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모독?’ 英 국왕 등에 손 올린 바이든 ‘결례’ 논란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등에 손을 올리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찰스 3세 영국 국왕에게 우호와 친밀함을 표시하기 위해 등에 손을 올렸다가 왕실 예법을 어겨 외교상 결례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윈저성을 방문해 찰스 3세와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이후 10개월 만에 마주했다.

찰스 3세가 건물 밖으로 나가 바이든 대통령을 맞이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악수하고 함께 양국 국가 연주를 듣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찰스 3세의 등에 가볍게 오른손을 얹었다.

찰스 3세(오른쪽) 영국 국왕의 등에 손을 올리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

일각에서는 왕족이 먼저 나서지 않는 경우 개인적인 신체 접촉을 해선 안된다는 왕가의 엄격한 예법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인디펜던트는 1976년 설립돼 지금까지 ‘영국 귀족 연감’을 펴내고 있는 디브렛 출판사 소속 한 전문가의 과거 언론 인터뷰를 인용, “왕족이 먼저 포옹해오거나 팔을 둘러올 수는 있지만, 당신은 일단 가만히 기다리며 어떤 품행이 적절할지를 살펴보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칫 ‘왕실 모독’으로 비칠 수 있는 제스처를 취한 것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었다.

윈저성내를 산책할 때 찰스 3세를 앞질러 걷기도 하고 앞에 서있던 근위병과 마주치자 길게 대화를 이어가고자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찰스 3세는 가는 길을 이끌려고 손을 내밀다 어색하게 웃으며 뒤에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수 영국 언론은 의전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으나 CNN은 익명의 왕실 관계자를 인용, 등에 손을 댄 접촉과 관련해 “두 사람과 두 국가 사이 따뜻함과 애정의 훌륭한 상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왕 폐하는 이와 같은 종류의 접촉을 전적으로 편안해 한다”며 “일부 보도와 달리 의전에 부합하는 행동이었다”고 강조했다.

인디펜던트도 한 왕실 소식통을 통해 “틀린 행동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의 의전 결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1년 6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예방 당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선글라스를 낀 채로 인사하고 대화를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임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영국에서 국빈만찬 중 건배를 위해 일어선 여왕의 등을 왼쪽 팔로 살짝 만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2018년엔 여왕보다 몇 걸음 앞서 걸어 지적을 받았다.

1991년에는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여왕을 접견하고 연설할 때 장신인 부시 대통령이 연단에서 내려오며 마이크 높이를 조정하지 않아 키가 작은 여왕의 얼굴이 마이크에 가려진 상황이 발생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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