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리쇼어링 붐에...소부장 기업 600곳 샌프란에 몰려
”AI등에 힘입어 2030년 반도체 시장 1조 달러 규모된다”
“전세계 반도체 산업 규모는 2030년 1조 달러(약 1300조원)을 넘어설 것입니다.”
11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북미 최대 반도체 소재·장비 박람회인 ‘세미콘 웨스트 2023′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조 스토쿠나스 세미(SEMI) 아메리카 회장은 “시장에 새로운 기회들이 생겨나며 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 이를 개발하는데 필수인 첨단 반도체들의 수요가 급증했는데, 이런 변화가 또 한번의 ‘반도체 붐’을 일으킬 것이라는 뜻이다.
이날 약 2만평 규모의 전시공간에는 미국, 유럽, 일본, 대만 등에서 온 반도체 소재·장비회사 600곳이 차린 995개의 부스와 3만명 가량의 참석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부스를 차린 기업 중 한국 기업도 55곳 포함됐다. 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에 따르면 이는 예년 참석하는 한국 기업 수의 2배 수준이다.
행사에 앞서 지난 5일 사전행사에서 만난 스토쿠나스 회장은 “올해 행사에는 전년보다 참석자가 37%, 부스를 차린 회사는 34% 늘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미국에 전에 없는 반도체 공장 건설붐이 일어나면서 현지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회사들이 많이 참석했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대만 국적의 참가자는 “세미콘 웨스트는 주요 반도체 공급망이 몰려있는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세미콘 상하이, 세미콘 타이완 등 행사에 비해 훨씬 규모가 작았었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톱5 기업중 하나로 꼽히는 KLA는 고정밀 표면 물성 측정기(나노 인덴터) 신제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나노 인덴터 나노미터 단위로 재료의 경도를 측정하며, 반도체 제조 과정에 화학 박막(薄膜)이 제대로 접착됐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중요한 장비다. 브라이언 크로포드 KLA 제품 마케팅 매니저는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이 많아지면서 우리의 장비를 들이겠다는 기업들도 확실히 많아졌다”며 “미국에서만 올해 매출이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스위스 자동화 전문기업인 ABB도 부스를 차리고 협동로봇 ‘고파(GoFA)’ 등 신제품을 전시했다. 이 로봇팔은 0.02mm의 편차 내에서 정밀하게 작동해, 반도체 공정 중에 제품을 섬세하게 이동시키는데 활용될 수 있다. 로봇팔의 섬세한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해 체스를 두는 인공지능(AI)과 연결해 체스말을 움직이는 시연을 하기도 했다. 넬슨 장 ABB 글로벌 제품 매니저는 “미국 텍사스에 생기는 새로운 공장으로 납품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밸브 전문 생산업체인 디케이락의 김현수 사장은 “미국은 물론 유럽도 새로운 공장이 지어지고 있어서 사업기회가 커졌다”고 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제조 장비에 화학약품·가스 등이 운송되는 배관을 제어하는 밸브를 제조한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한국은 신규 투자가 정체되며 부품 판매도 감소했지만, 해외에서의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5월 미국에서 합작사를 만들고 현지 제조에 나설 예정”이라며 “올해 미국에서만 매출이 50%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참가 업체들은 반도체 리쇼어링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하는 한편, 미중 반도체 경쟁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 장비 업체 관계자는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올해 중국에서 생산을 철수했고, 매출은 30~40% 급락했다”고 했다.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거울처럼 연마하는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회사 SRN 뉴 머티리얼즈의 장샤 어카운트 매니저는 “전체 전시회에 참석한 중국 회사는 10여개 밖에 없다”며 “우리 같은 소모품은 아직 규제를 받은게 크게 없지만, 첨단 제품들은 모두 디커플링화가 심해져 미국 전시회에 참석하는 기업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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