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으로 얽힌 ‘극장가 사국지’… 여름 대전, 누가 웃을까
감독 · 제작자였던 류승완 · 김용화
1970년대 남해 범죄 활극 ‘밀수’
달 탐사 생존기 ‘더문’ 각각 내놔
‘백두산’ 서 만난 하정우 · 이병헌
외교관 납치사건 ‘비공식작전’
웹툰원작 ‘콘크리트…’ 로 격돌
올여름 극장가에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다. 국내 4대 배급사(CJ ENM, 롯데, 쇼박스, NEW)에서 큰돈을 들인 한국 영화들이 일제히 개봉하고,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을 시작으로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영화도 올여름을 선택해 유례없는 난전이 벌어진다. 그런데 여름이 극장가 최고 대목이란 건 옛말이 된 지 오래. 최근 4년간 여름 개봉 대작 영화들은 그 해 박스오피스 1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티켓 값 인상과 생활 방식 변화로 극장 가는 발길이 유례없이 줄어든 올해 여름, 박 터지는 경쟁에서 웃게 되는 이는 누굴까.
◇‘동지’에서 ‘적’으로
김용화·류승완 감독 등 천만 영화감독과 김혜수, 설경구, 이병헌, 하정우 등 천만쯤은 한 번씩 찍어 본 난다 긴다 하는 배우들이 올여름 극장가 혈투의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각별한 인연으로 얽히고설켜 있다. 감독과 배우, 제작자와 감독, 배우와 배우로 함께 호흡을 맞춘 ‘동지’에서 손익분기점이란 생존을 향해 서로를 밀어내야 하는 ‘적’이 됐다.
26일 개봉하는 ‘밀수’(NEW)를 연출한 류 감독과 8월 2일 개봉하는 ‘더 문’(CJ ENM)의 김 감독. 일주일 간격으로 맞붙는 둘은 류 감독의 전작 ‘모가디슈’에선 연출자와 제작자 사이였다. 김 감독의 쌍천만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의 주역 하정우·주지훈은 같은 날 개봉하는 ‘비공식작전’(쇼박스)의 주연을 맡아 김 감독과 정면 대결을 벌인다. 같은 달 9일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롯데엔터테인먼트)의 주연 이병헌은 앞서 하정우와 영화 ‘백두산’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다. ‘백두산’의 제작자는 누구였을까. 김 감독이다.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넣어둬
첫 타자인 ‘밀수’는 1970년대 밀수가 기승을 부리던 남해를 배경으로 찍어낸 범죄 활극이다. 감독과 주연 배우의 라인업이 단연 돋보인다. ‘군함도’ ‘모가디슈’ 등 그간 무거운 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류 감독이 장기인 경쾌한 리듬의 액션으로 돌아왔단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해녀로 변신한 김혜수, 염정아에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등 신구 스타들이 조화롭게 꾸려졌다. 다만 ‘도둑들’을 필두로 주연급 다수가 등장하는 잘빠진 범죄물에 대해 관객들의 피로도가 쌓인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더 문’은 달 탐사 중 조난당한 막내 우주대원 선우(도경수)를 구출하기 위한 사투를 그린다. 저승(‘신과 함께’), 대형 고릴라(‘미스터 고’) 등 매번 독보적인 컴퓨터그래픽(CG)을 선보였던 김 감독의 기술력이 강점이다. 할리우드 뺨치는 시각 효과로 ‘한국형’이란 꼬리표를 뗀 과학소설(SF) 영화를 선보인다는 각오. 그러나 제작비 280억 원을 투입해 600만 명을 넘겨야 적자를 면하는 상황에서 SF영화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점은 부담이다. ‘그래비티’ ‘마션’ 등 다른 우주 배경 생존기에 대한 기시감을 어떻게 돌파할지도 관건이다.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을 토대로 한 ‘비공식작전’은 하정우·주지훈의 검증된 호흡이 강점이다. 둘은 5년 전 ‘신과 함께’에서 성공적인 합을 보여줬다. 하정우는 동료 외교관을 구출하기 위해 파견된 외교관 민준 역을 맡았고, 주지훈은 사기꾼 같은 택시기사 판수 역을 맡았다. 같은 중동 배경의 영화 ‘교섭’이 올해 초 개봉해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다만 진중하고 우직했던 ‘교섭’에 비해 영화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액션과 블랙 코미디적 유머를 잃지 않으며 재미에 방점을 뒀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최근 한국 영화의 ‘아이디어 산실’인 웹툰이 바탕이다. 김숭늉 작가의 ‘유쾌한 왕따’ 시리즈를 원작으로,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황궁아파트 주민들의 생존기를 다룬다. 임시 주민대표 영탁 역을 맡은 이병헌의 존재감이 강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가 가지는 상징성에 더해 최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일어나며 시의성이 높아졌다. 다만 장르물인 다른 영화들에 비해 휴머니즘 드라마로 분위기가 다소 무겁다는 점이 변수다. ‘잉투기’로 재기 넘치는 연출을 보여줬던 엄태화 감독의 첫 텐트폴 영화다.
네 편의 한국 영화가 여름 극장가 승자가 되기 위해선 할리우드란 장벽도 넘어야 한다. 12일 개봉하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은 여름 극장가 판도를 좌우할 절대 강자로 꼽힌다. 개봉일이 2주에서 한 달 가까이 차이 나지만, 특정 영화에만 관객이 몰리는 최근 극장가 습성상 특정 영화가 ‘블랙홀’처럼 다른 영화들을 빨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19일 개봉하는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바비’와 내달 15일 개봉하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도 다크호스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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