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 접수하고 드라마까지…최재림 "역할 따질 때가 아니죠"
데뷔 14년 차 뮤지컬 배우…"새로운 도전으로 치열함 잃지 않도록"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깊게 팬 '내 천(川)' 자 미간 주름에 멸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말투. 익숙하고 마땅하다는 듯 아내에게 휘두르는 주먹과 발길질.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이하 '마당집') 방송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악역 김윤범을 연기한 배우를 찾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짧은 몇 장면만으로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최재림은 TV에서는 아직 낯선 얼굴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뮤지컬계의 황제'라는 타이틀을 당당하게 거머쥔 베테랑 배우다.
'마당집' 종영을 앞두고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최재림은 "대중에게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다는 만족감과 앞으로 이런 역할만 들어오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이 교차한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마당집'에서 임신 5개월 차 아내에게 가정폭력을 일삼는 제약회사 영업사원 김윤범을 연기했다. 보란 듯이 남들처럼 살아보는 게 삶의 목표인 김윤범은 비루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협박을 일삼으며 극을 뒤흔든다.
최재림은 "굉장히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이고, 이기적인 인물이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묘사된 모습"이라며 "저는 캐릭터를 구상할 때 '그가 왜 이렇게까지 행동할까'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그는 "원작에는 김윤범의 서사가 더 많이 담겨있는데, 치열하게 사는 캐릭터라는 점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고 짚었다.
"성공하기 위해 독기 품고 덤비다가 좌절을 경험하는 과거 장면들도 촬영했는데 그 부분이 많이 삭제됐어요. 서사를 풀어내며 시청자들에게 김윤범이라는 인물을 납득시켜봤자 캐릭터 특성이 희석됐을 것 같아서 편집에 대한 아쉬움은 없습니다. 분량은 줄었지만, 오히려 존재감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무대에서 쌓아온 연기 내공을 카메라 앞에서도 여실히 보여준 듯하지만, 본인은 아직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고 한다.
최재림은 "현장에서 합을 맞춘 동료 배우들을 보면, 각자의 방식대로 대본 속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맛깔나게 살려냈다"며 "드라마에서는 배우가 캐릭터를 해석하는 스타일에 따라 연기를 잘하는지, 못 하는지가 갈리는 것 같다"고 짚었다.
"뮤지컬에서는 객석과 무대 사이의 거리감을 메꾸는 에너지를 내는 게 중요하다면, 드라마는 배우와 시청자 사이의 간격이 매우 가까워요. 그렇다 보니 감정 표현법도 다르고요. 아직 저는 노하우가 부족해서 힘으로 밀어붙이는 중인 것 같아요."
사실 최재림은 '국내에서 가장 바쁜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을 만큼 찾는 무대가 많은 배우다.
2009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뒤 꾸준히 활동해 오며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고, 작년 한 해에만 '킹키부츠', '마틸다'를 포함해 대극장 뮤지컬만 네 작품에 출연했다.
그런데도 낯설고 어색한 카메라 앞 연기에 도전하는 이유는 안주하기 싫다는 욕심 때문이다.
최재림은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잘 해지는 것도 있지만, 그만큼 지쳐가는 것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일이 하다 보면 전과 같은 치열함을 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에게 계속 새로운 자극을 주려고 해요. 무대 위든, 카메라 앞이든 궁극적으로 배우가 하는 일은 같으니까, 어떤 경험이든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도 출연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위 모습과 달리 은근히 허술한 '반전매력'이 화제가 됐다.
특히 누군가 버리려고 내놓은 서랍장을 주워 와 그대로 쓰고, 지인이 칠하고 남은 아무 색 페인트로 벽지를 칠하는 등 무심한 인테리어가 평소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한다.
최재림은 "관심이 없는 분야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며 "개인적으로 패션에도 관심이 없는데, 그래서 팬분들에게 '기본으로라도 입어라'라는 질타를 많이 받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옷은 잘 챙겨 입어도 아무런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연기는 잘 해냈다고 느끼면 행복을 느낀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에서는 완벽주의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무대 위에서는 베테랑일지언정, 카메라 앞에서는 2022년 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으로 처음 얼굴을 비춘 신인. 아직 배울 게 너무 많다는 최재림은 초심으로 돌아갔다.
앞으로도 꾸준히 매체 연기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그에게 특별히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아직 캐릭터를 따질 때가 아닌 것 같아요. 뭐든 해야죠. 그래야 카메라 앞에서는 이런 이미지와 연기가 잘 어울린다는 기준이 세워지지 않을까요? 적어도 10 작품 정도는 다양하게 해봐야 뭐라도 좀 될 것 같아요. (웃음)"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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