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판 오이디푸스… ‘이해받을만한’ 살인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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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의 비극적인 영웅 오이디푸스를 모티브로 한 우루과이 화제작 '테베랜드'(사진)가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S와 페데리코는 아버지를 살해한 마르틴의 범죄에 경악하지만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학대당하고 멸시당한 그의 입장에서 사건을 보려 노력한다.
아버지에게 인간만도 못한 대접을 받아 파멸에 이른 아들이 살기 위해서 아버지를 죽인 것도 존속살해라 할 수 있는지 묻는 페데리코의 대사는 관객들에게 묵직한 한 방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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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속살해 주제로 한 2인극
인간관계 심오한 질문 던져
그리스 신화의 비극적인 영웅 오이디푸스를 모티브로 한 우루과이 화제작 ‘테베랜드’(사진)가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서울 중구 충무로아트센터 중극장에서 9월 24일까지 공연하는 연극은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된 오이디푸스의 행위, 즉 ‘존속살해’라는 주제를 가지고 관객에게 묵직하고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인간에게 정당화 할 수 있는 살인이 있는가.
두 배우가 155분 동안 막대한 양의 대사를 소화하는 이 작품은 우루과이 스타 극작가 세르히오 블랑코가 만들었다. 2013년 초연한 후 영국,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16개국 무대에서 매진 사례를 기록했고 오프 웨스트엔드 어워즈 작품상을 수상하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연극은 극작가 ‘S’, 아버지를 살해하고 감옥에 수감 중인 ‘마르틴’, 마르틴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배우 ‘페데리코’가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다. S는 마르틴을 주인공으로 연극을 준비하지만 내무부가 그의 무대 출연을 금지하자 그를 연기할 배우 페데리코를 섭외한다. S는 마르틴과의 대화를 통해 그를 알게 되고, 페데리코는 S와의 대화를 통해 마르틴을 파악한다.
연극은 세 인물의 모습과 관계를 통해 인간 관계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S와 페데리코는 아버지를 살해한 마르틴의 범죄에 경악하지만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학대당하고 멸시당한 그의 입장에서 사건을 보려 노력한다. 아버지에게 인간만도 못한 대접을 받아 파멸에 이른 아들이 살기 위해서 아버지를 죽인 것도 존속살해라 할 수 있는지 묻는 페데리코의 대사는 관객들에게 묵직한 한 방을 날린다. “만일 길을 가는 중에 누군가가 당신을 죽이려 갑자기 달려든다면, 스스로를 방어하기 전에 당신을 죽이려는 자가 아버지인지 확인하려 들 것인가, 아니면 방어와 반격을 서두를 것인가?”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작품은 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루할 틈이 없다. 배우들이 중극장 통로 사이를 드나들며 관객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통로에 앉기도 해 배우들을 가까이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소통도 할 수 있다는 점이 작품의 매력이다. 무대 위 철창이라는 공간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펼친다는 점도 신선하다. 또, 모니터를 활용해 관객을 완전히 등진 배우의 표정 연기를 자세히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다.
이주승·손우현·정택운(레오) 삼인방이 보여주는 상처받은 존속살해자와 그를 이해하려는 연기자를 자유롭게 오가는 1인 2역 연기도 관람 포인트다. 역할이 바뀔 때 복장, 헤어 스타일 등이 바뀌지 않지만 강렬한 연기만으로 어떤 캐릭터가 무대 위에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국내 무대는 2020 백상예술대상 백상 연극상과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신유청 연출이 지휘한다. 극작가 S는 이석준, 정희태, 길은성이 번갈아 연기하며, 1인 2역으로 마르틴과 페데리코를 오가는 역할은 이주승, 손우현, 아이돌 그룹 빅스의 멤버 정택운이 맡았다. 뮤지컬에서 활약해 온 정택운의 연극 데뷔 무대로도 주목받고 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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