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BMW 역사를 한눈에, BMW 박물관

2023. 7. 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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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5대로 표현한 브랜드 100여년 역사
 -뮌헨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

 독일 바이에른주의 핵심 도시인 뮌헨은 BMW 본사와 공장 등 BMW의 주요 시설이 모여있어 'BMW의 도시'로 꼽힌다. 특히 엔진 실린더를 형상화한 본사 건물은 뮌헨의 랜드마크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그 옆엔 사발 모양의 은빛 건물이 120여대의 역사적인 차들을 앞세우며 해마다 60만명의 방문자를 끌어들인다. 바로 BMW 박물관이다.


 1973년 문을 연 BMW 박물관은 2008년 BMW 벨트(Welt) 개관에 맞춰 지금의 모습을 이루게 됐다. 앞서 BMW 본사를 설계한 오스트리아 건축가, 칼 슈반처가 다시 한번 빚어낸 건축물이다. 미디어텍처 콘셉트로 설계한 박물관은 전체 직경이 40m, 입구가 있는 지하 1층은 20m에 이른다. 생김새 덕분에 '뮤지엄 볼(Museum Bowl)'로 불리기도 한다.

 박물관 앞은 항상 현역으로 운행 중인 다양한 BMW 제품들로 붐빈다. 최근엔 경량 로드스터인 Z3의 동호인들이 자신들의 차를 가져와 전시하고 있었다.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에게 관람 전부터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하는 데에 충분하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서면 동적 조각(Kinetic Sculpture)이 가장 먼저 반긴다. 714개의 금속구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하나의 철판이 자동차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관람을 시작하면 BMW 로고가 처음 붙은 자동차인 3/15 DA-1와 이륜차인 R32를 만나게 된다. 3/15 DA-1는 영국의 오스틴 세븐을 라이센스 생산한 것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우며 회사의 영역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R32는 제 1차 세계 대전 패전국인 독일이 항공기를 만들 수 없게 되자 엔진을 만들던 BMW가 이륜차로 방향을 틀고 만든 첫 제품의 의미를 지닌다.


 한쪽에는 BMW의 시작이었던 항공기용 엔진을 여러 개 접할 수 있다. 12기통 엔진인 BMW VI와 융커스 ju 32에 탑재했던 BMW 132, 포케불프 FW190의 BMW 801도 전시됐다. 비록 제 2차 세계 대전에 주로 쓰였던 엔진들이지만 기술 발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점도 사실이다. P60 B40, P75 등 레이싱 머신에 장착했던 엔진도 볼거리를 선사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클래식카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오랫동안 BMW 제품에 영감을 주고 있는 328, 507 등이 한창이던 때의 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원형 헤드램프와 기다란 키드니 그릴, 우아한 면 처리는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봐도 작품 같다. 역대 제품의 레터링을 원형으로 매달아둔 작품도 인상적이다. BMW는 오래전부터 한 가지 서체의 레터링을 고집해 왔다. 이들을 한 군데에 모아놓고 보니 '멋지다'란 말이 절로 나온다. 


 박물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라인업은 다름 아닌 3시리즈다. 가장 넓은 전시 공간에 세대별로 선보여 제품에 대한 브랜드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 1960년대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고 오랫동안 브랜드 이미지를 대변해준 것에 대한 보답일지도 모르겠다. 3시리즈의 모태인 1966년형 1600을 시작으로 E21, E30, E36, E46, E90까지 세단, 카브리올레, 왜건 등 다양한 차체로 만날 수 있다.


 BMW의 이륜차 부문인 BMW모토라드는 박물관 한쪽 벽면을 다 채우고 있었다. 올해 100주년을 맞이한 모토라드는 장식장처럼 배치한 다수의 차만으로도 압도적인 헤리티지를 내뿜었다. 특별 전시 공간엔 50여대의 이륜차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내뿜으며 역사를 강조한다.




 지난해 50주년을 맞이한 고성능 M 브랜드도 특별 전시를 이어가는 중이다. M1, M535i, Z3 M 로드스터, M3는 물론, M1의 재탄생을 기대하게 했던 M1 콘셉트와 3.0 CSL 오마쥬 R 콘셉트도 시야가 트인 공간에서 나란히 관심을 끌었다.



 BMW의 전기차 역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BMW의 가장 오래된 전기차는 i3가 아닌 1602e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 맞춰 공개돼 의전용이나 마라톤 지원차로 쓰였다. 최고출력 32㎾의 전기모터와 12.6㎾h 용량의 배터리를 앞에 얹고 최고속도 100㎞/h로 달릴 수 있었다. 지금으로선 턱없이 부족한 제원이지만 의미 있는 발자취란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밖에 앤디 워홀, 제니 홀저, 프랭크 스텔라 등 예술가들과 협업해 만든 아트카와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했던 레이싱카, 등장 때마다 화제를 이끌어낸 콘셉트카들도 박물관을 빛낸다.


 BMW 박물관은 한 브랜드의 100여년 역사를 품고 있는 만큼 굳이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돌아볼 만한 곳이다. 과거에 왜 이런 차들이 등장했는지에 대한 시대적 배경과 브랜드의 방향성 또는 의외적인 면들을 몰입하기 쉽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입체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동선도 건축적으로 높은 가치를 제시한다. 기본적으로 미술관처럼 경사진 원통형의 외벽을 따라가면서 관람하지만 곳곳에 가로지르거나 수평적인 공간을 배치해 주요 전시물을 사방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한편으론 예전보다 영역을 넓힌 BMW의 이야기를 모두 담기에는 이제 그릇이 작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넘치는 이야기를 담는 역할은 육교 건너편에 위치한 BMW 벨트가 맡고 있지만 말이다.

뮌헨(독일)=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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