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새마을금고 사태 막자"…정부, 상호금융권 규제 속도
건전성·지배구조 등 규제차익 개선방안 마련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새마을금고 자금이탈 사태가 진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제2의 새마을금고 사태를 막기 위해 신협·농협 등 전 상호금융권의 규제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호금융사의 주무 부처들이 모두 다르고 건전성·지배구조 규제도 제각각인 만큼 규제 차익을 없애 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상호금융권 제도개선 종합방안'을 올해 연말에 발표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건전성 관련 규제 등 상호금융권 규제 차익 개선 방안을 올 연말에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건전성 규제와 금융사고 대응 방안을 강구했다. 지난 5월에는 상호금융사 간 규제차익 해소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상호금융조합은 서민금융기관으로서 각 조합원의 자금을 예탁받아 조합원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영업하는 곳이다.
이들은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직능 중심 조합으로는 농협·수협·축협 단위조합과 산림조합이 있고, 지역 중심 조합으로는 신용협동조합(신협), 새마을금고가 있다.
그러나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주무 부처는 모두 다르다.
신협은 금융당국이 관리·감독하지만 새마을금고는 행안부가 중점적으로 맡고 있다. 또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은 각각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림청이 관리하는데 이중 건전성 부분만 금융당국이 감독하고 있다.
각 주무 부처가 다른 만큼 건전성·지배구조 규제 역시 제각각이다.
정부가 상호금융 간의 규제차익을 개선하려 하는 이유도 외형 성장에 맞게 체계적인 규제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새마을금고 자금이탈 사태를 계기로 일부 미흡한 상호금융사의 규제를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실제로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상호금융사는 예금자의 인출 요구에 대비해 중앙회에 의무적으로 예탁금·적금 잔액의 일정 비율을 예치해야 하는데, 정작 해당 비율은 조합마다 다른 상황이다.
농·수협과 산림조합은 100% , 신협은 80%를 중앙회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50% 이상 예치하게 돼 있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상태다.
이에 행안부와 새마을금고는 최근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이 나타나자 의무 예치 비율을 기존 50%에서 80%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행안부는 "타 상호금융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건전성 규제 도입을 위해 새마을금고법을 개정 중"이라고 전했다.
또 일부 통일되지 않은 상호금융에 대한 지배구조 규제도 개선될지 관심이 주목된다.
가령 상임감사에 대한 의무 선임 기준도 상호금융별로 모두 다르다. 상임감사는 금융회사의 회계와 업무 전반을 들여다보는 감사의 총책임자다.
현행 규정상 신협과 농협만이 상임감사 선임 의무화 규정이 존재하고, 새마을금고와 수협·산림조합은 선임 의무가 없다. 현재 상호금융협의회는 모든 상호금융권의 상임감사 선임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 중이다.
특히 최근 새마을금고에서 잇달아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상호금융의 근본적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행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새마을금고 임직원이 저지른 횡령·배임·사기·알선수재 사고는 85건, 피해 금액은 640억97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한 곳에서 일어난 금융사고가 40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중은행 대비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최근에는 사모펀드 출자 비리로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신용공제 대표가 수사기관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지역 금고 이사장이 연임을 통해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고, 이 과정에서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부족해도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은 은행과 달리 임원 임기나 자격요건이 상대적으로 완화된 건 맞다"며 "특히 지역 조합은 워낙 소수로 일하고 외부 감시가 부족해 금융사고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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