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간호사 고용으로 간호인력 공백 해결?… 필리핀 대안에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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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자격 시험에서 석패한 응시자에게 간단한 간호 업무를 맡긴다."
필리핀에서 간호사 시험에 합격하려면 커트라인인 '만점의 75%' 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이에 다소 못 미치는 70~74.9%를 얻는 바람에 불합격한 응시자에게 조무사 자격을 부여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CNN필리핀은 "의료 환경이 안정되려면 10만 명 넘는 간호사가 필요하지만, 현재 속도로는 (인력 충원이) 10년 넘게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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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탓에 간호인력 절반 '해외로'
간호연맹 "간호사 처우 개선이 먼저'
“간호사 자격 시험에서 석패한 응시자에게 간단한 간호 업무를 맡긴다.”
필리핀 정부가 내놓은 간호 인력 공백 대책을 두고 현지 사회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의료 시설에 간호사가 크게 부족한 상황을 감안해 아쉽게 시험에서 떨어진 사람을 채용해 일손을 돕게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간호사 처우 개선으로 인력 유출을 막는 게 급선무이자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11일 필리핀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테드 헤보사 필리핀 보건장관은 최근 간호 면허를 따지 못한 간호사 지망생 수천 명을 국영 병원에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모든 이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상은 ‘시험에서 아쉽게 떨어진 사람’이다. 필리핀에서 간호사 시험에 합격하려면 커트라인인 ‘만점의 75%’ 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이에 다소 못 미치는 70~74.9%를 얻는 바람에 불합격한 응시자에게 조무사 자격을 부여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임금 수준 역시 다소 낮게 책정될 전망이다. 면허를 딴 초급 간호사는 약 3만2,000페소(약 74만 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정부는 ‘무면허’에겐 2만 페소(약 47만 원) 안팎의 저임금을 준다는 방침이다. 보건부 책임자는 “조무사 현장 배치는 그들이 면허를 취득하기 전까지 일종의 ‘현장 훈련’이 될 수 있다”며 “면허를 지닌 간호사 감독하에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보건당국의 파격 제안은 의료 인력 부족을 타개하려는 고육책이다. 필리핀 전체 간호사 수가 부족하진 않다. 필리핀 간호연맹에 따르면 간호 면허 보유자는 12만4,000명 수준이다. 지난 6년간 간호사 시험에서 합격한 사람도 7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면허를 보유한 간호사 상당수는 미국과 영국, 유럽 지역 등으로 파견을 나간 상태다. 2021년 기준 필리핀 간호사의 51%가 해외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강도는 높은데 임금 수준은 턱없이 낮은 탓에 월급을 많이 주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필리핀 의료 현장은 인력 부족으로 신음한다. 헤보사 장관은 “병원에 병상이 100개 있으나 환자를 돌볼 사람이 부족해 60개밖에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시급한 인력만 4,500명이다. CNN필리핀은 “의료 환경이 안정되려면 10만 명 넘는 간호사가 필요하지만, 현재 속도로는 (인력 충원이) 10년 넘게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보건 당국 발표에 필리핀 내 간호사들은 거세게 반대한다. 간호연맹은 무면허 간호사 배치 이전에 현장 간호사들 처우 개선과 물가상승(인플레이션)에 맞춘 급여 인상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조슬린 안다모 필리핀 간호연맹 사무총장은 “필리핀 인플레이션은 6%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지만 급여는 거의 오르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간호사가 부업을 뛰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보조 업무자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급한 불을 끄기보다는, 인력의 해외 유출이라는 근본적 문제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생명이 달린 문제를 자격도 갖추지 않은 사람에게 맡기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필리핀 국가 면허를 관할하는 정부 규제 기관 ‘전문규제위원회’도 “(조무사 근무) 임시 허가증을 줄 수 있는 것은 국가 비상사태나 외국에서 간호 면허를 딴 경우뿐”이라며 “간호법에 따라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에겐 면허를 발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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