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합류했대" 한마디에 투자액 껑충…AI에 쏠리는 돈
설립 1년 안된 초기에도 글로벌 투자 봇물
사람보고 투자…경력으로 밸류 따지는 VC
일각에선 AI 열풍따른 밸류 거품 논란 제기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AI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액이 2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벤처투자 한파는 여전하지만, AI에 대한 투자업계의 확신은 공고했던 것이다. 특히 초기 단계의 AI 스타트업에까지 돈이 대거 몰리면서 혁신의 물결 선점 경쟁이 치열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AI 스타트업들은 투자사들로부터 총 155억달러(약 20조2507억원)를 조달했다. 챗GPT를 선보인 오픈AI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초 100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이 분야에 대한 VC 투자금은 유동성이 풍부했던 지난 2021년 AI 분야에 쏠린 연간 투자액(91억달러·11조8017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영국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규모 측면에선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다졌다.
전 세계가 AI 열풍에 빠진 주된 배경에는 오픈AI의 생성형 AI 챗봇 ‘챗GPT’의 등장이 꼽힌다. 생성형 AI란 텍스트와 오디오, 이미지 등의 기존 콘텐츠를 학습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기술을 일컫는다. 일례로 특정 작가의 화풍을 모사한 그림으로 사진을 재생성하는 식이다.
오픈AI는 지난해 11월 말 대화가 가능한 AI 챗봇 챗GPT를 선보였다. 챗GPT는 사용자가 대화창에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에 맞춰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로, 논문 작성과 번역 등 광범위한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출시 두 달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1억명을 달성했다.
AI 열풍을 일으킨 주체인 만큼, 투자 규모 측면에서도 오픈AI는 앞서 나가고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오픈AI의 누적 투자금은 4월 말 기준 113억달러(약 14조6200억원)다. 주요 투자자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타이거글로벌, 플랫 캐피털, 세쿼이아 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 K2글로벌이 있다.
제품 출시도 안됐는데 몸값 수천억…거품 논란도
괄목할 만한 점은 설립 1년도 되지 않은 초기 AI 스타트업들에 대해 투자사들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점이다. 제품이 출시된 것이 아닌데도 ‘AI를 오래 연구한 전문가가 합류한 팀’이라는 소개가 붙는 순간 0 하나가 더 붙는 식이다. 결국 사람을 보고 투자하는 셈이다. AI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에 지나치게 거품이 많이 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AI 붐에 힘입은 투자 사례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설립 4주 만에 1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프랑스 미스트랄 AI가 꼽힌다. 메타플랫폼스와 구글 AI 연구원 출신 3명이 설립한 미스트랄 AI는 챗GPT와 유사한 새로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첫 상품 개발에 착수하지도 못했지만, 투자사들은 이 기업의 공동창업자가 메타플랫폼스와 구글 AI 연구소 출신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기업가치를 2억4000만유로(약 3300억원)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딥마인드 및 링크드인 공동창업자들이 설립한 AI 스타트업이자 오픈AI의 대항마로 꼽히는 ‘인플렉션AI’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13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회사가 자체 AI 챗봇 서비스를 선보인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이뤄진 투자로, 해당 투자로 40억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플렉션AI는 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 링크드인 등 여러 회사에서 AI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업계 관심을 끌었다. 회사는 현재 예약과 구매 등 온라인 업무를 돕는데 최적화된 ‘AI 개인 비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피치북은 침체기에도 투자사들이 AI 스타트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현상을 두고 “혁신의 물결을 놓치는 것은 투자사 입장에선 리스크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AI 열풍으로 기업가치가 부풀려진 상황에서 이러한 투자 트렌드를 막무가내로 따르는 것이 항상 성공적인 투자 전략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연지 (ginsbur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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