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사업은 접자… 인력 감축 카카오 vs 사업 철수 네이버

양진원 기자 2023. 7. 1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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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선택과 집중하는 네카오①]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에 고강도 구조조정 착수

[편집자주]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위기를 맞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주력 사업인 광고와 커머스 사업이 주춤하면서 주가까지 흔들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대표적인 성장주로 꼽히며 기세를 올렸지만 현재는 상황이 바뀌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약진하는 상황과도 대비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경영 효율화에 나서고 올해 하반기 AI 서비스를 선보여 반등을 노리고 있다.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각자의 방식대로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이강준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안 되는 사업은 접자… 인력 감축 카카오 vs 사업 철수 네이버
② 끝모를 주가 하락… 네카오 동반 부진에 주주들 비명
③ 구글에 밀리는 네카오… 포털·메신저 사업 전망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네이버는 인력 효율화 대신 사업 구조 개편에 힘을 쏟고 있고 카카오는 사업부 정리 없이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상반된 전략을 펼치는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들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네이버, 사업 정리 가속


/사진=뉴스1
네이버는 최근 사업 개편 작업에 한창이다. 올해 3월 2000년 서비스를 시작한 영화 정보 제공 전용 웹사이트 '네이버 영화'를 종료했다. 주문형 비디오(VOD) 겸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 서비스 '네이버 시리즈온'도 스트리밍 위주로 시장이 바뀌면서 PC 다운로드 서비스를 중지한다.

네이버의 보험 사업을 위해 출범한 NF보험서비스 역시 정리했다. 네이버의 일본 관계사 라인은 증권업에 진출한 지 4년 만에 손을 뗐다. 통합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네이버TV'는 또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네이버 나우'와 합쳐 분산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일원화할 계획이다. 경쟁력이 낮은 사업을 정리해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복안이다.

문서 작성 서비스 '네이버 오피스'도 오는 11월30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2012년부터 출시된 네이버 오피스로 이용자들이 무료로 문서를 작성하고 편집할 수 있었지만 오는 12월1일부터 서비스 화면에 접속할 수 없다. 2008년 선보인 PC 백신 서비스도 같은 날 종료한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선택이지만 네이버 대표 공익 서비스를 나란히 마무리하면서 공익성 측면에서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체 절반이 적자인 카카오, 계열사 구조조정 돌입


/사진=임한별 기자
카카오 공동체 역시 지난해 계열사 절반 이상이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1406억원, 카카오스타일은 518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고 카카오페이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영업적자는 각각 455억원과 138억원으로 집계됐다.

배재현 카카오공동체 투자총괄대표는 지난 5월 1분기 실적발표에서 "효율적으로 비용을 집행하려 노력 중"이라며 "경쟁력이 낮은 사업은 정리할 계획이고 이를 바탕으로 손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후 클라우드 사업을 담당하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조직 개편과 수장 교체를 단행하고 연차와 직무에 상관없이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카카오 사내독립기업(CIC) 혹은 공동체 안에서 이동하는 것을 돕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12일부터 25일까지 2주 동안 10년 차 이상의 고연차 직원들에게 이직·전직을 권했다. 회사는 인력 선순환을 위한 조처로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플랫폼 업계에선 희망퇴직으로 본다. 다음 구조조정 대상으로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스타일이 꼽힌다.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가능성이 높다.

투자유치와 기업공개(IPO) 위주의 카카오식 성장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외형을 확장한다는 이유로 신사업 추진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어느 정도 묵인됐지만 적자 행진이 거듭되고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인식이 바뀌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자본시장이 얼어붙은 것도 배경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위기 대처 방식은 달랐다


카카오 계열사 영업적자 규모(2022년). /그래픽=이강준 기자
위기 상황에 몰린 처지는 비슷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대응 방식은 다르다. 네이버는 사업을 정리하면서도 인력 감축은 피하고 있다. 창업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최수연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관측이다.

반면 카카오는 공식적으로는 인원 감축은 없다고 하지만 직원 수는 줄이고 사업부를 유지하는 모양세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임직원 평균 연령이 30대로 젊어 정년으로 내보낼 사람들이 없고 수뇌부 경영 철학도 미래를 위한 투자 측면에서 인원 감축에는 뜻이 없다"고 했다.

카카오는 그동안 사업부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성장한 만큼 사업 정리는 부담이 크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적정 인원을 고려해가며 채용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였다. 인력 감축은 노동권과 관련된 예민한 사안이어서 고용 축소를 경계하는 정부와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또 다른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불경기라지만 인력 구조조정은 정부 눈치를 보는 기업 입장에서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며 "상황과 추이를 보며 조심스럽게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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