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골목상권과 지역재생
필자는 몇 달 전, 본 지면을 통해 '골목길 건축학'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최근 경제학적 관점에서 골목상권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현상 또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같다. 골목상권은 말 그대로 골목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을 의미한다. 이러한 골목상권이라는 용어 뒤에 현상이라는 것을 덧붙여 합성어로 만든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 든다. 또한 혹자처럼 골목상권의 시작을 1990년대 초반 서울 압구정 카페에서부터 살펴본다는 것도 사실 무리가 있다고 본다. 현대적으로 깔끔한 상권 이전에 우리에겐 전통시장 내지는 재래시장이 있고, 그것들 역시 골목길을 중심으로 형성된 점포들의 집합체로 볼 수 있기에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골목상권은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동양과 서양의 시장문화에서도 유사한 기원들을 찾아볼 수가 있다. 일례로 유럽엔 아직도 중세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도시에서 장인들의 노포들이 모여 있는 오래된 도시들이 많이 있고, 거기에선 거주민들과 관광객의 소통과 교류가 활발히 일어나곤 한다.
이처럼 골목길은 한국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동서양의 도시나 마을에서도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는 물리적인 유형이다. 대부분 유럽 도시의 매력물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골목길의 관광자원화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직선적인 가로구조에서의 골목길보다는 곡선과 비선형적인 골목길, 폭이 일정하지 않은 골목길, 평지보다는 구릉지나 언덕의 골목길, 오가다 예치치 않은 크고 작은 광장이나 오픈 스페이스와 만나는 골목길에 사람들은 더욱 매력을 느낀다. 한국의 전통적 마을구조에서도 골목길과 그것들에 면한 집들 간의 상관관계가 매우 독특하게 터의 무늬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골목길이 골목상권과의 동의어로 사용되는 것은 다소 혼동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골목길은 도시와 마을을 구성하는 요소이고, 그것이 주거지인지 상업지인지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골목상권의 방문자들이 인접한 주거지 내의 골목길까지 무분별하게 침범해 거주자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정주권을 무너뜨리는 현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골목길을 하나의 도시를 구성하는 유형학적 요소로 보는 이유는 현대건축가들도 그들의 설계를 통해서 골목길을 직·간접적으로 재해석하며 디자인어휘로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사동 쌈지길이나 광교 앨리웨이 등을 살펴보면 쉽게 그 적용사례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골목길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을 수 있는데 휴먼스케일에서 오는 안정감, 다양한 시간성을 간직한 건축공간들, 각 상점의 개성 연출을 보는 재미, 기억의 향수 등도 포함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골목길은 소멸돼 가는가' 혹은 '진화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것은 골목길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건축물이라고 하는 것이 존재하기 위해선 길은 필수적인 동반자가 되는 것이기에 크기와 유형에 따라 골목길의 역할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없었던 골목상권을 새롭게 조성하는 것과 기존 골목상권의 기능 강화 및 활성화를 목적으로 재개조 작업을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희망하는 로컬브랜드 상권을 조성하기 위해선 상권 거버넌스 구축, 상권 건축과 보행환경 개선, 앵커 문화시설 확보, 로컬스쿨 등이 필요할 것이다. 로컬스쿨에선 교육 및 맞춤형 컨설팅도 같이 이뤄져야 하므로 지역대학과 협업해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절히 순응하기 위한 평생교육과도 같은 역량강화 시스템이 마련돼 업종 변경에 대한 중장기적 구상 및 준비 등도 이뤄져야 하고 무엇보다 서비스디자인적 관점에서 어떠한 편의성과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들로부터 전략적인 베이직 로컬 컨셉이 구축돼야 한다.
지역재생에 있어서 로컬크리에이터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들의 역할 속에는 원주민과의 화합과 상생을 위한 노력의 과정 역시 포함돼야 할 것이다. 물론 로컬크리에이터가 외지에서 유입된 사람인지 원주민들인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지역원주민들의 보수성과 외부 문화의 유입에 대한 저항력 또한 상당히 크다는 사실도 주목할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외견상 좋게 모이는 국내·외 사례들도 하나의 참고점은 될 수 있어도 각 지역마다 특수적 상황에 바로 적용하는데 있어선 고도의 숙련된 기술들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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