가 인준해야 효력이 생긴다.

한편 에르도안이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경제관계를 후퇴시킬 가능성은 매우 적다. 나토회담 직전 에르도안은 푸틴이 다음 달 튀르키예를 방문하길 희망한다고 말해 러시아와 관계를 이어나갈 것임을 밝혔다.

에르도안은 우크라이나 전쟁 내내 대러 교역을 크게 늘리며 러시아에 부족한 외화 공급원 역할과 러시아의 무기 제조에 필요한 부품 공급원 역할을 했다. 무역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튀르키예로부터 수천 만 달러 상당의 군사 물품을 수입했다.

그러나 에르도안은 러시아의 경제 지원만으로 지난 몇 년 동안 화폐가치가 90% 이상 하락한 극심한 튀르키예의 경제난을 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더해 푸틴의 위상이 약화한 것이 에르도안이 친서방 노선 선회를 결정한 중요 요인이 되고 있다.

러 스웨덴 가입 동의 문제 안 삼아

러시아는 튀르키예가 스웨덴 나토 가입 반대를 철회한 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튀르키예는 나토의 회원국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다. 이는 비밀이 아니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장밋빛 색안경을 쓴 적이 없다”고 논평했다.

에르도안은 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불가능함을 감안할 때 상징적 행보에 불과하지만 러시아의 신경을 긁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 전쟁 동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착실한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여러 차례 포로교환 협상,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상을 성공시켰다. 튀르키예가 우크라이나에 판매한 바이락투르 드론은 전쟁 초기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에르도안은 또 포로교환 협상에 따라 전쟁이 끝날 때까지 튀르키예에 남기로 한 우크라이나 아조우 연대 지휘관 다섯 명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데려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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