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국정조사하자”
정부·여당에 국정조사 공식 요청
“사태 본질은 예타 통과한 종점이
정권 바뀌자마자 바뀌었다는 것”
국민의힘 “정쟁 확대 의도” 반대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을 규명할 국정조사를 시작하자고 정부·여당에 공식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는 조자룡의 헌 칼 쓰듯 마구 휘두르는 것이 아니다”(전주혜 원내대변인)며 반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에 공식적으로 국정조사를 시작하자고 요청한다”며 “왜 고속도로 종점을 바꿨는지 구체적이고 상세한 경과와 사실을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의 진상을 은폐하려는 윤석열 정권의 거짓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하는 말마다 거짓말이라고 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양평군의 요청으로 종점이 변경됐다는 정부 해명이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올해 2월까지도 양평군은 종점 변경에 소극적이었다”며 “국토교통부 공개 자료에도 당시 요청한 것은 나들목(IC) 설치였는데 느닷없이 노선과 종점이 김건희 여사 일가 땅으로 변경됐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특히 이러한 변경안은 국토부 자체 용역을 통해 마련됐고 양평군에 제안한 것도 국토부였다”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호 과제가 대통령 처가 특혜 몰아주기였나”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한 고속도로 종점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대통령 처가 땅 근처로 바뀌었다는 것”이라며 “누가 왜 멀쩡한 고속도로 위치를 바꾸었나. 정부가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다면 당당하게 그 경과를 밝히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이 국정조사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며 “객관적 자료를 가지고 관련자들의 증언을 확실하게 확보해서 진상이 무엇인지, 누가 종점을 바꿨고 왜 바꿨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토부가 이 일을 구체적으로 담당하고 있지만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은) 대통령 공약이고 대통령이 관할하고 있는 주요 국정사무”라며 “미룰 게 아니라 대통령이 누가 왜 어떤 경위로 고속도로 종점을 바꿨는지 답해야 한다. 대통령의 답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회의 말미에 예정에 없던 발언을 자청해 “윤석열 정권은 그야말로 놀부 심통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속도로 종점을 옮기는 게 문제가 있으면 전문가들이 다 점검하고 인정한 대로 원래대로 하면 되는데 왜 백지화를 하나.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 호박에 말뚝 박는 심사 아닌가”라며 “국정은 놀부 심술부리듯이 장난하듯이 이랬다저랬다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 야당 단독 추진 가능성에 대해 “정부나 여당이 국정조사를 거부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며 “국정조사 불응은 곧 이번에 고속도로 종점을 옮기는 것이 부당하고 불법적인 행위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조사 대상에 윤 대통령도 포함되냐는 질문엔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누구를 미리 특정해놓을 필요는 없고 있는 사실 그대로 모든 영역에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민주당에 사과를 요구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는 “김 대표가 아무리 사실을 왜곡하고 이상한 소리를 해도 양평 고속도로는 대통령 처가 땅 투기를 돕는 명백한 잘못된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선정한 용역회사가 변경된 노선을 제안했다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며 “정권이 바뀐 뒤에 노선이 바뀐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뿐만 아니라 운영위원회를 소집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경기도의회 차원에서의 특별감사도 필요하다”며 “이 과정을 통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경우 당장 국정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내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 추진위원회’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통합해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새 특위 공동위원장은 강득구·최인호 의원이 맡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정쟁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라고 반대했다. 그는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정쟁하고 정치적으로 선동하는 것보다, 사업이 중단 위기에 봉착해 있으니 정쟁을 걷어내고 지역 주민의 뜻을 어떻게 받들지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통상 이런 이슈에 대해선 여당이 소극적으로 상임위 개최를 미루거나 개최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양평 고속도로 문제와 관련해 가짜뉴스 선동이 횡행하기에 적극적으로 설명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상임위 개최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사업 재개 여부에 대해 “정쟁 요소가 걷히고 나면 지역 주민 뜻을 당연히 받들어야 한다. 주민 뜻을 받들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자꾸 선동하고 정쟁화하는 상황에서 국토부 입장에선 어느 안으로 결정하기도 그런(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게 틀림없지 않으냐”고 주장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의 선동으로 인해 애꿎은 양평군민들이 피해 보고 있다. 폭염에 고생하는 국민들을 짜증 나게 하고 있다”며 “지금은 정쟁을 거두고 오로지 양평군민들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대안 노선을 제시한 용역업체에 항의 전화와 홈페이지를 마비시키고 있다는데, 이재명 대표는 한가롭게 국정조사를 운운할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선동 정치를 사과하고, ‘개딸’들에게 자제를 요청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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