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다 깃발 꽂은 농협은행…한국계부터 농업·협동조합 시장까지 뚫는다
[편집자주]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 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져 있다. 고금리, 고물가에 이어 미국과 유럽에 연이어 발생한 은행 파산은 '뱅크데믹' 충격을 남겼다. 새로운 금융 질서가 만들어지는 지금, 'K-금융'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을 꿈꾼다. 코로나19로 영업확장이 어려운 시기에도 국내 금융회사는 꾸준히 글로벌 영업을 확대했다. K-금융의 글로벌 성공 전략을 현지에서 직접 보고 왔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남동쪽으로 약 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노이다(Noida)는 서울 면적의 3분의 1의 작은 도시다. 하지만 인도 최대의 산업단지로 IT, 전자산업에 특화된 한국계 및 글로벌 대기업들이 다수 둥지를 틀고 있다. 기업경쟁력 부문에서는 뉴델리, 뭄바이에 이어 인도 내 3위로 입지가 탄탄하다.
노이다는 2011년까지 인구 60만명의 소도시였지만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로 인구가 유입돼 올해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노이다의 성장으로 노이다를 포함한 우타르 프라데시주(州) 인구는 2억4000만명으로 인도 내 가장 많다.
농협은행은 지난 5월 한국계 은행 최초로 노이다에 지점을 개설했다. 다른 한국계 은행이 대부분 수도인 뉴델리에 지점을 냈지만 농협은행은 노이다에서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기업금융의 허브로써 한국계 기업부터 시작해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농업금융과 협동조합 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홍 지점장은 지점 개설에 앞서 한인·현지인 가릴 것 없이 사전 마케팅에 힘썼다. 인도에 들어온 직후 2년간 재인도 한인회에서 감사 역할을 맡았다. 홍 지점장은 "한인회 활동은 전략적인 결정이었다"며 "경력을 살릴 수 있는 감사 역할을 맡아 농협은행의 존재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또 농협은행이 국내 1위 사회공헌 금융사라는 점을 활용해 어린이 교육 등 다양한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기간 동안 병원에서 산소통이 없어 많은 중증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홍 지점장은 농협금융지주 차원에서 산소발생기를 인도 적십자사로 긴급 지원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활동이 지점 전환 인가를 받고 은행 면허를 받는데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홍 지점장의 설명이다.
현재 노이다 지점은 현지 한국계 기업 중심의 기업금융 업무 전반에 주력하며 조기 안정화를 시도하고 있다. 홍 지점장과 주재 직원들의 적극적인 사전 마케팅 덕에 개점과 동시에 복수의 한국계 기업과 다국적 기업에 기업 여신을 제공하고 있다. 홍 지점장은 "100곳을 찾아가면 10곳이 관심을 보였고, 그중에 2~3곳이 실무적인 대출상담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1~2곳이 대출이 성사됐다"며 "시장은 충분하다고 봤기 때문에 현장 영업직처럼 밤낮없이 뛰어다녔다"고 회상했다.
노이다 지점이 주목하는 것은 높은 농업인구 비율이다. 우타르 프라데시 주민 75%가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농업 관련 기업도 많다. 농업 관련 기업 심사 전문성과 자금지원이라는 농협은행만의 강점이 인도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게 홍 지점장의 생각이다. 홍 지점장은 "정책금융이든, 자체적인 농업 부양을 위한 여신이든 농협은행은 농업을 가장 잘 아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홍 지점장은 미래 농업 기술 기업에 주목했다. 실제 인도 상공부 산업무역진흥청에 따르면 인도의 스마트팜 시장규모는 2020년 1억2000만 달러이며 2020~2025년 연평균 성장률은 15.5%로 예측된다. 또 콜드체인 시장규모는 2020년 218억 달러로 2025년까지 연평균 25.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지점장은 "콜드체인 시스템이나 지역의 냉장 물류 창구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등이 많다"며 "정부나 주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경제개발프로젝트성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는 물론 농협중앙회화의 협업도 고려중이다. 한국에서 농협이 농촌 경제를 부양했던 것처럼 인도에서도 농업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홍 지점장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가 시너지를 일으켜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금융지주 차원에서는 이미 인도 유수의 협동조합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특히 농협캐피탈은 협동조합인 인도 비료협동조합(IFFCO) 산하 키산 파이낸스의 지분을 25%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또 농협경제지주의 자회사인 농우바이오의 인도 법인인 농우 씨드 인디아는 이미 16년째 여러 현지 협동조합들과 함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노이다 지점은 농협이 인도의 협동조합 분야에서 선점한 시장을 활용할 방침이다. 현재 인도 협동조합들이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노이다 지점이 모금하고 지원하는 식이다.
홍 지점장은 "일반적인 상업은행과의 차별점인 농협은행의 기반이 협동조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협동조합 관련 기업들을 공략하고 있다"며 "농협금융지주·농협경제지주를 포함한 모기업과의 시너지를 적극적으로 도모해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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