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이고 접고 비틀어도 성능 그대로… ‘휘어지는 반도체’ 혁신[Science]

노성열 기자 2023. 7. 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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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형 스마트폰이나 화면이 늘어나는 '스트레처블(strechable)' TV에는 신축형 디스플레이가 사용된다.

변형된 상태에서도 반도체 성능 유지를 위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던 상황에서 이번 기술 개발이 새로운 해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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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ience - 포스텍·성균관대 공동연구팀, 고분자 반도체 소재 기술 개발
유연한 아자이드 광가교제에
자외선 쬐면 그물 구조 형성
고분자 사슬이 미끄러지지 않아
자동차의 브레이크 같은 역할
반도체 80% 늘인 상태에서도
전기적 성능 최대 96% 보존
그래픽=김유종 기자

폴더형 스마트폰이나 화면이 늘어나는 ‘스트레처블(strechable)’ TV에는 신축형 디스플레이가 사용된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만 필요한 게 아니다.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반도체도 필요하다. 얼마나 잘 늘어나는지, 늘어난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신축성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한국 포스텍·성균관대 공동연구팀이 빛을 이용한 ‘분자 브레이크’를 활용, 신축성이 매우 높은 고성능 고분자 유기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분자 브레이크’는 반도체 사슬(chain)이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 더 잘 늘어나는 소자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기술 개발의 주인공은 포스텍 화학공학과의 조길원 교수와 김승현·정세인 박사과정생,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학과 강보석 교수. 이들의 연구 성과는 최근 재료과학 분야에서 영향력이 높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커버 논문으로 게재됐다.

공동연구팀은 유기 반도체에 사용될 수 있는 분자의 양 끝에 아자이드(Azide) 반응기를 가진 유연한 사슬 형태의 광가교(光架橋)제를 개발했다. 아자이드란 질소 원자 3개와 음이온을 가지는 이온으로 반응성이 매우 높아 화학 반응의 중간체로 사용된다. 광가교는 다리를 걸치듯 형성되는 결합을 ‘가교 결합’이라고 하는데, 빛에 의해 개시되는 분자 간 공유결합 형성 반응을 광가교라고 한다.

연구팀은 광가교제에 자외선을 쪼여 고분자 반도체와 그물 구조를 형성했고, 이 구조가 반도체를 맘껏 늘이더라도 미끄러지지 않게 ‘브레이크’ 역할을 하게 만든 것. 기존 반도체는 늘일 때 단순히 구부렸을 때보다 10배 이상의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서로 얽혀 있던 고분자 사슬들이 비가역적으로 미끄러지면서 부서져 전기적 성능이 저하되는 일이 많았는데, 이 기술을 활용하면 ‘브레이크’ 덕분에 고분자 사슬이 미끄러지지 않고 신축성과 원래 성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변형된 상태에서도 반도체 성능 유지를 위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던 상황에서 이번 기술 개발이 새로운 해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테스트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고 공동연구팀은 밝혔다. 반도체를 80% 늘인 상태에서도 전기적 성능을 최대 96% 보존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 기존 반도체보다 소재가 파괴되기까지 늘어나는 정도와 반복 인장 안정성 등 특성도 크게 향상됐다. 공동연구팀의 조길원 교수는 “고분자 유기 반도체 박막에 아자이드 광가교제를 도입해 큰 기계적 변형을 견디면서도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고분자 반도체 소재의 신축성을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패터닝(patterning) 기술에 접목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으로 대면적 신축성 유기 반도체 패턴 제작 등에 높은 산업적 효용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제협력 네트워크 전략 강화사업으로 진행됐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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