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km→11K '악마의 재능', 하지만 투구수 앞에 장사 없다...키움은 왜 안우진을 '120구'까지 던지게 했을까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이미 110개의 투구수를 기록하고 있던 안우진이었다. 마운드 위에서 노병오 투수코치, 이지영 포수와 이야기를 나누던 안우진의 표정에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음 투구를 준비했다.
키움 안우진은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6⅓이닝 5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1회 경기 시작과 함께 김민혁, 김상수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알포드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1실점 하긴 했지만 이후 투구는 완벽했다. 경기 초반 패스트볼이 맞아 나가자, 슬라이더로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줬고 적중했다. 최고구속 158km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은 KT 타자들을 압도하기 충분한 구위였다. 특히 2회 황재균부터 3회 김민혁까지 5타자 연속 삼진을 잡으며 KT 타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하지만 문제는 투구수였다. 삼진을 많이 잡다 보니 6이닝을 마친 안우진의 투구수는 이미 98개였다. 보통 이 타이밍에서 불펜 투수로 교체하는 게 일반적인데 키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7회에도 안우진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키움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키움의 7월 불펜 평균자책점은 8.64로 리그 최하위다. 믿을만한 투수가 없다.
1-1 팽팽하게 이어지던 상황, 7회 KT는 공격은 4번 박병호부터 이어지는 중심 타선이었고 키움은 지금이 승부처라 생각했다. 무너진 키움의 불펜진을 믿을 수 없었던 홍원기 감독은 팀 사정상 안우진이 한 타자라도 더 잡아주길 바랐다.
하지만 박병호는 호락호락한 선수가 아니었다. 100개 이상의 투구를 하며 힘이 빠진 안우진을 공략해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했다. 그리고 장성우는 안우진의 투구를 최대한으로 늘리며 9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진루타를 치며 1사 2루 찬스를 만들어줬다. 노련한 KT 타자들의 경기 운영에 키움 벤치는 당황했다.
키움과 안우진에게는 최대의 위기였다. 키움 벤치에서 어쩔 수 없이 노병오 투수코치가 올라왔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모든 사람이 생각했다. 안우진의 얼굴에도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키움은 이번에도 안우진을 교체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결국 안우진은 황재균과 또다시 풀카운트 승부를 했고 볼넷을 내주며 1사 1,2루에 몰렸다. 그리고 이호연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아 1-2로 역전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안우진의 표정은 어두웠고 코칭스태프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더그아웃 한쪽에서 땀을 닦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120구 개인 최다 투구수였다. 100구 넘은 상태에서도 155km 불같은 강속구로 뿌리며 역투했다. 어깨가 무거울 정도로 많은 공을 던졌고 11탈삼진을 잡아내는 투혼을 보였지만 눈물을 흘려야 했다.
키움은 불펜 투수보다 120구를 던진 안우진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잘못된 투수 운영으로 패배의 쓴잔을 마셨고 5연패에 빠졌다.
[안우진 교체 타이밍을 잘못 잡은 키움이 5연패에 빠졌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