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터뷰] ‘NBL 계약’ 이현중 “도전은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실적은 꽤 좋지 않다. 유타 서머리그에서와 달리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출전시간이 아직 '0분'이다. 그래서 기자 역시 인터뷰를 위해 만나러 가면서도 적당한 타이밍일지 고민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일 뿐. 여러 새로운 도전과 계획이 그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현중은 담담하게 자신의 상황과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본 인터뷰는 NBL 계약 발표 하루 전에 진행되었다.)
현재 서머리그를 치르고 있는 소감은?
기쁘다고 하기도 전에 하루 훈련하고 바로 유타에서 서머리그가 시작됐어요. 좋아할 틈도 없이 바로 준비에 돌입했죠. 정신없이 LA에 있다가 필라델피아에 갔다가 하루 지내고 유타에 갔다가 여기에 왔어요. 정신없이 보내고 있지만, 기회를 받은 것 자체가 뜻깊죠. 작년 이 무렵에는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잖아요. 정말 힘든 시기였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 좋은 기회였습니다.
정말 일정이 빠듯했는데 팀 훈련을 할 시간이 있었는지?
유타 가기 전 이틀 전에 모여 하루는 피지컬 테스트를 하고, 하루는 팀 훈련을 했어요. 한 번 훈련했어요. 경기하면서 맞춰가야 한다고 했었어요. 아무래도 서머리그가 투웨이 계약을 한 선수도 있고 2년차 선수들도 많고 각자가 보여주려는 대회다보니 힘들 거라는 예상도 했었어요.
'감독 결정으로 인한 DNP(Did Not Play)'도 뜨고 있는데 어떤가.
처음에는 답답했죠. 차라리 못하면 못하는 부분을 연습해야지 했는데, DNP가 되면 어찌할 도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계속 준비하려고 했던 거 같아요. 이것도 어쨌든 경험이잖아요. 제가 한국에서 뛰었다면 이런 걸 경험할 일이 없었다고 생각해요. 어떤 힘든 상황이 와도 멘탈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다음을 준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우울하게 있으면 저만 손해이니까 어떻게 헤쳐 나가고, 어떤 방식으로 훈련해야 할 지 생각하고 있죠.
식서스는 다들 앞선에서만 너무 우당탕탕하는 느낌인데?
감독님도 실책을 줄이자고 하세요. 실책이 많긴 하지만 좋은 플레이도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우리 팀에 가드들이 많은 편이고, 그래서 제가 4번을 맡은 경우도 있고요. 그런 부분에서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직접 겪어본 닉 널스 감독은 어땠는지.
NBA 우승을 했으니까. 제가 모르는 팁들을 선수들에게 많이 알려주세요. 수비할 때 어느 정도 손질을 해도 파울을 안 분다. 그러니 밀고 들어가라는 노하우를 주시고, 공격에서는 다른 팀들과 같이 드라이브 & 킥, 코너 3점슛 빼주고 그런 걸 좋아하시는데 아직은 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선수들이 어떤 플레이를 하시든지 그냥 두시는 것 같아요. 어차피 서머리그니까.
라스베이거스 날씨는 적응할 만 한지. (인터뷰 당일 라스베이거스 야외 온도는 41도였다.)
너무 더워요. 걸어다니지를 못하겠어요. 아침에 훈련하려고 잠깐 걸어갔는데 정말 힘들었죠.
서머리그 기간에는 팀원들이 같이 먹고 같이 이동하는지?
식사는 각자 알아서 먹어요. 선수들이 배달음식도 시켜먹죠. 같이 움직이는 건 버스타고 같이 가요. 훈련하거나 웨이트 트레이닝, 경기할 때 같이 이동하죠. 팀원 중에서는 원래 알고 지내왔던 그렉 브라운 III나 DJ 스튜워드, 쏜 메이커의 사촌인 마커 메이커 등과 가까운 편이에요.
랜덤이더라고요. 필라델피아 가니까 선수들에게 등번호를 막 주더라고요. 아마도 1군이랑 번호가 겹치면 안 되니까 그런 것 같아요. 뉴욕 닉스 캠프에서는 71번을 썼어요(웃음).
G리그와 서머리그의 차이점이 있나.
G리그를 많이 경험한 건 아니지만, G리그가 손발이 더 잘 맞는 편이죠.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G리그는 NBA와 추구하는 것이 비슷해서 그런게 더 잘 맞고요. 베테랑 선수들도 있다보니 더 나은 편이죠. 반면 서머리그는 기간도 짧고 각자들 일자리를 찾는 경우도 있어 우당탕탕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신인 선수들이 의욕을 앞세워 하는 플레이가 많으니까요.
지금 컨디션은?
좋아요. G리그 때보다 훨씬 좋아요. 발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고 많이 좋아졌어요. 운동능력이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다 보니 그걸 채우고 싶어요. 채운다고 해도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한계가 있으니 어떻게 메워야 할 지 생각하고 있죠.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지금 이런 과정이 되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만족하지 않고 계속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에 의미를 안 두고 있어요. 스스로 만족할까봐. 그래도 마음이 조급해질 때마다 친구들이나 김효범 선생님이 ‘너 한국인 최초다’라고 해준 말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자신감은 잃지 않되 만족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여기서 머물지 않고 나아가려고 합니다.
출전시간이 짧다 보니 실수를 해도 그걸 만회할 기회가 다시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그럴 때는 어떤지.
기회를 많이 안 준 것도 아니라 생각해요. 40분 중에 8분이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상황에서 만회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죠. 어떤 식으로 해야 할 지 생각하고 들어갔어야 하는데 그런 게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무득점, DNP 등으로 경기를 마치고 나면 연락이 많이 와요. 제가 네이버 스포츠에 연재하는 글에도 댓글이 달리는데 알림이 뜨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알림들을 다 꺼뒀어요. 물론 그 분들 때문에 힘든 건 아닌데 신경이 쓰여서 알림은 다 꺼놓고 이 주어진 상황에서 제가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기에 투입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기를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우리 팀 자체가 캐치 앤 슛이 좋지 않고 신장이 작다보니 리바운드도 약한 것 같아요. 어린 팀이다 보니 커뮤니케이션도 떨어지고요. 그런 부분에서 1분이든 몇 분이든 투입되면 죽을 각오로 이런 부분들을 하면서 뛰어야 할 거 같아요. 안 뛰더라도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찾아서 나아가고 싶습니다. 기분 상해서 가만있는 것도 어린 애 같고요. 예전에 김연경 선배님께 압박 같은 것을 어떻게 컨트롤 하냐고 물었을 때 ‘스타가 되려면 압박과 같이 가야 한다. 즐겨야 한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압박을 받고 사람들이 무시하고 그런 것들이 있을 때도 즐기고 상처받지 않고 그걸 자극제 삼아서 나를 끌어올려야 한다고요. 그 말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본인에게 올 수 있는 최고의 상황은 무엇인가.
사실 이렇게 농구하면 냉정하게 힘들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팀의 일원이라 생각하고 남은 일정을 소화하고 싶습니다. 제게 올 수 있는 최선의 상황은 트레이닝 캠프 계약, 투웨이 계약입니다. 그 부분을 노릴 것이고, 계속 도전할 것입니다.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기대한 만큼 못 보여드려서 실망하신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끝났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성공을 할 것이라 장담하진 못하겠지만 계속 지켜봐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데까지 하고, 과정도 경험이라 생각하고 버티고 잘 배워서 더 좋은 선수가 되겠습니다.
인터뷰 다음 날인 11일(한국시간) 오전 9시 호주리그(NBL) 일라와라 호크스가 이현중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서머리그 직전, 계약 협상 내용이 유출되어 소셜미디어에 먼저 알려지는 탓에 곤혹을 치렀지만 이제는 공식적으로 일라와라 호크스 선수가 되어 NBL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등록되었다.
‘루머’가 최초 보도되었을 무렵, 보스턴 셀틱스 캠프에 참가하고 막 집으로 돌아왔던 이현중은 “많이 놀라웠고, DM으로도 ‘왜 도전도 안 해보고 도망가냐’는 말이 들려와 당황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계약 기간은 3년이며 만일 NBA 구단과 협상이 잘 되어 부르는 곳이 있을 경우에는 NBA 진출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조항도 있다. 또한 시즌이 타 리그에 비해 일찍 끝나는 NBL 특성상, 시즌 종료 후 타 리그에서 뛰는 것도 허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현중이 소속된 필라델피아 76ERS는 애틀랜타 호크스(14일), LA 클리퍼스(15일)와 경기한다.
#사진_손대범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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