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투자 안하면 바보?"…200% 널뛰는 새내기株 '투자주의보'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상장 첫날 가격 제한폭 상단이 최고 400%까지 활짝 열리면서 새내기 상장주(株)들이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299%에 달하는 증시 사상 최고 상승률이 나오는가 하면 부진한 수요예측에도 일단 상장만 하면 200%에 가까운 상승률이 나오면서 '묻지마 투자'와 '단타'가 기승을 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모 과정에서 기관의 물량을 '단타 개미'들이 모조리 받아주는 형국이어서 투자자들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거래소는 "공모가가 저평가 된 것, 시장이 가격을 증명한다"는 입장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을 완화한 지난 6월26일 이후 상장한 종목은 대부분 100~200% 가량의 큰 상승률을 보였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시큐센(232830)은 제도개편 이후 첫번째로 상장하며 가격제한폭 확대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이 회사는 공모가보다 205% 오른 9150원에 장을 마쳤는데 장 중에는 293%까지 오르며 국내 증시 사상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앞서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 1800대1에 증거금 5조613억원으로 IPO(기업공개) 흥행대박을 기록한 마녀공장(439090)이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를 형성한 후 상한가까지 오르는 것)을 기록하긴 했지만 가격제한폭에 묶여 시초가 대비 30% 상승하는데 그치며 공모가 기준 160%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시큐센은 그나마 IPO 일반청약 과정에서 1931대 1의 기록적인 경쟁률을 쓰며 흥행에 성공한 종목이다. 비슷한 시기 코스닥에 상장한 전기차 부품업체 알멕(354320)도 1355대 1의 경쟁률에 증거금을 8조원 이상 끌어모으며 흥행 대박을 기록했고 이는 상장 첫날 장중 260% 상승이라는 기록으로 나왔다.
하지만 IPO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흥행을 기록한 종목도 일단 상장만 했다하면 급등세를 보이는게 문제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510대 1의 애매한 경쟁률로 희망범위(밴드) 최하단보다 더 낮은 1만원을 공모가로 책정한 오픈놀(440320)은 일반청약에서 49대 1의 경쟁률에 증거금 1000억원에 그치며 최악의 부진을 기록했다.
기관의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0.6%에 그치는 등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물량) 우려가 컸던 것이 일반 청약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픈놀도 일단 상장을 시켜놓으니 첫날 주가가 200%대로 급등했다. 기관이 168만3184주를 팔아치웠다. 외국인도 11만4525주를 팔았다. 개인만 2108134주를 사들였다. 오픈놀이 엄청난 가치가 있어서 개인투자자가 집중적으로 샀다기 보다, 상장 첫날 급등세를 보이자 기관과 외국인 미확약 물량 상당수를 털어냈고 이를 개미가 고스란히 받아낸 형국이다.
더구나 오픈놀은 장 초반 200%까지 급등했다가 이후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 끝에 결국 50%대 상승으로 첫날 거래를 마무리했다. 즉 주가 급등 시점에 매수한 개인들은 큰 손실을 보며 팔지도 못하는 이른바 '고점에 물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인수합병을 위해 서류상 만들어진 '스팩' 종목도 이상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일 상장한 교보14호스팩의 주가는 첫날 240.5% 상승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스팩 이상 급등은 전형적으로 시장이 '과열'됐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면서 "유동성 증가나 경기회복, 경쟁력 있는 기업의 적정 밸류를 보고 IPO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상장 첫날 급등세를 보고 '단타'를 치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특히 "오픈놀 뿐만 아니라 시큐센도 상장 첫날 기관이 107만주, 외국인이 13만주를 팔았고 개인이 197만주를 샀으며 알멕 역시 첫날 기관이 75만주, 외국인이 5만여주를 파는동안 개인만 200% 이상 오른 주식을 89만주나 담았다"면서 "상장날 가격 변동성이 '개미 물량받이'로 전락할 수 있는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거래소는 이같은 변동성과 관련해 '최근의 급등은 공모주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시장의 평가가 오히려 정확하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주식상장부 관계자는 "글로벌 국가중 상장 첫날 가격제한을 하는 국가가 어디있나. 미국은 가격제한폭이 아예 없고 일부 국가는 상장 첫 1주일간 가격제한을 두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설령 IPO 과정에서 공모가 산정이나 수요예측이 부진했다 하더라도 이는 최근의 시장 상황을 고려한 보수적인 가치평가 때문이며, 시장에서 급등세가 나타난 것은 해당 기업의 가치를 시장이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거래소의 이같은 설명에 대해 자산운용사 대표는 "시장을 이론으로만 아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등과 비교해도 개인의 직접 투자 비중이 현저히 높아 쏠림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단순히 거래량만 살펴봐도 개인의 단타가 신규상장 종목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공모주 이상과열에 대한 경고하나 내지 않는 것은 거래소의 방임"이라고 지적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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