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버티게 해주신 아버지, 이제는 제가 당신을 지켜드릴게요[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2023. 7. 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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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버지.

그때 아버지께서는 앨범을 챙겨와서 저에게 하나하나 사진들을 보여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때 제일 먼저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들을 전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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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 부산교육감賞 가람중 김지민 학생

To. 사랑하는 아버지께

안녕하세요, 아버지. 무수한 생명이 피어나는 봄이 지나가고, 푸른 여름이 다가오네요. 항상 부끄러워서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지금 이 편지로 전해보려 합니다.

제가 5살쯤에 어머니를 잃었을 때, 어렸던 저는 어머니가 돌아오시지 않는 것에 늘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때 어린 제가 충격에 빠지지 않도록 아버지께서는 ‘어머니가 여행을 가서 오랫동안 못 온다’고 말씀하셨죠. 제가 조금 더 자라 생각이 피어나던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께서 여행을 가신 게 아니라 행방불명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어머니께서 여행을 언제 끝내고 돌아오냐’고 물어봤을 때 아버지께서 항상 ‘아빠도 잘 모르겠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어머니란 존재는 행방불명이라는 애매모호한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너무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어서 어머니께서 저에게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심지어 어머니께서 어떻게 생기셨는지, 목소리는 어떤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이런 의문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어머니에 대해서 아무 말도 안 해주시는 아버지가 미워졌습니다. 그래서 ‘나는 왜 엄마가 없냐’고 불평하기도 했죠. 그때 아버지께서는 앨범을 챙겨와서 저에게 하나하나 사진들을 보여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속에는 저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이렇게 3명이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 앞에서 울었습니다.

그 후로 시간이 더 지나서 초등학교 6학년 때 저는 편지 한 장을 봤습니다. 어머니 행방에 대한 편지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여행을 가신 것도, 행방불명도 아니었습니다. 우울증으로 인해 돌아가셨던 거였습니다. 저는 그때 제일 먼저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어린 저를 두고 반려자를 잃은 아픔을 이겨내야 했던, 울지도 못하셨던 아버지의 슬픔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눈물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어서. 그 슬픔도 모르고 짜증만 냈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그때 다짐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들을 전하자고.

아버지께서는 항상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간섭하지 않으셨고, 저를 자유롭게 해주셨습니다. 저는 저의 꿈에 대해 생각했고 세계 일주라는 멋진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을 바르게 잡아주셨던 아버지. 저를 항상 버티게 해주셨던 아버지. 이제는 제가 아버지를 지탱해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말은 잘 안 하지만 항상 사랑하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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