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는 아이들… 울타리 밖 두렵지 않게 ‘희망 메이킹’[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인지현 기자 2023. 7. 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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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처음부터 끝까지 저 스스로 해냈다는 점이 뿌듯했어요.

자립을 앞두고 있는 고등부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차근차근 자신의 진로를 준비해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진로 메이킹'이라는 이름하에 아이들은 각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학원을 찾아다니게 됐다.

또 인생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진로에 대해 준비할 수 있도록 '멘토링 시스템'도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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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부산 애아원 ‘우리가 Green미래’프로젝트
보육시설 고등부 5명 참여해
성격유형검사 통한 심층 상담
맞춤계획 수립하고 과제 수행
피부미용사·디자인·운전면허…
자격증 취득 등 역량강화 나서
인생 선배들과 1대1 멘토링도
“자립준비 스스로 해내서 뿌듯”
아동자립프로젝트 ‘우리가 Green미래’를 통해 한 학생이 패션디자인 학원에서 메이크업 컬러링을 배우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아동양육시설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회에서의 자립을 준비하는 시기였어요.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처음부터 끝까지 저 스스로 해냈다는 점이 뿌듯했어요.”(고2 학생)

“누군가에 의해 자립 준비를 하게 됐다면 하기 싫어져서 거부했을 텐데, 내가 계획하고

준비한 일이라 귀찮아져도 결국 할 수밖에 없었어요. 무섭고 두려웠던 운전면허 따기에도 도전했는데,

필기시험에 9번 떨어지고도 계속 도전해 10번째에 붙은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고3 학생)

‘우리가 Green미래’는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아동보육시설 ‘애아원(愛兒院)’이 지난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아동자립프로젝트의 이름이다.

자립을 앞두고 있는 고등부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차근차근 자신의 진로를 준비해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애아원은 수요조사를 통해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명과 2학년 학생 1명, 1학년 학생 1명 등 5명을 최종 참여자로 선정했다.

애아원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이명주 씨는 “아동양육시설 아이들은 함께하는 문화에 익숙했다가 자립 시 익숙하지 않은 ‘나 홀로 환경’에 노출되게 된다”며 “이 때문에 아동 개별 욕구에 맞는 준비 단계 및 반복적인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아동들이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불안해하거나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심리·정서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는 먼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도록 하는 데서 시작했다. 6월에는 첫 순서로 ‘나 메이킹’이라는 제목의 개인, 집단 심리상담을 통해 자신이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이고, 어떻게 스스로를 이미지 메이킹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도록 했다. DISK 성격유형검사를 실시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상담도 이뤄졌다. 다른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관계 코칭 상담 ‘관계 메이킹’도 이뤄졌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관계 맺기에 중요한 매너는 어떤 것인지 조언하는 시간을 가졌다.

관계기술 향상을 위한 집단상담 모습.
1년 후 나에게 편지를 보내는 모습.

다음 차례는 본격적인 진로 탐색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개별 상담 끝에 자신에게 맞는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과제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진로 메이킹’이라는 이름하에 아이들은 각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학원을 찾아다니게 됐다. 한 학생은 3개월간 패션디자인 학원을 다니면서 양장기능사를 준비하기도 하고, 4개월간은 피부미용 학원을 다니며 피부미용사 준비도 병행했다. 다른 학생은 4개월간 운전면허 취득에 도전했다. 9번 필기시험에 떨어지고도 10번째에 합격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 희망했던 2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또 인생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진로에 대해 준비할 수 있도록 ‘멘토링 시스템’도 도입됐다. 아이들은 먼저 사회에서 자립한 아동양육시설 졸업생 등과 1대 1 데이트를 하고 때로 비대면 인터뷰도 하면서 사소한 궁금증까지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끝으로 자립을 위한 기초상식 등을 배우고 ‘1년 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 미래의 나를 응원하는 뜻깊은 시간도 가졌다. 담당자 이 씨는 “아이들이 자신의 자립과 진로를 위해 단기적인 계획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지난해 자립프로젝트에 참여한 아이들이 올해도 프로젝트에 참여해 어떤 영역에 도전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모습도 관찰됐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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