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자진 '빚 탕감'…엇갈리는 시선

이경남 2023. 7. 12.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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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연체율…코로나19 대유행 시기 회귀
금융당국 "망하게 두는 것 능사 아니다"…상생 강조
우리은행·새마을금고 채무 탕감정책 발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차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금융사들이 대출 원금 혹은 이자를 탕감해주는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자 찬반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정책을 지지하는 시각은 취약차주의 부담을 줄여 마지막 선택지인 '회생'으로 빠지기 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금융회사 역시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던 대출을 회수가능으로 전환시켜 수익성을 일부라도 보전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른바 '윈-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반대로 금융회사들의 이같은 정책이 대출차주들에게 '빚을 열심히 갚지 않아도 된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빚 못갚는 사람들 늘어난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3%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한때 0.23%까지 내려갔던 연체율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시름하던 지난 2020년 1분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취약차주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제2금융권은 더욱 심상치 않다. 최근 금융권 논란의 중심에 섰던 새마을금고의 경우 연체율이 6%까지 치솟았다. 저축은행의 연체율 역시 5%선을 넘어섰다. 통상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이 연체율을 2%대에서 관리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연체율 상승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꼽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대출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지나치게 빠르게 상승한 것이 첫번째다. 이자부담이 늘어나더라도 소득도 같이 늘어나는 등 경제여건도 개선된다면 빚을 잘 갚아나갈 가능성이 높지만, 경기침체로 이를 보조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은행 여신관리부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대출차주들의 고정비용인 이자비용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연체율도 상승한다"라며 "다만 최근에는 경기 침체도 이어지면서 이자부담을 감내하지 못하는 차주가 늘어난 측면이 있고 두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 "망하게 두는 것이 능사 아니다"

대출차주들의 이자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방침은 금융회사의 '상생'이다. 금융회사가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고라도 대출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달라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에게 상생을 강요하는 배경은 대출차주들이 빚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 등을 선언할 경우 경제회복 속도가 더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금융당국은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빚을 잘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봤을때 더욱 이점이 많다는 논리를 펼쳤다. 

우리금융·새마을금고, 탕감정책 나서

금융당국의 이같은 요청에 금융권은 '상생'을 위해 대출금리를 인하해 주는 등 다양한 방책을 펼치기로 했다. 금융산업이 규제산업인 만큼 금융당국의 주문을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금융권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부분은 몇몇 금융회사들이 아예 이자와 원금 등을 탕감해 주겠다고 밝히면서다. 

이와 관련 새마을금고는 각 금고 이사장 재량으로 연체된 대출중 연체이자를 탕감해주거나 상환을 연기할 수 있는 정책을 발표했다.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앞으로 1년간 연체이자를 납부한 대출차주를 대상으로 납부한 금액만큼 원금을 상환해 주기로 했다. 연체이자만 내도 원금이 줄어들게 된다. 우리은행은 이를 통해 40만명이 금융비용을 절감하고 약 5600억원의 연체대출이 정상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시장 논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빚 일부를 대출차주가 아닌 금융회사가 갚아주면서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금융사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업은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가 이뤄지는데 신뢰가 무너졌음에도 이를 끌고가겠다는 이야기"라며 "금융시장의 돌아가는 원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정책"이라고 봤다.

이어 "대출차주들이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할 경우 이들에게 일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흐름이 자리잡아야 오히려 튼튼한 금융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라며 "정부나 금융회사가 나서 도와준다는 인식이 생기면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반대의견도 있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이미 연체가 시작된 대출금의 일부를 감면해주고 이를 정상여신으로 돌리면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개선되고 대출채권을 매각하거나 상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순익 보전 차원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려운 시기에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사회적인 의미도 담겨있기 때문에 빚 탕감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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