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법학계도 제동…“취지는 공감, 하지만 너무 빨라”

2023. 7. 1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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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학계를 대표하는 국내 학자·변호사들이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입법 추진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주최한 '노동조합법 제2조·제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문제점' 토론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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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노조법 2·3조 개정안 토론회서 우려 제기돼
학자들 “법리문제·통과시 혼란도 자명…숙고해야”
김용문(왼쪽부터)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준희 광운대 법학과 교수, 하갑래 단국대 행정법무대학원 교수,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희 한국공학대 지식융합학부 교수. [경총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법안의 의도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실행에 들어간다면 향후에 미칠 영향이 걱정된다. 숙고할 필요가 있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너무 빠른 속도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법안에서 좋은 부분은 무엇이고, 잘못된 부분은 무엇인지 토론하고 고민할 시간이 필요한데, 국회에서는 바로 입법하겠다고 한다.” (하갑래 단국대 행정법무대학원 교수·법무법인 수안 고문)

노동법 학계를 대표하는 국내 학자·변호사들이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입법 추진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주최한 ‘노동조합법 제2조·제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문제점’ 토론회에서다.

이날 자리에선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노조법 2조 발제, 이준희 광운대 법학과 교수의 노조법 3조 발제에 이어 하갑래 단국대 행정법무대학원 교수를 중심으로 법조·법학계 관계자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학자들은 법안에 모호한 부분이 많아 향후 산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 교수는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원청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노동법제의 특수성을 반영해 원청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은 신중해야 한다”면서 “무리한 사용자성 확대는 사용자 측에 대해 일방적으로 불측의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정안에 따라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할 경우 노동쟁의의 대상이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권리분쟁 및 정치·사회적 사안까지 확대될 수 있다”면서 “산업현장의 노사관계는 한층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희 교수도 “노조법 3조 개정안은 개별의무자별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른 개별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는 입법”이라면서 “개정안 규정은 우리나라의 쟁의행위 실태 및 현실을 외면하고 공동불법행위 법리 및 규율체계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문제 제기는 이어졌다. 이상희 한국공학대 지식융합부 교수는 “노란봉투법이 노사 당사자는 물론이고 산업현장에 강한 충격을 줄 수 있음에도 논의보다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만 부각이 되고 있다”면서 “다양한 노동 여건상 어려움에 대한 현실만을 강조하면서 노조법을 개정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현재의 해법은 너무 단순한 수단을 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원청과 하청 사이의 관계는 산업 구조적인 차원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라면서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푸는 데 고려할 복잡한 것들이 많은데, 대화와 타협의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용문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안에서 명확성이 결여돼 있어 법적인 안전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면서 “개정안이 ‘실질적’, ‘구체적’과 같은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런 상태에서 통과될 경우 산업현장에서는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현재 국회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야권과 노동계는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해 근로자·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3조 개정을 통해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경영계와 여권은 ‘무리한 입법’이라며 법 통과 시 산업계에는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회 내 다수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야권은 7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해 법안 통과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학계는 양측의 정쟁이나, 무리한 입법보다는 법안의 취지와 내용 숙고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 교수는 “노동 관련 이슈가 있거나 이처럼 입법의 움직임이 있으면 그때 학자들이 여기에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진행하기 시작한다”면서 “현재도 학자들이 법안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합리적 방향을 찾아가고 있는데, 그보다 빠른 속도로 입법이 추진되는 것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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