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스칸디나비안? 코리안! 기아 EV9

2023. 7. 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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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의 미래를 시작하는 고급 전기 SUV
- 상품성과 고급스러움을 모두 잡은 BEV

 기아가 두 계단을 뛰어올랐다. 대형 SUV인 모하비에서 텔루라이드를 건너 바로 EV9으로 향했다는 의미다. 국내 소비자들은 기아의 새로운 내연기관 대형 SUV를 내심 기대했지만, 기아는 과감하게 순수 전기차(BEV)를 택했다. 한편에선 전기 SUV를 맞이하는 소비자들의 아쉬운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이런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기아가 소비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EV9을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EV9은 기함 다운 차체를 가졌다. EV9의 체격은 길이 5,010㎜, 너비 1,980㎜, 높이1,755㎜, 휠베이스 3,100㎜다. 특히 너비와 휠베이스는 EV9의 덩치가 작지 않음을 강조한다. 수입산 대형 SUV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외관 전면부는 대형 SUV답게 웅장하다. 굵직하고 현대적인 디자인과 기술 혁신이 만나 독특한 EV9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스몰 큐브 프로젝션 LED 헤드램프와 주간 주행등이 세로로 자리잡고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이 한껏 멋을 뿜어낸다. 엔진 후드 끝 상단과 범퍼 상단은 기아의 디자인 정체성인 타이거 노즈를 옅게 구현했다. 그릴은 에어 인테이크가 없어 한눈에 전기차임을 알 수 있다. 그릴 상/하단과 범퍼 하단부의 무광 크롬 가니쉬는 포인트다.
 
 측면은 휠하우스 부분의 굵은 굴곡과 21인치 하이퍼 실버 휠이 차의 웅장함을 더한다. 전, 후 사이드 크레들과 도어 하단부, 도어 스커트는 유광블랙으로 처리했다. 플래그 타입의 사이드미러와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은 최근 트렌드를 반영했다. 도어 잠금은 앞좌석에서만 가능하고 차에 가까이 다가서면 플러시 도어 핸들이 모두 돌출된다. 측창의 라인은 엔진 후드 끝 선부터 D필러까지 라인이 이어져 차체의 안정감이 더해진다. 그리고 D필러 끝단으로 갈수록 라인을 상승시키며 마무리한다.


 후면부는 기아의 디자인 트렌드를 보여준다. 기아가 향후 출시되는 제품들은 세 갈래로 갈라지는 EV9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비슷한 형태를 채택할 전망이다. 더불어 히든 방식의 후방 와이퍼도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범퍼 하단의 유광블랙 몰딩도 전면부터 후면까지 과하지 않은 일체감을 준다. 범퍼 하단으로 살짝 보이는 후륜 로워암은 알루미늄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은근히 고급스러움을 알린다.

 실내는 대형 전용 전기차의 장점인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운전석은 편안한 탑승과 운행을 위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센터 콘솔의 전면이 조수석과 뚫려있어 공간감이 더욱 넓게 느껴진다.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다기능 버튼과 드라이브/터레인 모드 버튼까지 준비했다. 중앙의 KIA 엠블럼 조명은 덤이다. 컬럼 타입 전자식 변속레버는 후진 시 햅틱 기능까지 제공한다. 운전석은 전동 조절 다리 지지대를 포함한 10방향 전동 조절에 4방향 에어셀타입 허리 지지대와 스티어링 휠 위치까지 기억하는 운전 자세 메모리 시스템과 에르고 모션 시트를 추가 적용했다. 볼스터 전동조절과 컴포트 스트레칭 기능까지 확장했다. 고급 차를 제외하면 최고의 시트 구성이다. 동반석은 2방향 에어셀 타입 허리 지지대와 볼스터 전동 조절이 삭제된 것을 제외하고는 운전석과 동일하다. 기아의 앞좌석도 최고 수준에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다.
 

 뒷좌석은 패밀리카로 쓰이기에 충분한 구성이다. 2열 독립 구성은 탑승자의 편의를 최대한 끌어올린다. 1열 센터 콘솔의 후방에는 확장형 센터 콘솔을 적용해 공간활용도를 더 높인다. 콘솔의 커버는 때에 따라 선반으로 사용할 수도 있도록 움직임의 자유도를 서랍장과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2열 센터와 도어 트림에도 컵 홀더를 배치해 3개 이상의 음료를 충분히 수납할 수 있다. 

 좀 더 편안한 탑승을 원하면 2열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를 선택하면 된다. 2열 스위블 시트는 활용도 면에서는 다소 아쉽다. 운행 중 2열 스위블까지 여유롭게 움직이기에는 공간이 협소하다. 오히려 프리미엄 릴섹션 시트를 선택하는 면이 낫다. 트렁크는 3열 시트를 격납하면 여유로운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바닥 면에는 콘솔을 두어 기본적인 용품과 간단한 물건을 보관할 수도 있다. 동반석 D필러 부근의 트림에는 3열 좌석 격납 버튼과 220V 파워아웃렛이 있다. 트렁크의 공간적인 부분은 2+2(인승) 1·2열 좌석 형태의 대형 SUV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 각 필러와 헤드라이닝 등 곳곳에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플라스틱 등 지속가능한 10가지 필수 소재를 적용해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자칫 소재로 인해 소비자로 하여금 고급스러움을 낮출 수도 있다. 또한, 도어 핸들과 운전석 핸들의 버튼을 감싸는 플리스틱 소재의 색상이 전체 분위기에 비해 다소 어색하다. 하지만, 조수석의 글로브박스 내부는 마감처리를 통해 고급스러움을 한껏 살렸다. 

 센터의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 아래 있는 인포테인먼트 선택 버튼은 햅틱 기능을 넣어 누르면 실제 물리 버튼 느낌을 받도록 했다. 센터 에어벤트 사이에 있는 토글 방식의 인포테인먼트 온오프와 볼륨 스위치는 신선하다. 중앙의 비상등 스위치와 기본적인 공조 버튼은 물리 버튼 방식으로 따로 두어 직관성을 높였다. 하지만 공조 작동 스크린이 운전석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사이에 위치해 스티어링 휠에 시야가 가려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인포테인먼트는 12.3인치 TFT LCD를 사용했다. 계기판과 크기가 동일하다. 내비게이션과 기아 커넥트, 폰 프로젝션, 기아 카페이, e하이패스 등을 모두 담았다. 왓치, 웨이브의 비디오 스트리밍과 멜론, 지니의 뮤직 스트리밍도 별도의 기기 연결없이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기본이다. 메리디안 프리미엄 사운드는 14개의 스피커와 외장앰프,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까지 포함한다. 폰 프로젝션으로 재생하는 음악의 음색이 풍부하고 깨끗한 느낌이다. 간단한 전원은 앞좌석 센터페시아 하단에 1개의 파워 아웃렛과 1개 C타입, 1열 시트백에 2개, 3열 측면에 2개의 C타입 USB 단자를 통해 제공한다.

 ▲성능
 시승차는 99.8㎾h 리튬-이온 배터리와 4WD의 듀얼 모터를 장착해 최고 283㎾와 최대 600Nm를 발휘한다. 개별 품목인 부스트 항목을 선택하면 전륜 모터의 최대 토크를 250Nm에서 350Nm로 높여 GT-라인과 같은 700Nm를 낼 수 있다. 400/800V 멀티 충전 시스템 적용과 회생제동 브레이크 시스템, 터레인 모드(오토/스노우/머드/샌드)도 제공한다. 회생제동 브레이크 시스템은 i 페달과 오토 모드까지 준비했다.    

 EV9에 운전자가 차키를 소지하고 다가가면 오토 플러시 도어핸들이 나를 반긴다. 운전석 문을 열고 차에 오르기 전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가속페달 위의 '+'와 브레이크 페달 위의 '-' 표시다. 내연기관차에서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좌석에 앉아 조절 스위치로 시트 포지션을 잡는다. 기본적인 시트 움직임에 허리 지지대와 사이드 볼스터까지 조절해본다. 전원 스위치를 누르니 계기판이 깨어난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환영 인사를 나누고 조용히 'Ready' 사인이 뜨길 기다렸다. 주차장에서 후진을 위해 변속 레버를 'R' 위치로 옮기자 진동이 느껴진다. 순간 여기까지 햅틱 기능을 넣었다는 사실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늘 같은 지하 주차장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길, EV9은 너무나 조용하다. 가뜩이나 조용한 전기차에 윈드실드, 1·2열 이중접합 차음 유리까지 적용했다. EV9은 타이어로부터의 진동과 내부 잡소리도 조용하게 걸러낸다. 주행 감각에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있다.
         
 시내 도로에 접어들자 너무나 편안한 주행감에 '전기차를 사야하나'라는 고민을 계속하게 만든다. 285/45/R21 규격의 미쉐린 프라이머시 투어 타이어는 시내 도로를 더욱 편안한 주행으로 이끈다. 283㎾의 전·후륜 모터는 2.6t의 무게를 가뿐한 움직임으로 만든다. 가속 패달을 밟으면 내연기관에서는 맛볼 수 없는 가속감을 맛볼 수 있다. 강력한 힘은 이 큰 덩치를 시내 도로에서 원하는 위치로 순간이동을 하게 할 정도다.

 고속화도로에서 스마트 크루즈를 활성화했다. 차로를 변경하기 위해 방향지시등을 작동하면 차로변경 보조 기능이 활성화돼 차로를 알아서 바꿔준다. 차로에 운행하는 차가 적을 때는 부드럽게 차로 변경이 되지만 차가 많은 도로에서는 다소 신경이 쓰인다. 순간적으로 후방 차가 옆으로 접근하면 EV9이 차로 변경을 망설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계속 차가 온다면 이 시스템으로는 도저히 차로 변경이 불가능하다. 만약 차로 변경이 되려면 후방 차가 적정 거리에서 양보를 해줘야 한다. 

 주행가능거리는 복합 454㎞(도심 502㎞, 고속 395㎞)다. 에너지 소비효율은 복합 3.9㎞/㎾h(도심 4.3㎞/㎾h, 고속 3.4㎞/㎾h)다. 총 시승 거리 241㎞동안 누적 전비는 4.7㎞/㎾h를 기록했다. 여름 날씨에 에어컨을 계속 작동하며 도심과 고속화도로를 주행한 결과로는 좋은 편이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수동모드와 i 페달, 오토모드를 제공한다. 오토모드는 전방 차와의 거리까지 인지해 회생제동을 단계별로 활성화해 수동모드 보다는 이질감이 덜하고 내연기관차의 자동변속기와 유사한 감속 형태를 느낄 수 있다. EV9도 그렇지만 초기 전원 작동 시 회생제동 모드 1단계가 기본인 점은 아쉽다. 운전자가 초기 회생제동 모드를 지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총평
 기아에서 대형 전기 SUV를 제대로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가격이 껑충 뛰었다. 이제는 볼보자동차의 대형 전기 SUV인 EX90과도 경쟁 구도를 만든다. 분명 승자를 가리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한번 붙어볼 만한 싸움이다. EV9과 함께 기아가 미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승부사가 기대된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더욱 가까이 다가오지만 막상 선택은 고민될 수 있다. 시승차는 EV9 4WD 어스 트림으로 9,464만원이다. EV9 GT라인 풀 옵션의 가격은 1억544만원까지 올라간다.

박재용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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