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달리지는 마세요…삼성 출신 로봇 장인들 일냈다
흔히 '웨어러블 로봇'이라고 하면 SF영화에서나 볼법한 장치를 떠올린다. 거대하고 무거울수록 기능이 많고 효과도 클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런 편견을 깨고 작고 가벼운 로봇을 개발하는데 집중하는 로봇 스타트업이 있다. 삼성전자에서 20여년간 로봇을 만들어온 연구진들이 창업한 스타트업 '위로보틱스'의 이야기다.
위로보틱스가 WIM으로 공략하는 첫 번째 시장은 시니어 시장이다. 이 대표는 WIM을 "헬스케어 디바이스면서 모빌리티"라고 표현했다. 먼저 시니어 등의 이동을 돕는다는 점에서 모빌리티로 기능한다. 이렇게 보행량을 늘리면 재활 성격의 운동도 가능하다. WIM은 로봇에서 자세나 근육 부하 데이터를 수집해 스마트폰에서 관리할 수도 있게 했다. 이 대표가 WIM을 헬스케어 디바이스라고 표현한 이유다. 위로보틱스는 두 기능을 실증하기 위해 최근 수원시 영통구보건소와 70~80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WIM이 시니어만을 위한 로봇은 아니다. 부피가 작은데다 디자인도 일반인들이 착용해도 부담 없게 개발됐다. 또 로봇의 모드를 바꿔 부하를 거꾸로 주면 걷기, 등산, 트래킹 등 활동 시 모레 주머니를 찬 것처럼 운동 효과를 높이는 기능도 탑재해 20~30대의 수요를 공략했다. 위로보틱스는 현재 아웃도어 브랜드들과 전용 제휴 상품들을 개발하고 있다.
먼저 설계 최적화를 통해 사용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WIM은 다른 보행 보조 웨어러블 로봇이 모터를 좌우에 2개 사용하는 것과 달리 1개만 사용한다. 김용재 대표는 "사람의 보행은 대칭성이 있기 때문에 모터 1개로도 보행을 보조할 수 있다"고 했다. 모터를 줄인 덕분에 WIM은 무게를 줄이고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 WIM의 사용 시간은 연속 보행 시 2시간, 일상생활 시 4~5시간이다. 배터리 교체도 가능해 최대 8~10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을 직물(패브릭) 소재로 개발한 점도 일상 활용을 위한 고민이다. 김 대표는 "사람의 몸을 감싸는 부분은 다 패브릭"이라며 "철이나 플라스틱 프레임을 최소화해 어떤 체형이어도 사용할 수 있고 착용감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철·플라스틱은 유연성이 떨어져 신체에 의해 파손되는 내구성 문제가 있는데 패브릭을 사용해 내구성도 높였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삼성에 있던 덕분에 로봇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연구하고 기술력도 쌓을 수 있었다"며 "다만 삼성이 집중하는 연구소 레벨의 하이테크 로봇이 아닌 일상생활용 로봇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이루고 싶어 회사를 나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결심에 먼저 삼성을 나와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교직을 맡던 김 대표와 다른 구성원들도 합류했다.
삼성 출신 엔지니어들이 의기투합하자 WIM은 1년여만에 CES에서 시연도 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개발이 완료됐다.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인정받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40억원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는 KB금융의 'KB스타터스'로 선정돼 KB계열사들과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헬스케어 관점에서 KB손해보험 등과 협업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위로보틱스는 일단 시니어 시장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자체 트레이닝 센터를 열고 시니어 및 보행약자를 대상으로하는 예방재활운동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밖에 보건소, 주민자치센터, 피트니스센터, 건설 현장·물류창고 등을 통한 B2B(기업간거래) 사업과 아웃도어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 시장 공략도 추진한다.
김 대표는 "아직 생소한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새롭게 여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제품을 사용해본 시니어들이 모두 5~10년 젊어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해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웨어러블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의 실생활에 활용되는 인터랙티브 로봇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대중들이 최초로 접하는 로봇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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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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