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S 비율 57.1%인데, 모두가 외면했다… KIA의 선택, 타 팀도 그 이상 노리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포스트시즌 진출 전선에 복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KIA는 지난 6일 두 명의 오전과 오후에 걸쳐 외국인 투수를 한꺼번에 교체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영입된 아도니스 메디나(27)와 숀 앤더슨(29)이 모두 짐을 쌌다.
이중 메디나의 교체는 일찌감치 예견이 되어 있었다. 시즌 12경기에서 2승6패 평균자책점 6.05로 부진했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투심과 나름대로 각이 괜찮은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가진 재료를 경기에서 활용하지 못했고, 주자가 나가면 급격하게 흔들리며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결국 6월 21일 대전 한화전을 끝으로 2군에 내려갔다.
당시 김종국 KIA 감독은 “1군에서 등판은 없을 것 같다”고 했었는데, 이는 교체 사인이었다. 퇴출 수순이었다. 그러나 앤더슨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올해 팀의 개막전 선발로 나섰을 정도로 큰 기대 속에 시즌을 시작한 앤더슨은 7월 2일 잠실 LG전까지도 로테이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메디나와 달리 앤더슨은 KIA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앤더슨의 성적이 메니나처럼 ‘퇴출이 시급한’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앤더슨은 시즌 14경기에서 79이닝을 소화하며 4승7패 평균자책점 3.76,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1.29를 기록했다. 이 성적만 놓고 보면, 사실 앤더슨보다 못한 선수들도 적지 않다.
이에 교체 대상 선수가 앤더슨보다 더 낫다는 확신이 있어야 했고,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뛰었던 토마스 파노니가 풀리지 않았다면 앤더슨을 쉽게 보낼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미국의 대체 외국인 선수 풀이 좁은 탓이다. KIA도 나름의 모험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앤더슨은 올해 14경기에서 8차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비율로 따지면 57.1%다. 이는 1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선수 중 리그에서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군에서 한 차례 조정을 거친 뒤인 6월 8일 이후 4경기 평균자책점은 2.96이었고, 세 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그래프는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듯 보였다.
그래서 관심을 모은 것이 ‘타 팀의 선택’이었다. 현재 KBO리그 10개 구단 중에는 외국인 투수 교체를 단행한 팀도 있고, 여전히 교체를 두고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팀도 소수 있다. 해당 팀의 상황, 해당 팀이 보는 외국인 시장의 전망, 해당 팀이 보는 앤더슨의 기량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했을 때 ‘퍼즐’이 맞는 팀이 나오느냐도 관심이었다. 웨이버 공시가 됐기 때문에 순서대로 우선권을 쥘 수 있었다.
그러나 앤더슨을 원한 팀은 아무도 없었다. 앤더슨은 6일 웨이버 공시됐는데, 나머지 9개 구단이 모두 앤더슨을 지나쳐 하루 만에 웨이버 절차가 마무리됐다. 고민한 팀도 없다는 의미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타 팀에서 큰 관심이 없었고, KIA 또한 (앤더슨이 타 팀으로 가)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상대하는 팀도 앤더슨에 대한 시각이 비슷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가 싶다”고 분석했다.
앤더슨의 시속 140㎞대 중‧후반의 패스트볼을 던진다. 구속은 그만하면 KBO리그에서 충분히 통한다. 회전 수도 굉장히 좋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수직 무브먼트 자체가 좋은 선수는 아니다. 기대처럼 패스트볼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여기에 슬라이더 비중이 너무 높아 ‘투피치’의 한계를 보여줬다. KIA도 앤더슨의 성품 등은 높게 평가하면서도, ‘투피치로는 더 버티기 어렵다. 이 성적이 한계’라는 인식을 가졌다. 다른 팀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외국인 투수 교체를 고려하는 팀이 하위권이 아닌, 포스트시즌 진출과 그 이상을 노리는 팀이라는 점, 그리고 기존 외국인 선수가 실적이 있어 일단은 지켜보고 있는 것 또한 앤더슨에게는 불리한 시장 여건이 됐다. 외국인 교체 시한(포스트시즌 출전 기준)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앤더슨보다 더 나은 선수가 시장에 등장할지도 관심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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