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주 회장 "분양가 추가 상승 막으려면 시멘트값 안정돼야 한다"
'상생 정신' 가진 최고경영자가 문제해결능력 있어
"사업에서 예측할 수 없는 기회비용은 기업 경영에 큰 리스크(위험)가 될 수 있습니다. 경험 없는 사람이 업계를 대표할 경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합니다."
국내 주택건설업계 1만여 회원사를 대표하는 정원주(55·사진)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은 현재 업계의 여러 현안 가운데 시멘트 가격 안정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당부했다. 정 회장은 "경제부총리가 나서서 라면값 인하를 요구한 것은 밀가루값이 안정되면서 가격 상승의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생필품인 라면값도 중요하지만 인간생활의 3대 요소 중 하나인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비와 분양가를 더 인상하지 않으려면 시멘트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는 시멘트업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건설업의 수익성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자재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폭등했다가 올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콘크리트 원재료인 시멘트 가격만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7월부터 주요 시멘트 업체가 가격을 14%대 추가 인상한다고 밝혀,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재하고 있음에도 철회 움직임이 없자 일각에선 담합 의혹마저 제기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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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업계의 과점 구조로 인한 담합 의혹이나 시멘트사를 인수한 사모펀드의 이익 배당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정 회장은 "국가 기간산업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 공사비는 물론 아파트 소비자가 부담하는 분양가로 비용이 전가돼 정부 개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외국인 노동자의 수급 안정도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그는 "원자재 가격만큼 인건비가 장벽인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를 통해 인력 수급이 안정돼야 한다"면서 "중공업에 많은 인력 배정이 이뤄진 반면 건설업은 법에 따라 3000명 쿼터를 받아 체계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수 년째 지속되는 원자재 가격 불안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업 리스크는 단순히 업계의 이익 감소만이 아닌 상생 부재의 문제도 발생시킨다. 정 회장은 "시공사와 시행사 간 분쟁, 업종 간 이익 충돌,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협력 부재 등 산업 전반에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 상생과 기업 윤리,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 그리고 인성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한국청년회의소·광주NGO센터·광주광역시체육회·광주여성재단·한국청년정책연구원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한 여러 공익단체 수장을 맡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해온 인물로 2020~2022년에는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협의회장을 역임했다.
건설업체 이익과 권리를 추구하는 건설단체의 대표 역시 여러 이해관계를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최고경영자(CEO)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협회장의 위상이 회사의 크기에서 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대기업 대표의 협상력에 힘이 있겠지만 샐러리맨으로서 한계가 발생하기도 하고 중소기업이나 전문업체의 실무형 대표가 필요한 상황도 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작은 회사도 동일하게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큰 배가 지나가니 비켜달란 방식보다 큰 배가 지나가기 위해 작은 배는 앞에서 망도 보고 파도가 잔잔한 쪽으로 안내해 다 같이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주택건설협회는 올해 취약계층 소화기 지원과 튀르키예 지진 구호성금 기탁, 국가유공자 노후주택 보수와 자금 지원, 반지하주택 주거환경개선사업, 대구·인천 사랑의 집짓기, 강원세계산림엑스포 등에 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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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일감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큰 기업의 해외 진출은 협력업체를 동반하는 점에서 산업의 성장과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정부도 보다 다양한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최근 북미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의 여러 국가를 순방하며 현지 사업자는 물론 인·허가 기관 관계자 등을 직접 접촉하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중국인 소유의 미국 뉴저지주 내 한 토지가 당장 매각하지 못하면 금융회사로 소유권이 넘어가는 상황인데 매수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 환율·금리가 급격히 변동했고 예상 이익률이 25%에서 15%로 줄어 철회하려고 했다. 이후 영국 회사가 연락해와 공동 투자를 제안했고 매도인과는 가격과 조건 등을 유리하게 협상할 수 있었다"면서 "해외엔 이 같은 기회가 너무 많다"고 소개했다.
정 회장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자산 중 하나가 열 번이고 백 번 고민하는 신중함이지만 앞으론 일정 부분 수업료를 내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해외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노향, 신유진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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