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발명자가 될 수 있을까[지식재산권 산책]
[지식재산권 산책]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2016년 3월 알파고의 첫째 충격에 이은 챗GPT의 등장은 가히 둘째 충격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사람이 어떤 것을 만들어 달라고 입력하면 그 요구에 맞춰 이미지·텍스트·코드·음악·동영상 등 다양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 결과물이 사람이 작성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상당하고 어떨 때는 참신하기까지 하다.
서울행정법원은 6월 30일 사람이 아닌 AI를 특허 출원과 관련한 기재 사항인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했다.
특허법에 따르면 발명이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高度)한 것’을 말한다. 발명자로 인정받으려면 기술적 사상(思想)의 ‘창작’을 해야 하고 발명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실제 사건에서도 자주 다퉈지고 있는 사항이다. AI도 사람과 같이 발명을 할 수 있을까.
이는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창작’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사안은 이렇다. 물리학을 전공한 미국의 스티븐 테일러 박사가 인공 신경망 관련 특허를 여럿 받았고 당시에는 모두 자신을 발명자로 올렸다. 그러다가 테일러 박사는 “지각 능력을 갖추고 발명과 예술적 형식을 착상하는 완전히 새로운 AI 패러다임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면서 ‘자동 부트스트랩 장치(DABUS : 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라는 자신이 개발한 AI 프로그램을 내세웠다.
테일러 박사는 2018년에 영국에 특허를 출원하면서 발명자는 자신이 아니라고 기재했지만 발명자를 기재하라는 영국 특허청의 명령에 따라 발명자를 ‘DABUS’로 기재했다.
그 후 테일러 박사는 미국·남아프리카공화국·중국·일본·한국 등에도 특허 출원을 했는데 발명자 난에는 ‘본 발명은 인공지능에 의해 독자적으로 생성됐다’고 기재했다고 한다.
테일러 박사의 주장은 자신이 발명에 어떠한 기여도 한 바 없고 DABUS가 스스로 창작했다는 것이다.
테일러 박사의 특허 출원은 각 나라의 특허청에 의해 대부분 거절 결정을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특허청에서는 승인됐는데 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특허법에는 발명자의 정의가 없고 특허청은 실체적인 심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호주·미국·독일 등에서는 법원의 판단도 있었는데 호주는 다른 나라와 달리 AI도 발명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호주 특허청은 출원을 거절했지만 “법원은 사람이나 법인만이 특허권자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발명자도 그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법률에 AI 발명자를 배제하는 명시적이 조항이 없고 발명자(inventor)라는 단어는 사람 또는 사물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들었다.
한국 특허청은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적은 것은 특허법에 위배되므로 자연인으로 발명자를 수정하라’고 보정했다. 하지만 보정은 이뤄지지 않았고 테일러 박사는 서울행정법원에 특허 출원 무효 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청구를 6월 30일 기각했다.
법원은 한국의 특허법상 발명자는 자연인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분명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고 “향후 AI를 독자적 발명가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제도 개선 등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했다.
이같이 법원은 일단 특허법상 발명자의 정의를 통해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특허법 문언보다 AI가 실제 발명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봐야 하고 현재 AI의 작동 원리상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발명하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AI가 관여하는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영화에서 본 것과 같은 인간과 같은 혹은 더 우월한 신체 능력과 지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AI는 아직 먼 얘기일 것이지만 특정 분야에 필요에 따라 어떠한 지위를 부여하는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
김윤희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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