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선수라...” 진심이었던 ‘친정’의 사랑, 김태군-류지혁‘이라서’ 가능했다 [SS시선집중]

1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삼성 임시주장 구자욱(오른쪽)이 김태군에게 액자 선물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기자] ‘친정’의 사랑은 따뜻했다. 트레이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만나게 됐다. 사령탑은 칭찬으로 입에 침이 마른다. KIA 김태군(34)과 삼성 류지혁(29) 이야기다.

삼성과 KIA는 지난 5일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김태군과 류지혁이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꽤 갑작스러운 소식이다. KIA는 포수를 원했고, 삼성은 포수가 있었다. 예상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대상이 의외라면 의외였다.

KIA는 줄곧 포수를 원했다. 처한 상황이 꼬이면서 주전 포수를 잃었고, 누군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마침 삼성이 포수가 있었다. 논의가 진행됐다.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감독 사이에서 ‘딜’이 진행이 됐고, 최종까지 갔다.

양 팀으로서는 모두 아까운 자원이 나갔다. 삼성은 매물로 포수를 내놓기는 했지만, 팀 내 비중이 컸다. KIA도 포수가 필요했던 것은 맞지만, 내줄 카드는 언제나 아쉽기 마련이다. 애초에 삼성은 투수를 원하기도 했다.

상황이 변했다. 삼성은 야수도 필요한 상황에 부닥쳤고, 박진만 감독이 김종국 감독에게 의사를 타진했다. 류지혁이 트레이드 블록에 올라왔다. KIA가 원하는 것은 시종 같았기에 최종 성사됐다. 류지혁이 삼성 유니폼을 입었고, 김태군은 KIA로 향했다.

1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류지혁이 친정팀 라커룸을 찾아 KIA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KIA는 선수단 사인이 들어간 KIA 유니폼을 선물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이후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삼성이 KIA 원정을 왔다. 자연히 많은 관심이 쏠렸다. 친정 방문은 누구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물며 트레이드 당사자의 방문이었다.

팬들의 관심과 별개로 양 구단도 신경을 썼다. 나란히 떠난 선수에게 선물을 준비했다. 양 팀 모두 너무 급하게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준비에 시각이 부족한 감이 있었다.

류지혁과 김태군은 나란히 상대 라커룸을 방문했다. 오랜 동료들에게 인사를 제대로 하고 싶기 마련이다. 동시에 양 구단은 선수를 환영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제대로 환영을 해줬다. KIA는 류지혁에게 선수단 사인이 담긴 KIA 유니폼을 안겼다. ‘떠난 것은 맞지만, 우리를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종국 감독이 류지혁을 끌어안으며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도 보였다.

삼성도 다르지 않았다. 원정이기에 야구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다. 이는 준비할 시간이 적다는 뜻도 된다. 이에 오자마자 김태군을 찾았다.

임시주장 구자욱이 김태군에게 김태군의 모습이 새겨진 기념 액자를 선물했다. 김태군은 후배인 구자욱에게 안기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심지어 외국인 선수도 김태군을 챙겼다. 통역을 대동하고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따로 식사 자리를 잡는 듯했다.

1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삼성 임시주장 구자욱(오른쪽)이 김태군에게 액자 선물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류지혁과 김태군이 KIA와 삼성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보이는 부분이다. 트레이드는 프로 선수의 숙명이다. 구단의 자원이기에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팀을 떠날 수 있다. 트레이드도 마찬가지다.

류지혁과 김태군도 그렇게 원래 몸을 담고 있던 KIA와 삼성을 떠냈다. 그러나 원래 있던 팀의 구성원들은 떠난 선수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새 식구로 맞이한 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태군이나, 류지혁이나 똑같이 새 팀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사령탑의 칭찬도 이어지고 있다.

김종국 감독은 “정이 들었던 류지혁이 오는 날이다. 경기 전에 (류)지혁이와 인사도 해야 하지 않겠나. 정이 많이 들었던 선수라 마음이 좀 그렇다”며 멋쩍게 웃었다.

현장에서 마주친 김태군은 “먼저 다가가야 하지 않겠나. 쉽지는 않은데, 필요한 것도 맞다”며 웃었다. ‘인싸’ 소리가 나온다. 김태군이 후배들에게 다가가 조언해주고 있다. 경험의 힘이다.

김종국 감독은 “칭찬밖에 할 것이 없다. 투수들이 김태군을 믿고 간다. 편하게 던진다. 다른 포수들도 계속 묻어라. 경험의 가치가 있다. 많이 배웠으면 한다. 김태군도 후배들에게 지속해 조언해준다. 어린 투수들과 포수들이 의지하더라. 산체스가 데뷔전에서 호투했는데, 김태군의 리드가 좋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1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류지혁이 친정팀 라커룸을 찾아 KIA 선수단과 인사를 나눴다. KIA 김종국 감독이 덕담을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류지혁도 삼성에서 금방 자리를 잡았다. 상대적으로 ‘중간’이 없었던 삼성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결과도 나온다. 포지션도 다양하게 본다. 싫어할 이유가 없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류지혁에 대해 호평 일색이다. “며칠 안 됐지만,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을 해준다. 찬스에서 타점 생산이 부족했다. 클러치 능력이 있다”고 짚었다.

또한 “해결을 해준다. 안타가 아니어도 타점 생산이 된다. 우리 팀에 부족했던 부분이다. 타점이 나오면 흐름을 뺏기지 않게 된다. 류지혁에게 더 기대된다. 수비도 잘해준다.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레이드는 언제나 ‘윈윈’을 바란다. 돌고 돌아 삼성과 KIA가 답을 냈다. 서로 아쉬운 자원을 내놨다. 트레이드 후 6일 만에 서로의 친정을 방문했다.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우천 취소로 어수선한 상황이었지만, 서로가 예의를 다했다.

치열한 승부가 이어지는 프로의 세계다. 보낸 선수는 보낸 선수로 끝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낭만은 살아있다. 예우는 언제나 필요한 법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