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톰 크루즈의 액션엔 낭만이 있다

손정빈 기자 2023. 7. 12.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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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데드 레코닝 PART ONE'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쿨하지는 않다. 대신 낭만적이다. 환호 받고 싶다면 쿨해야 하지만 마음을 얻고 싶다면 역시 낭만이 있어야 한다. '미션 임파서블:데드 레코닝 PART ONE'('미션 임파서블7')은 더 이상 이 장르에서 찾을 수 없어진 낭만으로 가득하다. 이를테면 여느 배우들이 그린스크린 위에서 안전하게 흉내나 내고 있을 때, 톰 크루즈는 기어코 목숨을 걸고 해발 1200m 절벽 위에서 뛰어내린다. 이 작품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최고작으로 꼽을 순 없다. 톰 크루즈 최고작도 아닐 것이다. 그래도 관객이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기란 어렵다. 누군가에겐 그깟 영화 한 편일 수도 있지만, 그 시네마(cinema)를 위해 이처럼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지는 사람을 볼 수 있으니까. 한국을 다녀간 크루즈는 말했다. "이 한 편의 영화를 위해 지난 수십 년 간 습득한 스킬을 모두 쏟아부었습니다."


크루즈가 온몸을 갈아넣고 제작비 약 2억9000만 달러(약 3800억원)를 투입하는 대규모 물량공세까지 벌인 '미션 임파서블7'은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오락을 제공한다. 이건 맥시멀리스트의 영화다. 할 수 있는 모든 액션을 최대한 어려운 방식으로 구현했고, 온갖 나라에서 온갖 장소를 옮겨다니며 촬영했다. 초고도로 발달한 AI를 상대로 한 두뇌 액션이 포함된 스토리를 펼쳐 보이는데다가 비장하면서 동시에 유머러스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올드스쿨과 뉴스쿨을 적절히 배합한 연출 방식에 러닝 타임도 163분에 달한다. 작은 틈도 보이지 않게 꽉 채운 이 작품은 관객의 시간과 돈을 조금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뿜는다. 열심히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각 분야 최고 프로페셔널이 모여 만든 작품답게 매끈하다. '미션 임파서블7'은 그렇게 취향을 뛰어넘는다.


단점이 없진 않다. 이선 헌트가 마주한 적이 어떤 상대인지 관객이 이해하지 못하는 걸 걱정이라도 하듯 빌런(villain·악당)을 설명하기 위해 너무 많은 대사를 끌어들인 건 편의적이다. 일부 캐릭터는 헌트를 위험에 빠뜨리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같고, 또 어떤 캐릭터는 너무 쉽게 소모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계 패권을 걸고 진행 중인 첩보전이라고 하기엔 일부 작전은 다소 엉성하다는 느낌도 준다. 하지만 이런 허점은 이를 만회하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장점 덕에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크루즈와 15년 넘게 합을 맞춰온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액션과 액션 사이 그리고 에피소드와 에피소드 사이 리듬을 정교하게 설계해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냄으로써 이 영화의 약점을 크게 의식할 수 없게 한다. 이 연출은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히 효과적이다.


'미션 임파서블7'에 관한 평가는 관객마다 제각각이겠지만, 크루즈에 대해서만큼은 한목소리를 낼 것이다. '미쳤다.' 컴퓨터그래픽이미지를 동원할 수도 있고, 스턴트 대역을 활용해도 무관한 장면에서까지 그는 모든 연기를 직접 한다. 크루즈는 유한한 인간 육체를 동원해야만 만들어낼 수 있는 충격과 감동이 존재한다는 걸 확신하는 듯하다. 이런 자기 확신을 관객이 반드시 알아봐줄 거라고 의심하지 않는 듯하다. 그리고 크루즈의 믿음은 적중한다. 그가 노르웨이 트롤의 벽에서 오토바이와 함께 자유 낙하 할 때, 시속 100㎞로 달리는 기차 지붕 위에 올라 육탄전을 벌일 때, 절벽 아래로 서서히 굴러 떨어지는 기차에 매달려 있을 때, 관객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꽉 쥐거나 탄성을 내뱉게 될 것이다. 그렇게 크루즈는 영화적 체험이라는 말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한다.


한 때 일부 비평가들은 크루즈의 아날로그 액션을 구식으로 치부하기도 하고 나르시시즘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랬던 크루즈의 방식이 코로나 사태 이후 더 큰 열광을 이끌어내고 있는 건 상징적이다. 가장 영화적인 것만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고 믿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관객이 환갑을 넘긴 옛날 배우 톰 크루즈의 액션영화에 매료된 것은 그의 작품이 이 시대에 시네마가 해내야 하는 일을 정확하게 구현해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크루즈는 이런 찬사를 시대에 발맞춘 급작스러운 변화로 얻어낸 게 아니라 35년 넘게 같은 방식을 고수하며 정진해온 이른바 장인 정신으로 손에 넣었다.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증명해온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7'으로 또 한 번 자신의 방식이 옳았다는 걸 입증해냈다.


후속작 '미션 임파서블:데드 레코닝 PART TWO'는 2024년에 공개된다. 이 작품에서 이선 헌트는 필연적으로 깊은 바다 속에 잠긴 잠수함으로 향할 것이다. 크루즈는 이미 600m 높이 암벽에 맨 손으로 매달려 봤고(미션 임파서블2) 828m 높이 빌딩을 맨몸으로 기어오른데다가(미션 임파서블4) 군 수송기에 매달려 1500m 상공까지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미션 임파서블5) 7600m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도 했다(미션 임파서블6). 이제 그가 바다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일만 남은 걸까. 그곳에선 어떤 기상천외한 액션을 보여주게 될까. 무얼 하든 크루즈는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를 막을 수 있는 건 세월 말고는 없어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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