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학마을 아이, 어디메서 무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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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마을은 옛날 충남 연기군의 초입이었다.
그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공부하고 있었던 아이들은 오죽하였겠는가? 정말 자연이 주는 천혜의 아름다움과 맑은 공기 그리고 유난히 파란 하늘, 이 모두는 우리가 꿈꿔온 꿈속 같은 배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이야말로 행복 그 자체였으리라.
그중에서도 유월의 새파란 신록 속에 유난히 두 아이의 얼굴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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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마을은 옛날 충남 연기군의 초입이었다. 지금은 세종시 금남면 감성리로 편입이 되어 도시의 이미지가 다소 강해졌다. 그러나 내가 근무할 때만 해도 연기군 희망 전보 순위 1순위인 곳이다.
충남지역이지만 대전에서 출퇴근하기가 가장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조치원으로 가는 국도변에서 정말 그림 같은 풍경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여지없이 끄는 곳이기도 하였다. 바로 학교 뒷산엔 금병산자락을 아름답게 드리우는 초록 소나무 숲이 지금 생각해 봐도 명품급이다. 그 아름다운 소나무 위에 하이얀 백로들이 기품 있게 앉아 노니는 모습이야말로 정말 그림 같은 풍광이 아닐 수 없다. 그 도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입에서도 하나같이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으니 말이다. 학교가 뒷산의 아름다운 경관과 너무도 잘 어울려 정말 평화로운 꿈속의 학교 그 자체였다. 그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공부하고 있었던 아이들은 오죽하였겠는가? 정말 자연이 주는 천혜의 아름다움과 맑은 공기 그리고 유난히 파란 하늘, 이 모두는 우리가 꿈꿔온 꿈속 같은 배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이야말로 행복 그 자체였으리라. 그중에서도 유월의 새파란 신록 속에 유난히 두 아이의 얼굴이 생각난다. 오빠 영0이는 우리 반인데 동생 지0이는 항시 오빠를 좋아하여 일과가 끝나도 집에 가지 않고 우리 교실을 늘 배회하고 있었다. 이들 둘은 한 집안의 남매인데 유난히 나와 인연이 깊다. 그런데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이는 동생 지0이의 파리한 얼굴이 나도 마음에 걸렸다. 다른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얼굴색을 하고 있어서 늘 마음이 걸렸나 보다. 또 그의 할머니와는 어떤 일이 있었던가?
손주들 둘이 다니는 학교가 너무도 금쪽같아서 할머니께서는 학교 주변에서 거의 하루를 보내신다고 볼 수 있었다. 봄이 시작되는 어느 날엔 깜짝 놀랐다. 흙 묻은 손으로 검정 비닐봉지에 담긴 냉이를 불쑥 뒷문으로 내미시는 바람에 나는 물론 우리 반 아이들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영0이는 할머니의 그 행동에 큰 눈만 두리번거리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얼마나 손주의 선생님께 무얼 드리고 싶었으면 수업 시간인 것도 모른 채 문을 열고 냉이 주머니를 내밀었겠는가? 아이들은 한동안 웃음을 참지 못하고 영0이를 쳐다보며 킥킥거렸지만, 그 지순한 할머니의 행동이 오랜 세월의 강을 건너왔는데도 잊혀 지지가 않는다. 그 진심이 너무도 따스했기 때문이다. 어디 얽힌 일이 그뿐이랴. 영0이 동생 1학년 지0이가 심장이 나빠서 달리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늘 파리한 얼굴로 고생하고 있는 걸 마침 어느 병원에서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공문이 학교로 와서 내가 서울 백병원에 공문을 내고 주선을 한 끝에 기형적인지0이 심장을 정상으로 뛰게 하는 데 조금 일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아무튼 영0이 가족과의 작은 인연과 사랑은 지금도 내 심장 속에서 콩콩 뛰고 있다.
영0이는 얼마큼 자랐을까? 지0이는 얼마나 자랐을까? 아마도 지금쯤은 성인이 되어 있을 수도 있겠는데, 어디로 취업은 하였는지? 결혼은 하였는지? 지금도 그 학마을에 살고 있는지 모든 게 궁금하기 짝이 없다. 지0이가 자랐다면 아마도 멋진 간호사로 활동하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자꾸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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