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단독인터뷰①] "나는 7%의 확률을 가지고 끌고 간다"
[마이데일리 = 포항 최병진 기자] 김기동(51)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팀의 상황을 진단했다.
축구에서 감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스쿼드를 구축하더라도 감독의 영향력이 발휘되지 않을 경우 팀이 추락할 수 있다. 물론 반대의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감독이 김기동 감독이다. 선수 시절부터 감독 커리어까지, 포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어느덧 5년차가 된 김 감독은 이제는 포항을 넘어 K리그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성장했다. '마이데일리'는 지난 7일 포항의 송라 클럽하우스에서 김기동 감독을 만났다. 김 감독과 나눈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Q)'2위' 포항은 올 시즌도 순항 중이라는 평가다.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중인가?
"더 잘 가야 했다. 1위 울산 현대와 너무 벌어졌다(*21라운드 기준 현재 울산과 포항의 승점 차이는 16점 차). 점수 차가 없는 2위를 해야 다시 경기를 했을 때 이슈가 됐을 텐데 지금은 그게 부족한 것 같다. 아쉬움이 있다. 우리가 잘한 것도 있지만 치고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주춤거렸던 게 있다. 울산과의 1차전도 마찬가지다. 그 경기를 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Q)2023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역대급 순위 경쟁이다. 울산은 독주를 하는 상황에서 2위부터 7위까지 격차가 없다. 우리도 까딱하면 중하위권으로 내려갈 수 있다. 절반이 지난 상황에서 이 정도로 치열하게 중위권 다툼이 펼쳐지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보는 사람들은 재미있겠지만 감독은 정말 애가 탄다. 감독들에게 많은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벌써 3팀이나 감독을 교체했다. 참 쉽지 않은 직업이다(웃음)."
Q)그래도 시즌 전에 우승을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잘 가고 있다. 선수들한테도 주어진 환경에서 잘하고 있지만 만족하냐고 물어봤다. 나는 만족 못한다고 했다. 더 잘할 수 있는데 만족을 하면 중위권밖에 못한다. 부족한 부분을 더 생각하고 발전해야 더 나은 위치에 갈 수 있다. 선수들에게 만족하지 말자고 했다. 주위에서도 포항이 이 정도면 잘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그 얘기를 듣고 안주하지 않고 더 고민하고 발전해야 한다. 선수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 공감을 하고 있다."
Q)공교롭게 동해안 라이벌 울산이 1위인데?
"특별한 의식은 없다. 좋은 팀이고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방법으로 또 경쟁팀들을 이기면 그게 또 이슈가 되고, 팬들도 더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다. 물론 포항 팬들은 울산을 상대로 하면 꼭 이기길 바라고 있어서 그 부분이 부담도 되지만 자신감을 갖고 하려고 한다."
Q)올시즌 포항은 유독 극장골이 많다. 원동력이 무엇인가?
"동계 훈련을 잘한 결과다. 선수들이 나와 하는 동계 훈련이 많이 힘들다고 한다(웃음). 비시즌에 훈련을 많이 시키는 스타일이다. 그 부분을 선수들이 잘 따라와 주다 보니까 막판에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고 이겨내는 힘이 생긴 것 같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실수도 나온다. 막판까지 버텨낼 수 있는 건 훈련에서 힘든 상황을 이겨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특별히 힘들어한 선수가 있었나?
"모든 선수들이 힘들어한다(웃음). 특히 (김)승대가 많이 노력했다. 승대가 전북에서 왔을 때 전혀 몸이 안 만들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다리도 못 움직였다. 올해 동계훈련을 잘하면 이전의 몸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훈련을 한번 안 쉬었고 경기력이 좋아졌다. 전북에서는 흔히 말하는 선수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돌아와서 경기하는 거 보면 자신감도 생겼다. 사실 몸이 안 만들어지면 선수의 의지가 있어도 좋은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다. 정신력을 강조하지만 몸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멘탈이 갖춰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 상태가 돼야 정신력이 나온다. 그 부분에서 승대가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승대가 처음으로 주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 주장들과 좀 다르다. 이전 주장들은 카리스마가 있었는데 승대는 편하게 형처럼 후배들을 이끌어준다. 밖에서 밥도 많이 사주는 것 같더라. 또한 (하)창래가 부주장을 하면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창래가 수비적으로도 많은 역할을 한다면 승대가 전체적으로 선수들을 리드하고 있다."
Q)그렇다면 포항의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골 결정력이다. 찬스는 만드는데 득점이 잘 안 나온다. 골 기회가 왔을 때 넣는 팀이 강팀이다. 울산도 압도적인 경기가 아니더라도 찬스가 왔을 때 바코, 주민규 등이 골을 넣는다. 그게 강팀이다. 우리도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기회가 왔을 때 득점을 해야 한다. 수원FC전이 끝나고도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요구했다. 이기고 있을 때 장난을 치듯 축구하는 게 아니라 항상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선수도 발전할 수 있다."
Q)포항의 외국인 선수들(그랜트, 완델손, 제카, 오베르단)이 역할을 잘해주고 있는데?
"그랜트는 3년차인데 얼마 전에 단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단장에게 '그랜트 이제 사람 됐다'라고 했다. 이제 K리그에 적응을 했다. 그랜트가 1~2년차 일 때 엄청 싸웠다. 신경전도 있었다. 일부러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 그랜트도 나의 생각을 이해하고 한국 스타일도 파악했다. 완델손은 동계 훈련 때 다치고 대구FC전(12라운드)에 교체로 넣었다가 다시 뺐다. 10분 정도 뛰게 했다가 다시 빼고 이후 경기에 투입시키지 않고 준비를 시켰다. 그러면서 지금은 몸이 많이 올라왔다."
Q)제카는 대구 시절부터 지켜본 걸로 아는데?
"맞다. 우리는 내려서서 수비하는 팀이 아니다. 수비를 해도 전방에서부터 수비를 한다. 앞선에서 수비를 못해주면 뒤에 있는 수비수가 부담이 된다. 그래서 활동량이 있는 선수가 필요했고 제카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둘이 따로 비디오 미팅을 했다. 그러면서 제카에게 '너의 플레이에 만족을 하냐'고 하니 스스로 아니라고 하더라. 나도 그렇다고 했다. 많이 뛰고 팀을 위해 희생하는 것처럼 잘하는 부분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볼을 지켜주는 것과 결정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쉬운 부분에서 나오는 실수를 고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Q)오베르단이 허리를 책임지고 있는데 어떻게 발굴했나?
"스카우트에게 맡겼다. 요구 사항은 단 하나였다. 박스 투 박스 역할을 하는 미드필더를 요청했다. 그래서 스카우트가 오베르단을 얘기했고 비디오를 봤다. 처음 봤을 때 많이 뛰는 걸 보고 바로 오케이를 했다. 이후 오베르단을 다듬는 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많이 뛰면서 팀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희생적인 선수다. 최근에는 골 욕심이 있다(웃음). 아들이 왜 골을 못 넣느냐고 했다더라. 그래서 요즘 중거리슛도 하고 욕심을 낸다(웃음). 오베르단에게 충분히 너를 인정하고 있으니 지금처럼만 해달라고 하니까 본인도 그런 건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박항서 감독님이 지난 광주FC와의 홈 경기에 와서 '외국인 애들이 한국 애들보다 더 열심히 뛰는데 어떻게 된 거냐'라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안 하면 제가 가만히 놔두겠습니까'라고 했다(웃음)."
Q)최근에는 한찬희도 데려왔는데?
"사실 우리는 3선이 약점이다. 신진호가 떠나면서 공백이 생겼고 김종우를 데려왔는데 곧바로 부상을 당했다. 고민이 깊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준호에게 기회가 왔다. 오베르단과 함께 허리에 서는데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보강이 필요했는데 (한)찬희는 과거 전남에서 뛸 때부터 지켜본 선수다. 승모가 잘해줬지만 내년에 FA였다. 팀 입장에서는 찬희가 오면 선수 한 명을 얻는 것이다. 특히나 찬희 같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 필요하다. 내가 돈을 벌어줄 테니 데려오자고 구단을 설득했다."
Q)현실적으로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은 포항의 '2위'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전에도 말했는데 전북 현대는 언젠가 올라올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전북이 지금 치고 올라오고 있다. 투자를 많이 하는 팀이 우승을 하는 게 맞다. 나는 7%의 확률을 가지고 팀을 끌고 간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선수단 연봉의 93%가 순위에 영향을 끼친다. 투자 대비 우승할 수 있는 확률이 그 정도라고 하는데 논문에도 있다고 하더라. 우리도 언젠가는 한계점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나의 일이다. 선수가 없다고 불평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하는 자리다. 감독이란 자리는 영광스럽게 끝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든 나도 버스가 막힐 수도 있고, 욕을 먹을 수도 있다. 지금은 성적이 좋으니까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나의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나중에 나가더라도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를 하는 만큼 성적이 나와야 하는 건 맞다."
[김기동·김승대·그랜트·완델손·오베르단·제카.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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