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아닌 대한민국…김여정 ‘별개의 국가’로 지칭한 까닭

한예경 기자(yeaky@mk.co.kr) 2023. 7. 1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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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표현까지 바꿔 이틀 연속 담화
‘적대적 공존‘ 정책으로 돌아선듯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10일과 11일 이틀 연속 주한미군 정찰기 활동 비난 담화를 내놓으면서 ‘남조선’대신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김 부부장은 11일 미 정찰기가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침범했다며 이를 반복하면 군사적 대응 행동에 나서겠다고 재차 위협했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담화문에서 김 부부장은 “반복되는 무단침범시에는 미군이 매우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군부는 또다시 미군의 도발적 행동과 관련하여 중뿔나게 앞장에 나서 우리 주권에 대한 침해 사실을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특히 지난 10일 담화에서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족속” 등 표현을, 11일 새벽 담화에서는 “《대한민국》의 군부”라는 문구를 썼다. 북한 매체는 강조의 의미를 담는 용도인 ’겹화살괄호‘(《》)를 사용해 특정한 의도를 담은 표현임을 시사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번과 같이 대남 비난 메시지 차원에서 …대한민국’을 언급한 것은 최초”라고 말했다. 북한은 남측을 보통 ‘남조선’ 또는 비난할 경우 ‘남조선 괴뢰’ 등으로 지칭해왔다.

김 부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발표한 담화에서 대한민국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북한이 이제 남측을 ’별개의 국가’로 보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특수성을 감안한 ‘남조선‘이 아니라 남측을 별개의 나라로 보는 ’두 개의 한국(Two-Korea)’정책으로 돌아선 게 아니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악화되고 대남·대미 협상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국가 대 국가‘로써 남북한 공존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북한이 남북 연락채널을 일방적으로 끊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거부를 대남 기구 조평통이 아닌 외무성을 통해 발표한 것도 한반도의 특수성을 감안하기 보다는 남측을 적대적인 국가로 바라보고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2021년 제8차 당대회부터 점차 가시화됐다. 북한은 당시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과업 수행” 문구를 삭제했고 당 비서국 내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왔던 대남담당 비서 직책이 사라졌다.

한편, 북한이 연이틀 말폭탄을 쏟아놓고 있는 것은 오는 27일 전승전 70주년을 앞두고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끌어올려 내부 결속을 꾀하고 도발의 명분을 쌓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대해 우리 군은 북한의 거듭된 위협에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했다.

전날 오전 북한 국방성 대변인 명의로 미군 정찰기가 자신들의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고, 김여정 부부장의 ‘EEZ 상공 침범’ 주장에 대해서는 “의도적 긴장 조성”이라며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북측에 있다”고 엄중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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