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부담 크다더니....식품社 10곳 호실적 “2분기도 수천억 이익”
원자잿값 올라 가격 인상 말고 답 없다던 주장과 정반대
일부에선 식음료업계가 ‘꾀병’ 앓았다 지적도
원자잿값이 올라 가격 인하 여력이 없다던 식음료업계의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마다 편차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식음료업계의 곳간 사정이 대부분 나아진 것으로 추정되면서 그간 식품회사들의 앓는 소리가 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원가부담 크다던 식품사, 2분기 영업이익 수천억
12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식음료 상장사 13곳 중 10곳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뢰성 확보를 위해 증권사 3곳 이상이 전망치를 내놓은 식음료 상장사만 추린 결과다. 이는 원재료와 인건비가 올라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손실을 피할 수 없다던 식음료업계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2분기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농심이다. 농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343억원으로 추정됐다. 작년 2분기(43억원)와 비교하면 700% 넘게 증가한 셈이다. 농심은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라면값 인하를 요청하자 대표 상품인 신라면과 새우깡의 가격을 각각 50원과 100원씩 낮췄다.
롯데그룹의 종합식품회사 롯데웰푸드의 올 2분기 영업이익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웰푸드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25억원으로 작년 2분기(250억) 대비 110.4%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웰푸드는 농심에 이어 두 번째로 과자값을 내린다고 밝힌 회사다. 롯데웰푸드는 빠다코코낫, 롯데샌드, 제크 등 과자 3개 가격을 이달부터 100원씩 낮췄다.
하지만 이는 반쪽자리란 지적이다. 롯데웰푸드가 이달 1일부터 돼지바, 스크류바, 수박바 등의 편의점 공급 가격을 평균 25% 인상했기 때문이다. 롯데웰푸드의 경쟁사 빙그레의 영업이익도 19.2%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빙그레는 지난 2월 메로나, 비비빅, 캔디바 등 막대 아이스크림 4종 가격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가량 올린 바 있다.
롯데웰푸드나 빙그레는 빙과류의 가격 인하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름철이 대목인 데다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전기·가스요금비가 모두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롯데웰푸드와 빙그레 등은 수년간 아이스크림 가격을 담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서는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그 밖에도 오리온(21.2%), 롯데칠성(6.1%), CJ프레시웨이(3.2%)의 영업이익도 일제히 작년 2분기 대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풀무원(15.9%)이나 동원F&B(15.2%)도 두자릿대 영업이익 상승률을 기록힌 것으로 추정된다.
◇ 하이트진로·대상·CJ제일제당은 울상...식품 아닌 소재 부문 부진탓
반면 2분기 실적이 부진한 곳도 있다. 하이트진로나 대상, CJ제일제당은 작년 2분기 대비 부진한 성적표를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증권가의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 실적은 식품 부문보다는 소재 부문의 부진과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에 따른 것이지 원가 상승과는 거리가 다소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청정원이나 태양초로 유명한 대상의 2분기 영업이익은 26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작년 2분기 영업이익(486억원) 대비 46.2% 줄어든 수치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식품 부문보다는 소재 부문이 부진해서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상의 소재사업은 옥수수를 원료로 전분과 전분당이 대표적이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신제품 ‘켈리’의 출시에 따른 판매관리비가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사가 발표한 하이트진로의 2분기 평균 영업이익은 424억원이었다. 작년 2분기 영업이익(624억원) 대비 32.1% 줄어든 수치다.
CJ제일제당의 2분기 영업이익은 3290억원을 거둔 것으로 전망됐다. 작년 2분기 영업이익(5043억원) 대비 34.8% 줄어든 셈이다. 식품 부문에선 소비 심리 위축의 여파를 받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햇반이나 비비고 등은 다른 식품사 대비 상대적으로 고가 전략을 펼쳐왔는데 물가 상승에 따라 소비자 씀씀이가 얼어붙으면서 대체제 선택이 빈번해진 것이 영향을 줬다는 뜻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식품 부문에선 소비 심리 위축과 외식 비중 증가로 가공식품과 소재 모두 판매량이 소폭 감소하고 원당 등 원가 부담과 환율 영향으로 마진율 하락세가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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