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최고 깨뜨린 일본 증시...투자시 조심해야 할 복병은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3. 7. 1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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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일본 증시는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내내 상승을 이어갔지만 국가 제조업 역량이 뒷받침 된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1990년대 들어 정체되기 시작한 일본의 제조업 역량 강화 노력이 빛을 발할지 여부와, 향후 일본 경기 흐름이 증시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1980년대 경제 ‘버블 붕괴’를 겪은 이후 일본의 제조업 역량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제조업경쟁력지수(CIP)를 기반으로 국가별 순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4위, 일본은 8위를 차지했다. 2019년까지만해도 4위로 한국(5위)을 앞질러 왔던 일본은 2020년 6위로 밀려나면서 당해 4위를 차지한 한국에 밀리기 시작했다. CIP는 해당 국가가 산업에서 얼마큼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지를 기준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산업계에서는 일본 산업이 한국만큼 빠르게 트렌드에 맞는 제조업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재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아시아태평양협력회장은 “일본은 기초과학과 소재부품 경쟁력이 뛰어나지만 이를 응용하고 조립하는 역량은 한국이 더 빠르게 쌓아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 경쟁력은 장기적으로 축적돼야 하고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트렌드의 변화에 맞춰질 필요가 있는데 한국 산업만큼 일본이 발빠르게 대응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 제조업이 부활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본 기업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크게 늘어야하는데 아직은 수치로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월가에서도 일본 증시의 상승이 제조업 역량의 개선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지난 5월 마켓워치에 따르면 RBC 캐피탈마켓의 수석 외환 전략가 아담 콜은 “일본 주식의 초과 수익은 일본 엔화가 더욱 약해졌기 때문이며 일본 내 정책이나 경제적인 성과와는 관련이 적다”고 주장했다. 일본 증시가 33년만에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이는 엔화 약세의 효과일 뿐 일본 기업들의 펀더멘탈 개선 덕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콜 전략가는 그 근거로 닛케이225 주가 상승률을 절대치가 아닌 ‘MSCI 세계 지수’와 비교한 결과를 제시했다. 이 지수는 23개 선진국 증시에서 중대형 주식들의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다. “최근 30년간 일본 증시는 가장 많이 성장했다기 보다는 중간정도의 성적을 냈다”고 콜 전략가는 설명했다.

다만 반론도 제기된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부터 (일본 제조업에) 변화의 조짐이 관찰됐다”며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규모가 확대됐고, 민간 제조업 건설수주가 2021년부터 우상향해 15년만에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상회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여기에 미중 갈등 수혜지로서 일본에 주목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제조업 경기가 회복 국면에 있다 해도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느릴 경우 증시 상승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제조업 경기 부활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경제 전반으로 긍정적 파급력이 확산되기까지 시차가 상당할 전망”이라며 “내수 중심의 경기 회복에 일본경제 개선세가 미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내 모멘텀이 부재한 가운데 대외 수요 회복이 가시화되는 구간에서 일본 경기반등이 가능하다”며 G20 경기동행지수가 반등 국면에 진입할 올해 말~내년 초에 일본 경기가 완화적 통화정책과 함께 본격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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