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내렸으니 이젠 우유”…‘밀크플레이션’ 막으려 칼빼든 정부 [푸드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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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공개 발언으로 '라면값 인하'를 관철시킨 정부가 이번엔 유업계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라면에 이어 제과·제빵업계도 일부 제품의 가격을 내렸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정부가 유업계에 협조를 요청하기 전에, 낙농가를 설득해 원윳값 인상 폭을 줄이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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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공개 발언으로 ‘라면값 인하’를 관철시킨 정부가 이번엔 유업계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달 7일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업계 10여 곳의 관계자를 불러 유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면서다. 낙농진흥회가 원유(原乳) 기본가격 조정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유제품 인상 폭을 줄여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식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12일 유업계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원유 가격 협상 과정을 주시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내심 억울함을 호소했다. 원윳값이 오르면 제품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라면에 이어 제과·제빵업계도 일부 제품의 가격을 내렸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정부가 유업계에 협조를 요청하기 전에, 낙농가를 설득해 원윳값 인상 폭을 줄이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업체의 가격 인상 폭은 원윳값 인상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9일부터 협상 관련 소위원회를 구성, 원윳값 인상에 대해 논의 중이다. 다만 소위가 원윳값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달 말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협상 시한도 이달 19일로 미뤄진 상태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원윳값이 ‘동결’ 되거나 ‘인하’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원윳값은 낙농가가 생산한 원유를 전량 정상 가격에 매입하는 쿼터제와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낙농가의 생산비가 증가한 것 또한 결정적인 가격 인상 요인에 해당된다.
농식품부가 올해부터는 낙농제도를 개편해 원유 가격 인상에 시장 상황도 반영하게 해 인상 폭을 하향했지만, 흰우유 1ℓ의 가격은 추석 전후를 기점으로 3000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ℓ당 원유 가격은 현재 996원으로, 최저 수준의 인상을 감안해도 1065원으로 6.9% 이상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인상 폭이다.
올해의 경우(ℓ당 69~104원), 제도 개편 전(ℓ당 104~127원)과 비교해 보면, 상승 폭이 분명 제한됐다. 그러나 최저 수준인 69원으로 인상 폭이 정해져도 지난해(49원)에 비해 여전히 상승 폭이 크다. 이번 원윳값이 인상되면 우유를 비롯해 치즈, 버터, 커피우유, 요거트 등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류 제품까지 가격 인상 여파가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라면값을 내리기 위해 농식품부는 지난달 26일 제분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국제 밀 가격 하락에 따라 밀가룻값을 내려달라 요청했다. 대한제분, CJ제일제당 등 제분업체들이 이에 응하면서 평균 5%가량 값을 내렸고, 이에 따라 일부 라면 가격이 5% 안팎으로 인하됐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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