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NL 통해 정지윤이 얻은 깨달음 "국내에서 하던 플레이는 통하지 않는다"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윤(22·현대건설)은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마치자마자 쉴 틈도 없이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경상남도 고성군 일대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모처럼 타지에서 훈련을 소화하며 분위기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VNL은 지난 2일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막을 내렸고, 정지윤은 약 일주일 간 휴식을 취한 뒤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이번 전지훈련은 정지윤이 VNL을 마치고 처음 합류한 소속팀 일정이다. 고성에서 오랜만에 동료들과 만난 그는 "팀원들과 운동을 해서 재미있고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집에 돌아온 느낌이 든다"고 활짝 웃었다.
대표팀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지만 체력적인 문제는 없다. 정지윤은 "감독님께서 원래 VNL을 마친 뒤 4일만 쉬게 하려고 하신 걸 일주일로 늘려주신 거다"라면서 "충분히 많이 쉬었다고 생각하고 체력적인 부담은 없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번 VNL에서 전패의 수모를 당했다. 지난 2021년부터 따지면 27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전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단 1승도 챙기지 못하고 돌아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정지윤은 "일단 부상 없이 돌아와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국제 경쟁력이 좋은 팀들을 상대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면서 "성적이 아쉬워서 팬들께 죄송한 마음도 들었고, 개인적으로는 많은 걸 배우고 온 대회인 것 같다"고 전했다.
대표팀에서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한 건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정지윤은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경기에 나섰던 만큼 느낀 점이 많았던 모양이다.
정지윤은 "국내에서 하던 것처럼 플레이해서는 절대 점수를 낼 수 없더라"면서 "이대로는 국제 대회에서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걸 시도해서 점수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서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온 대회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명확히 알고 있었다. 정지윤은 "국내 리그보다 국제 대회에서 만난 상대의 블로킹이 더 높다"면서 "높은 블로킹에서 점수를 내려면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 대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층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소속팀에서도 마찬가지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지난 2022-2023시즌 개막 후 15연승을 달리는 등 상승세에도 갑작스런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 악재 탓에 아쉽게 우승을 놓친 만큼 새 시즌에 대한 각오가 남다르다.
정지윤은 "시즌 초반에는 분위기가 좋았지만 주축 선수들의 이탈 후 5라운드부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면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빨리 극복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허무하게 져서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현대건설은 정규 리그를 2위로 마친 뒤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에 직행했지만 한국도로공사에 발목을 잡혀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V리그는 새 시즌을 앞두고 많은 변화를 맞았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연쇄 이동이 이뤄졌고,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아시아 쿼터 제도가 도입됐다. 이에 정지윤은 "7개 구단 모두 많은 변화가 생긴 만큼 새 시즌이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지난 시즌 아쉽게 우승을 놓친 만큼 선수들 모두 새 시즌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선수 모마(30·184cm)와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태국 출신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이 시통(24·174cm)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정지윤은 "모마와 호흡이 기대된다. 여기에 (양)효진 언니까지 중앙에 배치돼 다양한 공격 분포를 가져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위파이는 VNL에서 만나 친해졌다.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너무 잘해서 기대된다"고 웃었다.
선수단에 변화가 많은 만큼 당장 우승을 목표로 삼진 않았다. 하지만 PO 진출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목표를 상향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지윤은 "선수들이 많이 바뀌어서 시즌 초반에는 어려울 거라 생각하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할 수 있다. 무조건 플레이오프에 가고, 이번에는 허무하게 끝나는 경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개인적인 목표도 다부지다. 정지윤은 "그동안 끌려다닌 경기를 했던 것 같다. 언니들이 많아서 도와주는 역할만 하고 스스로 팀을 이끌지 못했다"면서 "범실을 했을 때는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이라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지 못했다. 새 시즌에는 더 당당하게 경기에 임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고성=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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