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기자가 “좀 더” 하길 바란다 [시사IN 독자위원회]

김은지 기자 2023. 7. 1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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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기 〈시사IN〉 독자위원회가 첫 모임을 가졌다. 기사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과 칭찬, 제언이 쏟아졌다. 제820호(‘거부권’ 후폭풍)부터 제823호(폐교 옆 과밀 학교)까지 다뤘다.
6월26일 변영애, 이준희, 권오재, 이재정(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 제15기 <시사IN> 독자위원과 차형석 편집국장(맨 오른쪽)이 한자리에 모였다. ⓒ시사IN 조남진

‘좀 더’라는 말이 약 90분 동안 모두 열일곱 번 나왔다. 5분에 한 번꼴로 언급된 셈이다. “좀 더 폭넓게 다뤘으면” “좀 더 이해가 될 수 있게” “좀 더 살펴야”와 같은 말이 이어졌다. 6월26일 제15기 독자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820~823호 〈시사IN〉을 살펴보며 주로 언급한 단어다. 국회 보좌관 권오재씨(44), 전직 교사 변영애씨(56), 대학원생 이재정씨(29), 대학병원 의사 이준희씨(35)는 각각 준비해온 형광펜을 칠한 〈시사IN〉 종이 잡지나, 메모장 그리고 전자책을 펼쳐두고 꼼꼼하게 기사 리뷰를 시작했다.

■ 제820호 ‘거부권’ 후폭풍

이재정: 돌봄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많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 기사(2023년 간호사들이 싸우는 진짜 이유)는 간호법을 돌봄으로 연결 지었다. 시도가 좋았다. 그런데 어떻게 연결되는지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오재: 간호법 기사는 보통 대통령의 거부권과 야당의 입법 독주라는 프레임으로 보도됐다. 그런 차원에서 벗어난 보기 드문 기사였다. 그런데 거부권 이후 이슈가 굉장히 급격히 소멸된 느낌을 받는다. 기사는 돌봄을 기후위기 같은 의제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후속 보도를 위해 이슈를 계속 살펴줬음 좋겠다.

변영애: 독일 기사(월 7만원으로 대중교통 이용, 독일 ‘49유로 티켓’은 어떻게 가능했나?)가 너무 좋았다. 비판만 일삼지 않았다. 건전한 대안을 제시했다. 굉장히 신선했다. 한국도 도입할 수 있는 정책이다.

이준희: 태국(타이) 기사(타이 전진당 압승, 그 뒤에 남은 네 가지 위기)도 재미있었다. 다만, 독자를 어떻게 상정할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국제 뉴스에 대한 배경지식은 독자마다 차이가 있다. 〈시사IN〉은 그래프나 일러스트를 잘 쓴다. 국제 기사에도 많이 활용해주면 좋겠다.

권오재: 국제 뉴스 필자가 너무 고정돼 있다. 물론 고정 필자가 긴 호흡으로 일관되게 써주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가가 많고, 해외 현지나 한국에서도 관련 문제를 잘 다룰 사람이 많다. 더 적극 필자를 발굴해달라.

■ 제821호 수능의 타락

변영애: 윤석열 대통령이 커버스토리 기사(기울어진 저울 위 춤추는 사교육)를 본 거 아닐까?(웃음) 대통령 발언 전 킬러 문항 보도는 〈시사IN〉에서밖에 못 봤다. MZ 세대에게도 먹히는 주제였다. 이번 호는 20대 아들도 보더라. 나와 성향이 상극이라 평소 의견이 엇갈리는데, 커버스토리에 대한 의견은 같았다. 기사 잘 썼다고.

이준희: 커버 패키지가 다 좋았다. 기사와 수능 창시자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 인터뷰(“공정한 게 아니다, ‘방어’하기 쉬울 뿐”) 매칭이 절묘했다. 가끔 기사에 따라붙는 인터뷰가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는 상호 보완이 됐다.

변영애: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기사가 있다. 팬데믹 3년을 총정리한 김연희 기자의 기사(한국은 어떻게 팬데믹의 끝에 다다랐나)다. 백서 같았다. 시류에 휩쓸려가기 쉬운 언론 환경에서 꾸준히 팬데믹을 보도했다.

이재정: ‘서울퀴어문화축제 불허 사유는? 광장시민위 회의록 살펴보니’ 기사 덕분에 내용을 깊이 있게 살필 수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거부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서울시민(시민위 위원)의 결정이었다. 회의에서 오간 이야기를 상세히 설명해줘 흥미롭게 읽었다.

■ 제822호 세수 부족, 감세 정부

변영애: 경제 쪽을 진짜 모른다. 그런 내가 이번 커버스토리 기사(세금이 안 걷힌다,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다)를 이해했다. 친절하게 썼다는 증거다. 다만 후속 기사는 필요할 것 같다. 이번 기사에는 예측치가 많다. 실제 하반기에 가서 어떤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준희: 예산이나 세금은 국가 운영에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어려운 주제다. 관심을 가지기 쉽지 않다. 잊을 만하면 꽤 비중 있는 관련 기사를 〈시사IN〉에서 내놓는다. 기사가 쉽건 어렵건 꾸준하다는 점에서 칭찬한다.

이재정: ‘피 흘린 노동자가 정말로 말하고 싶던 것’ 기사는 울컥하더라. 다만 (쇠파이프 논란이 일었던 물체에 대해) ‘쇠막대기에 가깝다’라고 쓴 표현은 살짝 걸렸다. 바로 이어서 국가인권위원회 기사(인권위 시계 거꾸로 흐르나)가 나오는 흐름도 좋았다. 인권위가 이런 사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 보였다.

권오재: 편집국장의 편지(‘방송 장악’이라는 나쁜 예감, 틀리기를 바란다)에서 이명박(MB) 정부 시절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전했다. 농담 반 진담 반인데, MB 시절 기사와 지금 나오는 기사를 비교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변영애: 고발 사주 의혹 재판 법정 중계 기사는 어렵다. 공부하듯이 본다. 그런데 조성은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기사(“손준성 전화는 절대 안 열릴 건데”)는 재미있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지면이다.

이준희: 해설 기사가 필요한 것 같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따라가는 데 허덕이게 되더라. 솔직히 일러스트가 기사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선왕조실톡(조선의 역사를 SNS 대화 형식으로 보여주는 웹툰)’처럼 정리해주면 어떨까.

■ 제823호 폐교 옆 과밀 학교

변영애: 이번 호 커버스토리 기사(폐교 옆 콩나물시루 ‘불균형 소멸’의 역설)를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내용이다. 폐교가 많다는 건 알았지만 ‘폐교 옆 콩나물시루’ 현실을 짚어줘서 충격받았다. 그래프도 이해를 엄청나게 도왔다.

권오재: 대안으로 모듈러 교실이 언급됐다(모듈러 교실 갖다 두고, 도심 속 분교 짓고). 일반 교실 수준의 시설을 갖췄지만, 학부모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만 해소하면 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지방재정교부금 같은 얘기가 나왔는데, 좀 더 해법을 짚어줬으면 어땠을까.

변영애: 교사 출신이라 학교폭력(학폭) 이슈에 관심이 많다.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이동관 대통령실 특보의 아들 학폭 은폐 의혹 기사(이동관 아들 학폭 의혹, 남아 있는 의문들)를 읽으니 이게 얼마나 특혜인지가 보였다.

이재정: KBS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기사(MB 정권 때와는 또 다른 언론 장악 시나리오)를 잘 봤다. 수신료는 오랜 난제고 단번에 결정할 내용이 아니라고 했다. 어떤 논쟁이 있었고 왜 결정이 미뤄줬는지, 후속으로 좀 더 다뤄주면 좋겠다.

변영애: 박찬일 셰프의 ‘밥 먹다가 울컥’ 연재가 이번 호(굶으며 맛을 배웠다)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시사IN〉 배송받으면 가장 먼저 읽는 글이었다. 너무 좋아했는데, 끝이라니 슬프다.

이재정: 독자위원 한다고 주변에 얘기하니, 모두가 이 말을 전해달라고 하더라. 〈시사IN〉 지면에서 박찬일 셰프의 글을 계속 보게 해달라고.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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