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엘리멘탈’을 봤습니다[스경연예연구소]
애니메이션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이 한달간 써내려간 역주행 신화는 괜한 것이 아니었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한 109분간, 극장 안을 꽉 채운 어른들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9일 오후 4시 ‘엘리멘탈’이 상영된 서울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안은 3-4석 제외하곤 사람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되었던 극장가 상황 속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마주한 풍경이었다.
아이도 기대가 큰 표정이었다. 그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엘리멘탈’ 열풍으로 상당수 학생들이 이미 관람했다며, 자신도 이젠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설렘도 묻어났다.
궁금하기는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얼마나 신박한 이야기이길래, 지난달 14일 개봉 당시 3위로 겨우 체면치레했던 작품이 열흘만에 신작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쥐었을까. 그리고 3주 내내 1위를 놓치지 않고 흥행 행보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걸까.
그 힘은 불과 물이 의인화된 캐릭터의 참신한 맛과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 구조에 있었다.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사랑에 빠지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로,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소재인 ‘자아의 성장’과 두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자칫 뻔하게 흐를 수 있는 전형적인 이야기지만, 불의 특성을 살린 ‘앰버’와 물의 특성을 반영한 ‘웨이드’가 사랑에 빠지면서 ‘엘리멘탈’만의 개성을 획득한다. 화가 나면 폭발한다던가, 스치면 주변의 것들을 태운다던가, 모래를 녹여 유리를 만들어내는 등의 ‘앰버’가 지닌 설정은 이야기의 주요 갈등을 이끌어내는 장치가 되고, 툭하면 눈물을 흘리거나 자유자재로 흘러갈 수 있는 웨이드의 설정은 재미와 웃음을 선사한다. 또한 불과 물이 만났을 때 일어나는 현상은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에 강력한 긴장감을 안기는 장치로도 활용된다. 또한 ‘가업을 잇는다’는 한국적 정서 또한 색다른 느낌을 더한다.
아이 역시 이런 점에 큰 흥미를 느꼈단다. “틈만 나면 우는 울보 웨이드와 가족들이 웃음나게 했고, 앰버와 웨이드가 극과 극이라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게 재밌었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이처럼 아이와 어른 모두 사로잡은 덕분에 ‘엘리멘탈’은 11일 오후 1시 30분 기준 351만 관객을 돌파했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파트 원’이란 어마어마한 신작이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그럼에도 ‘엘리멘탈’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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