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프랑스의 중심 '릴'
프랑스와 플랑드르가 교차하는 지점
북부 프랑스의 중심 '릴'과의 첫 만남.
About Lille
릴은 프랑스 북부(Hauts-de-France)의 중심 도시이자 파리, 마르세유, 리옹에 이은 프랑스 4번째 대도시다. 지금의 모습이 있기까지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기도 했다.
1667년 루이 14세가 도시를 점령해 프랑스에 속하기 전까지 부르고뉴, 플랑드르, 스페인 등의 통치 아래 있었다. 다만, 이러한 시간은 마냥 헛되지 않았다. 예전 지배국의 문화가 릴에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플랑드르(지금의 벨기에, 프랑스 북부, 네덜란드 남부 일부 지역)의 색채는 여전히 짙게 남아 프랑스와 공존하며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그랑플라스
Grand Place
릴 여행의 메인 무대다. 프랑스와 플랑드르가 교차하는 지점이자 릴의 멋진 건축물과 식당들이 밀집한 공간이다. 그중에서도 화려한 장식이 새겨진 구 증권거래소(La Vieille Bourse)는 전형적인 플랑드르 건축물이고, 18세기 초 왕실 경비대가 사용하던 건물은 현재 극장(Theatre du Nord, 프랑스 편입 이후 건축)으로 사용된다.
건축물 곳곳에 재밌는 요소도 있다. 극장 건물 꼭대기에는 릴을 정복한 루이 14세를 상징하는 태양왕 문양이 새겨져 있고, 의류 브랜드 ZARA가 있는 건물을 비롯해 곳곳에 둥근 포탄이 박혀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1708년 오스트리아의 릴 포위 공격(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당시에 발포된 포탄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또 그랑플라스 바로 옆으로 종탑이 있는 릴 상공회의소(Beffroi de la Chambre de Commerce de Lille)와 오페라 극장(Opera de Lille), 야외 좌석을 겸비한 카페들이 줄지어 있어 여행 분위기를 한껏 낼 수 있다. 릴 투어리즘센터가 있는 팔레 리우(Palais Rihour, 15세기 건물), 웅장한 외관과 매혹적인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는 생모리스 성당(Eglise Saint-Maurice de Lille) 등도 그랑플라스에서 지척에 있다.
●빈민구제소 박물관
Musée de l'Hospice Comtesse
15세기 병원 건물을 활용한 빈민구제소 박물관에서는 릴 예술 및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이 보유한 콘텐츠만큼 흥미로운 게 건축물이다. 베이지색 병원 건물은 중세시대, 붉은색 건물은 17세기, 노란색 건물은 18세기에 지어졌다. 게다가 박물관만큼 중요한 게 근처를 여행하는 것이다. 박물관을 중심으로 모내 거리(Rue de la Monnaie)에는 플랑드르의 분위기가 담긴 건축물과 식당, 카페들이 많다.
●릴 미술관
Palais des Beaux Arts de Lille
레퓌블리크 광장(Place de la Republique)에 자리한 릴 미술관은 릴을 넘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술관이다. 소장하고 있는 작품만큼 우아한 외관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술관은 유럽 회화, 19세기 프랑스 회화, 조각 등의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으며, 종교와 관련된 대형 미술 작품도 있다. 또 다양한 주제 및 콘셉트의 기획 전시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이곳을 비롯해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의 휴무일은 화요일이 많으니 일정을 짤 때 유의해야 한다.
●샤를 드골 생가 박물관
Maison natale Charles de Gaulle
프랑스 국부 샤를 드골 전 대통령(Charles de Gaulle, 1890~1970년)의 생가를 활용한 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어린 시절 사진, 자필 문서, 초상화, 요람 등이 있어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릴에 온 김에 그가 좋아했던 샴페인 드라피에를 기념품으로 사는 것도 추천한다. 박물관에는 샤를 드골 대통령의 이미지가 새겨진 드라피에를 판매하고 있다. 근처 릴 시타델(Citadelle de Lille)과 묶으면 1~2시간 정도의 여행 코스가 된다.
●릴 시청 종탑
Beffroi de l'Hôtel de Ville
릴 시내 전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릴 시청 종탑으로 향하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104m의 종탑이다. 종종 좁은 통로를 따라 힘겹게 올라가야 하는 유럽 종탑도 있는데 이곳은 다르다. 3층 높이의 계단만 오르면 그 뒤는 기술의 힘이 우리를 정상으로 안내한다. 릴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으며, 주요 명소들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종탑은 릴 시티패스로 무료입장이 가능한데, 사전 예약은 필수다.
●Taste of Lille
라 카르보나드 플라망드
La Carbonade Flamande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릴의 음식이 있다. 갈비찜과 비슷한 라 카보나드 플라망드는 릴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식당마다 레시피가 다양해 여러 번 맛봐도 질리지 않는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릴 음식은 대부분 맥주와 궁합이 상당히 좋다. 브루어리 겸 식당인 브리크 하우스(HEIN - Brique House)는 플랑드르 음식과 맥주의 멋진 페어링을 선보이고 있다. 또 마르왈 치즈(주재료는 우유)를 활용한 타르트(La Tarte au Maroilles)도 곁들이면 릴의 맛에 제대로 입문하게 된다.
르 웰시
Le Welsh
릴 음식을 이해하려면 토속 음식 전문점 에스타미네(Estaminet)는 한 번쯤 가야 한다. 라 카보나드 플라망드와 마르왈 타르트, 르 웰시, 테린 등 다양한 프랑스 북부 및 플랑드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르 웰시는 빵과 햄 위에 치즈(주로 체다)를 듬뿍 부은 요리다. 치즈의 풍부한 향과 감칠맛이 매력적인데, 맥주와 머스터드를 더해 느끼한 맛을 중화시킨다. 에스타미네는 릴 곳곳에 있는데 강 거리(Rue de Gand) 근처에 유명한 곳들이 많다.
고프르 & 메르베유
Gaufre & Merveilleux
프랑스에서 후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 공식은 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인 디저트로는 구퍼(Gaufre)와 메르베이유(Merveilleux)를 꼽을 수 있다. 구퍼는 릴의 명물인 파티세리 메르트(Patisserie Meert)에서 경험하길 바란다. 1677년에 개업한 곳으로 릴의 역사와 함께 하는 공간이다. 이곳의 구퍼는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 페이스트를 와플로 감쌌다. 쫄깃한 페이스트리와 달콤한 바닐라 페이스트의 조합이 훌륭하다. 메르베이유는 머랭 케이크로 바삭한 머랭 위로 다양한 맛의 크림을 올린 형태다.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 크림과 약간의 식감을 더하는 머랭의 조화가 좋다.
그랑 센
Grand Scene
릴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 궁금하다면 그랑 센(Grand Scene)으로 향하면 된다. 팝업 형태의 식당 10곳과 2개의 바로 채워진 힙한 감성의 푸드코트다. 본격적인 식사도, 여행 중 잠깐의 티 타임도, 저녁을 마무리하는 술자리도 이곳에서 가능하다. 햄버거, 타코, 피자, 샤퀴테리, 팟타이 등 친숙한 맛은 물론 할루미 랩(그리스)과 마르왈 튀김(플랑드르), 팔라펠 샌드위치(중동) 등 색다른 요리도 만날 수 있다.
▶Travel info
Ticket
릴 시티패스
온전히 여행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릴 시티패스(CITY PASS)를 적극 활용하는 건 어떨까. 교통비, 입장료 등 소소한 것들을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시티패스는 24시간(25유로), 48시간(35유로), 72시간(45유로) 세 종류가 있으며, 릴 시청 종탑, 릴 미술관, 샤를드골 생가 박물관 등 주요 명소 무료, 대중교통(지하철·트램웨이·버스) 무료 이용 등의 혜택이 있다. 또 릴 근교인 크루아(Croix), 루베(Roubaix)에 있는 관광지도 갈 수 있는데, 프랑스의 중요한 모던 건축물로 평가받는 빌라 카브루아(Villa Cavrois)는 꼭 방문해야 한다.
Hotel
호텔 머큐어 릴 상트르 그랑플라스
릴 여행을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면 호텔 머큐어 릴 상트르 그랑플라스 (Hotel Mercure Lille Centre Grand-Place)에서 머무는 걸 추천한다. 4성급 호텔로, 기차역 릴 유럽에서 도보 10분, 릴 플랑드르에서 도보 7분이면 닿을 수 있다. 주요 명소와의 접근성도 상당히 좋다. 호텔 문을 나서면 오른쪽으로 릴 상공회의소(Beffroi de la Chambre de Commerce de Lille)가 보이고, 오페라 극장과 구 증권거래소, 그랑플라스 등도 2~3분이면 걸어갈 수 있다. 스탠다드 더블 객실의 가격은 130~190유로(한화 약 18만원~26만3,500원) 수준이다.
Airline
에어프랑스
프랑스에서 여행 시간을 좀 더 확보하고 싶다면 에어프랑스의 인천(ICN)-파리(CDG) 노선을 활용하는 게 좋다. 에어프랑스는 인천-파리 노선을 주 7회 운항(09:05~16:10)하고 있으며, 새로운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이 탑재된 B777-300 항공기도 주 3회 운항 중이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풀 플랫(Full Flat)을 기반으로 180도 수평으로 펼쳐지는 침대 좌석(2m)이다. A&C USB포트, 무선 충전기, 노트북 소켓도 갖추고 있다. 특히, 여행 전부터 프랑스 미식과 와인, 샴페인을 즐길 수 있으며, 파리 출발 노선에서는 미쉐린 스타 셰프들과 협업한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참고로 B777-300에서는 프리미엄 이코노미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Train
TGV INOUI
파리 샤를드골공항(CDG)에서 릴까지는 고속철도 이용을 권한다. SNCF에서 운영하는 테제베 이누이(TGV INOUI)를 타면 49분~1시간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해당 구간은 매일 12회 내외로 운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레일유럽 등을 통해서 좌석을 예약할 수 있다. 1등급 좌석의 경우, 넉넉한 넓이와 테이블이 갖춰져 있어 짧은 이동 시간에도 기차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공항에서 브리오쉬도레(Brioche Doree)나 폴(PAUL) 등 프랑스 브랜드 베이커리에서 샌드위치를 사 기차에서 맛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Hello L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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