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대국민 호소 "방송법 개정 받아들이기 어렵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의철 KBS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열린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6.08.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KBS 김의철 사장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김 사장은 12일 "어제 국무회의에서 텔레비전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된 개정안은 유예기간도 없이 즉시 시행됐다. 올해 3월 대통령실의 온라인 국민제안을 시작으로 시행령 개정 절차가 진행된 지 약 석 달 만"이라며 "이번 개정은 꼭 필요한 합의와 심의 절차를 무시하고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막무가내식 개정을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지만, 문제점을 밝히는 일에 앞서 KBS 경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들께 용서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KBS가 상업 방송사들이 하기 어려운 공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존재 가치를 국민들께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반성한다. 스스로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최근 KBS 구성원들에게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선포했다. 내외부에서 지적 받은 공정성과 경영 효율화에 관해 부족한 부분을 살피고 고쳐나가겠다고 선언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 사회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분골 쇄신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김 사장은 "이러한 노력이 진정한 결실을 맺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35년간 바뀌지 않은 방송법을 달라진 사회 환경에 맞게 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정부는 방송법을 방치한 채 1994년 이후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공적 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한 수신료 통합징수 제도를 어떠한 구체적 검토와 논의 없이 부정확한 온라인 토론 결과 하나만을 근거로 초고속으로 폐기했다"고 짚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KBS가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데 사용해야 할 수신료 약 2000억원 이상을 징수 비용으로 낭비할 수밖에 없다. 공익적 프로그램 축소·폐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수신료가 분리징수 되더라도 방송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는 유지된다. 국민들이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사회적 혼란과 갈등으로 인해 국민 불편이 오히려 가중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와 혼란을 초래할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KBS는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KBS는 지난달 헌법재판소에 입법예고 등에 관한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이날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제한 방송법 시행령 43조2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도 제출했다. 김 사장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겠다"며 "그동안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수신료 결합고지가 정당하고 납부 거부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여러 차례 내렸다. KBS는 법률대응을 통해 정부가 강행한 수신료 분리고지 조치가 공영방송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지 확인하고, 어떤 형태의 수신료 징수방식이 국민 대다수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지 살필 것"이라고 했다.

정부에도 호소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심사위원회의 권고를 선택적으로 이행하지 말라"면서 "공영방송 제도가 적절히 운영 돼 국민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누리고, 미디어 시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영방송의 책무와 그에 걸맞은 재원 구조 전반에 관한 충분한 숙고와 논의 절차를 마련해달라"고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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