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중은 작은 남태평양 섬나라들 놓고 외교전쟁 벌일까[딥포커스]
美, 30년 만에 대사관 재개설 나섰지만 '뒷북' 평가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냉전 시대 이후 주목받지 못하던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미중 간 경쟁의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를 만나 양국 간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 수립을 공식 선포했다.
본래 대만과 수교하던 솔로몬제도는 소가바레 총리 취임 이후인 2019년 9월 대만과 교류를 끊고 중국과 수교해 왔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남태평양 지역에 공을 들이며, 호주에 이어 태평양 섬나라들과 가장 교류가 많은 나라에 이름을 올렸다. 태평양 섬 국가에 대한 중국의 직접 투자는 2013년 9억 달러에서 2018년 45억 달러로 400% 증가했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 20년 동안 태평양 광산에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과 태평양 제도 간의 총 수산물 무역은 3500만 달러에서 1억1200만 달러로 늘었다.
특히 지난 3월에 중국과 솔로몬제도 간 양자 안보 협력 협정 초안이 유출되며 서방의 우려가 불거졌다. 협정 초안에는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선박, 물류 교체, 기착을 위해 군대를 파견하고 영구적인 군사 기지를 세울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솔로몬제도는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와 2000㎞도 채 떨어지지 않았다.
중국이 이처럼 태평양 지역에 공을 들이는 데는 태평양 섬나라들이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 지역을 아시아와 중남미를 연결하는 소위 '에어 실크로드'의 중요한 항공 화물 허브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인식을 방증하듯 지난 2021년까지 외교 관계를 수립한 10개 태평양 섬 국가와 일대일로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태평양 섬나라들을 도련선(island chain), 즉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 설정한 가상 군사방어선으로 삼던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남하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2차 세계대전 당시 과달카날 전투가 벌어졌던 솔로몬제도는 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로 냉전 시대까지 주목받았다.
중국의 태평양 지역 영향력 확대에 미국도 대사관 재개설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30년 만에 솔로몬제도에 대사관을 재개설하는 데 이어 몰디브에 새 대사관을 설립하는 계획을 마무리 중이다. 또 통가와 키리바시를 포함한 태평양 섬에 새 대사관을 여는 것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도 피지에 특사를 임명하는 것으로 맞섰다. 아울러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남태평양 섬나라는 미국이나 호주의 뒷마당이 아닌 독립된 주권 국가"라며 "이 지역에서 먼로 독트린을 되살리려는 그들의 시도는 지지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먼로 독트린은 미국 제5대 대통령인 제임스 먼로가 밝힌 외교 방침으로, 유럽 등 외부 세력의 미주 대륙 간섭을 거부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미국은 이 개념을 확장해 미국의 배타적 영향력 행사를 정당화해 왔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태평양 지역에 대한 구애가 '뒷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의 동아시아 선임 연구원 리처드 맥그리거는 폴리티코에 "서방 동맹국들은 중국과 같은 지역 강대국을 태평양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새로운 안보 협정과 미국의 이익에 대한 잠재적 위협에 대한 수사법과 이 지역에 대한 새로운 참여 전략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미국은 1993년 솔로몬제도에 있는 대사관을 폐쇄하며 이 지역을 무시한 반면 중국은 영향력을 늘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솔로몬제도에 대사관을 다시 열고 태평양 지도자들을 미국으로 초청하는 계획은 좋은 출발이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미국은 이 지역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입지를 재정립하고, 중국의 재정 자원에 대한 대안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 동맹국, 파트너 및 민간 부문과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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