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KB스타즈 강이슬의 목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

손동환 2023. 7. 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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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6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5월 15일 오전에 이뤄졌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청주 KB스타즈는 2021~2022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 여름에 열린 박신자컵을 포함하면, 트레블을 달성했다. 그러나 2022~2023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도 가지 못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겼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비시즌 훈련을 빨리 시작했고, 자존심 회복을 위해 땀 흘리고 있다. KB스타즈의 슈터인 강이슬도 마찬가지였다.

의미 있는 도전
강이슬은 2020~2021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로 변모했다. 원 소속 구단인 하나원큐를 포함해, 전 구단과 동시에 교섭할 권리를 지닌 2차 FA. 그래서 강이슬의 주가는 높았다.
강이슬은 계약 기간 2년에 2021~2022시즌 연봉 총액 3억 9천만 원(연봉 : 3억 원, 수당 : 9천만 원)의 조건으로 KB스타즈 유니폼을 입었다. WKBL 최고의 빅맨인 박지수와 함께 팀의 원투펀치를 이뤘다.
박지수의 부담을 덜어준 강이슬은 KB스타즈를 더 막강하게 했다. 덕분에, KB스타즈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왕조를 구축했던 우리은행을 3전 전승으로 제압했다. 강이슬은 데뷔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우승 트로피를 만진 강이슬은 휴식을 취하지 않았다.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 WNBA 워싱턴 미스틱스가 강이슬을 트레이닝 캠프로 초청한 것. 강이슬의 도전은 비록 결과로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농구를 경험한 건 강이슬에게 큰 의미였다.

2021~2022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했지만, 쉴 틈이 없었습니다.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해야 했는데요.
시즌 중에 영어 공부를 조금씩 했고, (박)지수에게도 미국 생활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를 물어봤어요. 그렇지만 준비할 시간은 실질적으로 부족했어요. 팀 일정도 중요했고, 시즌 종료 후 이틀 만에 미국으로 가야 했거든요. 다만, 다치지 않기 위해 보강 운동을 했고, 어떤 마음으로 운동해야 할지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멘탈을 다잡으려고 노력했어요.
WNBA 입성에는 실패했습니다. 아쉬움이 컸을 것 같아요.
2~3년 전에도 제의를 받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미뤄졌습니다. 그때 실패를 경험했다면, ‘내년에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저는 작년에야 기회를 얻었습니다. 트레이닝 캠프에 포함된 멤버 중 나이가 많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더 아쉽고 허탈했어요. 또, 실패했다는 마음이 크더라고요. 인생에서 그 정도의 좌절을 느낀 경험이 별로 없었거든요.
하지만 미국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미국으로 또 한 번 가고 싶어요. 그런 기회가 저에게 생겼으면 좋겠어요. 미국에서 배운 것들이 많았거든요.
가장 많이 배운 건 어떤 거였나요?
(한국에 있었다면) 팀을 옮기거나 변화를 겪지 않는 이상, 지금의 위치에 만족했거나 안주했을 거예요. 하지만 미국을 가게 되면서, ‘도전’이라는 걸 할 수 있었어요. 제가 가진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성과를 위해 노력했던 것도 좋았고요. 그래서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미국을 한 번 더 가보고 싶어요. 그런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빠져버린 기둥
KB스타즈의 기둥은 단연 박지수다. 196cm의 키를 활용한 제공권 싸움과 골밑 수비, 196cm의 키에 어울리지 않는 기동력과 스피드에 농구 센스까지. 그래서 박지수와 함께 하는 동료들은 든든함을 느끼고, 박지수를 상대하는 선수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 박지수가 지난 2022년 8월 전열에서 이탈했다. 공황장애가 발병했기 때문이다. 신체가 아닌 마음의 문제이기에, 박지수의 복귀 시기를 장담하기 더 어려웠다.
김완수 감독을 포함한 KB스타즈 선수들 모두 ‘박지수 없는 시즌’을 생각해야 했다. 강이슬이 박지수의 빈자리를 가장 많이 체감할 것 같았다. 강이슬의 팀 내 비중은 박지수 다음으로 높기 때문이다.

박지수 선수가 이탈했습니다. 여러 생각이 드셨을 것 같아요.
(지수가 이탈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몸이 안 좋은 건가?’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그런데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거였더라고요. 아무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어서, 아무 것도 가늠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지수가 건강해야 될 텐데... 지수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크게 들었습니다. ‘지수가 편하게 돌아오려면, 우리가 잘 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도 들었고요. 책임감을 더 가지려고 했고, 준비 과정 또한 더 디테일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팀도 저도 결과적으로는 보여주지 못했어요.
해야 할 일도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에이스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팀원들을 잡아줘야 해요. 지수가 저희 팀에서는 그런 역할을 했죠. 그렇지만 그런 에이스가 빠졌기에, 제가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지수랑 뛸 때에는 체력 조절을 코트에서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수가 없을 때에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모든 것에 100%를 쏟아야 했거든요.
동료들과 맞춰야 할 것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원래대로라면, 지수가 (2022년) 10월이나 11월에 복귀 예정이었어요. 그래서 다들 지수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동시에 대비했어요. 지수 없을 때에는 더 빠르게 뛰고, 더 많이 뛰는 걸 연습했죠. 하지만 지수가 예상보다 늦게 돌아와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아요. 꼬였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꼬여버린 시작
KB스타즈는 2022~2023 공식 개막전에 나섰다. 개막전 상대는 신한은행. 김단비 없는 신한은행이었기에, KB스타즈도 ‘승리’라는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었다.
KB스타즈는 경기 내내 신한은행과 팽팽했다. 4쿼터는 물론, 1차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차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강이슬이 연장행을 주도했다. 3점 4개를 포함, 19점 3어시스트 2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코트에 서지 못했다. 5반칙으로 경기 중반 물러났기 때문이다. KB스타즈도 77-84로 패배. KB스타즈의 시작은 많이 꼬여버렸다.

신한은행과 2022~2023시즌 공식 개막전을 치렀습니다. 김단비 없는 신한은행이었기에, 해볼만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요.
저희도 자신 있었어요. 경기 내용 또한 앞섰다고 생각했고요.
절정의 슈팅 감각을 보여줬지만, 5반칙을 당했습니다. 팀도 접전 끝에 졌고요.
제가 5반칙으로 물러난 후에, 경기가 뒤집혔어요. 중요한 선수라면, 경기를 끝까지 뛰는 것도 실력이자 책임감인데... 저는 그 경기에서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개막전 패배의 여파가 시즌 내내 이어졌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희도 그렇게 생각해요. 시소 경기에서 진 게 아니라, 많이 이기던 경기를 뒤집혔거든요. 지면 안 되는 경기를 졌기에, 멘탈이 더 흔들렸다고 생각해요.
물론, 반등할 수 있는 기회도 몇 번 있었어요. 몇 경기 정도 생각이 나는데, 주어진 기회를 못 잡았어요. 아쉽긴 하지만, 지나간 거니까...(강이슬은 이 대목에서 씁쓸하게 웃었다)

풀지 못한 실타래
개막전에서 패한 KB스타즈는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21~2022시즌과는 너무 다른 행보. 게다가 강이슬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의 부상 혹은 코로나19 확진도 있었다.
호재도 있었다. 박지수가 시즌 중에 돌아온 것. 하위권에 머물렀던 KB스타즈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그렇지만 박지수의 몸이 완전치 않았고, KB스타즈의 경기력 역시 예년과 달랐다. 그리고 박지수가 좌측 중지 탈골로 시즌 아웃. KB스타즈의 희망은 점점 사라졌다.
KB스타즈는 결국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결과와 마주했다. 2021~2022시즌 삼성생명에 이어, WKBL 역대 2번째로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한 디펜딩 챔피언이 됐다. 팀 자체적으로는 12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KB스타즈와 강이슬 모두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KB스타즈가 시즌 내내 고전했습니다.
이유를 찾자면, 제가 못해서였다고 생각해요.(웃음) 3점슛 성공률 차이를 빼면, 기록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하지만 3점슛 성공률이 너무 떨어졌어요. 또, 평균치가 너무 없었어요. 제가 그랬기 때문에, 팀도 어려웠다고 생각해요.
희망을 품은 시기도 있었습니다. 특히, 박지수가 돌아왔을 때, 선수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에이스의 복귀는 환영해야 할 일입니다. 다른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는 계기도 되고요. 또, 그때만 해도 몇 경기만 잡는다면, 플레이오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어요.
‘KB스타즈가 플레이오프에 올라간다면 우승도 가능하다. 박지수의 몸 상태가 플레이오프에서 절정일 거고, 나머지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기 때문이다’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저희 역시 그런 희망을 안고 있었습니다.(웃음) 상상은 좋은 거니까요.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죠.(웃음)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됐습니다.
하나원큐에서 에이스로 뛴 적도 있고, 지수의 자리를 메워야 한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선수단 구성을 보면,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는 팀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저조차도 경기력이 좋지 않았고, 저의 책임감 또한 부족했습니다. ‘나 때문인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AGAIN 2021~2022
강이슬은 2022~2023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또 한 번 얻었다. 그러나 강이슬은 2년 전처럼 팀을 옮기지 않았다. 계약 기간 3년에 2023~2024 연봉 총액 3억 5천만 원(연봉 : 2억 8천만 원, 수당 : 7천만 원)의 조건으로 KB스타즈와 재계약했다.
FA 계약 직후 팀에 곧바로 합류했다. 6월부터 열릴 아시아컵 출전을 위해 대표팀으로 차출됐지만, 그 전까지 팀 훈련에 모든 걸 집중했다. 2021~2022시즌처럼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다.

2022~2023시즌 종료 후 또 한 번 FA 자격을 얻었고, KB스타즈와 재계약했습니다.
우선 다른 팀의 연락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연락을 받았다면, 조금은 고민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팀도 저도 자존심을 많이 다쳤고, 팀과 저의 목표 또한 동일했어요. 그래서 재계약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KB스타즈가 비시즌 훈련을 이전보다 빨리 시작했습니다. 어떤 걸 하셨나요?
팀원들은 전지훈련 때문에 몸을 빨리 만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시즌 내내 발목이 너무 안 좋았어요. 보강 운동을 많이 했어요. 감독님께서도 그런 점을 배려해주셨고요.
그러던 찰나에, 대표팀으로 차출됐습니다.
휴가 중이었던 선수들도 있고, 비시즌 훈련을 시작한 선수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라트비아 전지훈련과 아시아컵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래서 비시즌 훈련할 때부터 아시아컵에 맞춰, 몸을 만들려고 했어요. 비록 통증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만들지 못했지만, 조금 더 속도를 내야 해요. 제가 아프다고 해서, 배려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제가 더 열심히 운동하는 방법 밖에 없어요. 제 몸에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고요.
목표가 조금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팀 목표는 무조건 우승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상이나 보이는 기록보다, 경기 내용의 전반적인 퀄리티를 올리고 싶어요. 저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는 시즌을 만들고 싶어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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