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잠 外[신간]
<사과의 잠> 김정수 지음·청색종이·1만2000원
섭씨 33도가 넘으면 악어 알은 다 수컷으로 깨어난다. 알의 부화가 시인의 눈엔 꽃의 발화처럼 보일까. “악어의 이빨보다/ 늦으면 수꽃/ 빠르면 암꽃”(‘섭씨 33도’)이라고 표현한 걸 보면.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소시민의 애환을 노래해 온 저자는 3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시집에서 시인이란 직업에 대해 “중절모 아래/ 언어의 살인자들”이라고 정의한다(‘시인’). 김태선 문학평론가는 이를 “기성 언어를 파괴함으로써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일”이라고 해석했다. “죽음을 팔아/ 이름을 산다”(‘시인’)는 표현에 걸맞게 시에는 죽음도 함께한다. “몰래, 죽은 엄마를 잘근잘근 씹어 삼”키는 행위로, 사과는 그리운 이의 기억과 연동된다(‘사과의 잠’). 간절한 손에 놀라 “떨이를/ 몽땅 집어”든 아내가 끓인 냉잇국에서도 외할머니의 “마지막 된장”이 만든 “짠 죽음”이 우러나온다(‘냉잇국’). 일상을 보듬는 따스한 시선이 책을 관통한다.
▲30대에 뇌졸중 환자가 되었습니다
마고 투르카 지음·김모 옮김·롤러코스터·1만8000원
서른셋의 미술교사이자 아이 엄마인 마고는 어느 아침, 몽롱하고 생각이 엉키고 단어가 마구 흩어짐을 느꼈다. ‘예기치 못한 손님’ 뇌졸중이 준 첫 번째 선물, 실어증 탓이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그에게 갈증과 요의 해결은 큰 시험이었다. 여기에 반신마비와 신경병증성 통증도 찾아왔다. 심방 판막 기형의 일종인 난원공 개존증으로 생긴 혈전이 그가 30대에 뇌졸중을 겪은 원인이다. 환자 관점에서 그린 이 유쾌한 그래픽노블 덕분에 갑작스럽게 뇌졸중이 찾아오더라도 조금은 대응할 수 있게 될 듯하다.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김소민 지음·스테이블·1만6800원
슬퍼서든, 나를 알고 싶어서든 글을 쓰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이야기 하나쯤’이라는 글쓰기 교실을 진행하는 저자가 글쓰기 문턱을 낮춰준다. 위트 넘치는 글쓰기로 몇 명을 꼽든 꼭 넣고 싶게 만드는 작가의 족집게 강좌다.
▲노회찬 평전
이광호 지음·사회평론아카데미·2만3000원
정치판에서 누군가의 부재가 아쉬운 순간들이 있다. 그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꿈을 입체적으로 복원하되 ‘위인전’을 쓰지는 않겠다는 목표로 저술된 이 책은 수시로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노회찬이라면 뭐라고 말할까?”라고.
▲썬데이 파더스 클럽
강혁진 외 지음·창비·1만6700원
아이와의 추억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쓰는 아빠들의 육아일기다. 육아휴직 경험자 다섯 아빠가 ‘육퇴’를 하는 일요일 밤 9시에 뉴스레터를 배달한다. 육아맘은 물론 미혼 구독자에게도 반응이 뜨거웠던 글들을 모았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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