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자금경색 심화… PF 리스크·채권금리 '비상'
1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3 건설업 외부자금 조달시장여건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대규모의 투자 자금이 필요하고 장기간 진행되며 수많은 협력업체와의 계약으로 이뤄지는 건설 사업의 특성상 원활한 자금조달은 필수적인 요소다. 특히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건설부동산 경기가 부진한 데 이어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여파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에 따른 우려 등으로 인해 건설업 자금조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건설업계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여건 속에 있다고 파악했다. 건설업 주가지수는 최근 타 산업 대비 낮은 수익률을 드러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의 건설업 평균수익률은 -0.14%로 전체 평균수익률(0.28%)이나 제조(0.55%)서비스(0.25%) 평균수익률보다 낮았다. 평균수익률이 0.44%로 파악되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건설업은 0.11%의 평균수익률을 보였다.
건설업 상장기업 수와 시가총액 비중 또한 줄었다. 코스피 상장주식 중 건설업은 2011년 5.97%였으나 2022년 2.63%로 반토막났다. 최근 10년 기준 코스피 건설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은 2018년 5월 최고점(29조4825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 2월에는 3조3907억원까지 빠졌다.
코스닥의 경우 2009년 1.87%였던 건설업 비중이 2015년 3.51%까지 증가했다 다시 줄어 지난해 2.42%를 차지했다. 코스닥 건설 시가총액은 집값 상승기로 불렸던 2020년 3월(2조2704억원)부터 2021년 6월(4조5880억원)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후 다시 줄어 지난 2월 3조3907원에 머물렀다.
이지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주식시장에서의 건설업의 외형적 규모가 감소했고 성과 측면에서도 타 산업 대비 낮은 수익률을 거뒀으며 높은 변동성, 주식 저평가, 낮은 배당 성향 등이 관찰되면서 건설업체의 자금조달 여건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는 기업의 경영 성과와도 관련이 있겠지만, 경기변동이나 정책 변화 등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설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은 최근 연이은 금리 인상과 지난해 말 시장을 강타한 신용경색 문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높아진 금리로 인해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비용이 전체적으로 인상돼 회사채 발행이 감소했고 채권지수도 급락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건설업 회사채 발행금액은 2021년 3조4250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이보다 44% 줄어든 1조9164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채권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건설업 KRX채권지수(Korea Exchange Bond Index)는 2020년과 2021년 180 후반 수준을 유지했으나 2022년 126.16(10월21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2022년 하반기에는 강원도가 레고랜드의 PF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의 지급보증을 만기일까지 이행하지 않으면서 PF 부실화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옴에 따라 채권금리와 스프레드가 급상승했다. 스프레드란 AA-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의 차이로 높아질수록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채권의 가격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지난해 초 60.7bp(베이시스 포인트)를 기록한 스프레드는 11월 말 177.5bp에 이르렀다. 이는 곧 건설기업의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보고서는 건설기업의 자금조달 방안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간접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여건 역시 고금리로 인해 자금조달 비용이 높은 수준에 머무르며 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건설업에서의 대출금 비중(4분기 기준)은 3.8% 2020년 3.4%와 2021년 3.5%로 높아진 데 이어 다시 한번 증가폭을 벌렸다. 금융기관 차입을 통한 자본조달 비용인 차입금평균이자율 또한 건설업이 타 산업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상(2021년 기준) 건설업 차입금평균이자율은 전 산업(2.92%)이나 제조업(2.74%)보다 높은 3.36%다. 이 같은 현상은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대출 수요를 늘린 건설기업의 현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이 부연구위원은 "외부자금 조달시장에서 건설업의 여건은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과 채권시장 신용경색 문제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쉽지 않고 당분간 고금리로 인해 높은 자금조달 비용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채권시장 신용경색 문제와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가 아직 해소되지 못했으며 향후 경제 변화 등에 따라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으므로, 외부자금 조달시장 동향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자금조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처럼 건설·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진 시기에는 건설업체의 유동성 관리가 특히 중요하므로 효율적 자금조달을 포함한 경영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부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해 미분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건설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며 "수익성 악화는 유동성 감소로 이어지는데, 유동성 부족은 기업 파산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유
동성 관리를 위한 효율적 자금조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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