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찍는 표, 중국 아니면 미국”…선거 앞둔 이나라 대리전 격화

손일선 특파원(isson@mk.co.kr) 2023. 7. 1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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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 후보 라이칭더 강조
대만 총통 후보로 확정된 민진당 라이칭더 [EPA=연합뉴스]
대만 해협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만 총통 선거가 미·중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1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는 전날 ‘이란(宜蘭) 해외여행자 지원협회 심포지엄’에 참석해 “내년 1월 선거는 중국 또는 미국을 선택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라이 후보는 “이번 선거는 (중국 공산당과 행정기관이 몰린) 중난하이와 백악관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라고도 했다. 총통 선거의 결과에 따라 대만의 대미, 대중 관계가 크게 요동칠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는 그러면서 “차이잉원 총통 집권기에 인도·태평양 지역은 물론 글로벌 산업 공급망에서 대만의 중요성을 인정받았다”며 “차이 총통의 리더십으로 백악관에 더 가까워졌고, 앞으로도 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 후보의 발언은 사실상 대만이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의 무력 침공 위협에 맞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여당인 민진당은 대중국 강경론을 표방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2016년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 집권 이후 대만과 당국 간 교류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이 총통은 미국에서 무기 구입을 확대하는 등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당은 친중 행보를 통해 민진당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집권 민진당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을 전쟁의 위험에 직면케 했다며 중국과 함께 걷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국민당의 총통 후보는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이다.

이처럼 후보간 미·중에 대한 입장이 확연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은 친미 성향의 민진당 후보를, 중국은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를 지원하는 분위기다. 내년 대만 총통 선거가 미·중 대리전 성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연장선에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만 총통선거와 관련해 “대만이 자국 미래를 두고 홍콩이 아니면 우크라이나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중국과 손을 잡을 경우 홍콩처럼 거대 권력에 자치권을 빼앗기게 되고 미국의 편에 서게되면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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